[사설] '자연 아닌 인간이 자원' 깨우쳐주는 역오일쇼크

입력 2016-01-24 17: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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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루블화 가치가 풍전등화다. 지난 주말 한때 달러당 85루블까지 내려갔다. 사상 최저다. 지난해 5월 고점 대비 72%의 하락세다. 러시아 정부는 루블화의 일시적 변동이라고 하지만 위기는 루블화가 아니라 러시아 자체에 있다. 브라질 헤알화 가치도 공식 통화로 사용한 1994년 이후 가장 많이 떨어졌다. 유가 하락이 낳은 결과들이다. 베네수엘라와 아르헨티나도 패닉 상태다. 한때 세계의 경제성장을 주도하던 나라들이다. ‘자원의 저주’에 걸린 것이다.

유가하락을 부추기는 요인으로 중국 경제의 부진이나 이란의 대두 등이 꼽힌다. 산유국들이 감산하지 않은 것도 중요한 요인이다. 그러나 무엇보다 셰일가스 개발과 생산, 그리고 에너지 기술의 획기적인 성장이 가장 큰 이유다. 셰일가스와 셰일오일은 다른 석유 생산과 근본적으로 달랐다. 기존 기술로는 자원이 아니던 것을 자원으로 바꾼 것은 인간이다. 미국은 새로운 자원을 채굴하는 기술을 개발했고 엔지니어링 혁신을 이뤄냈다. 천연자원이 부를 가져온 게 아니라 인간의 혁신과 창조가 부를 일구고 세상을 바꾼 것이다. 사적 소유권과 자본시장, 다시 말해 잘 발달한 시장경제 체제가 혁신의 원천이다.

지금 미국에선 셰일업체들의 파산이 잇따르고 있다. 지난해 1년간 텍사스주에서 파산한 업체만 20개가 넘는다. 하지만 셰일가스 생산량은 위축되지 않았다. 그것이 미국의 힘이다. 채굴장비인 리그(rig)의 가격은 계속 떨어지고 있고 신규 장비는 속속 개발되고 있다. 빅데이터는 셰일오일의 매장지역을 정확하게 찾아내고 있다. 생산성 혁신이 끊임없이 이뤄지고 있는 것이다.

세계 경제의 침체는 ‘자원의 저주’에 걸려 있는 신흥국들에서 더욱 깊어지고 있다. 우리는 그동안 “한국은 기름 한 방울 나지 않는 나라”라는 자조적인 푸념을 해왔다. 그러나 국부의 원천이 단순히 자원이 아니라는 점이 더욱 분명해지고 있다. 인간이야말로 진정한 자원이며 시장혁신 체제가 국부를 결정짓는다는 점을 재확인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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