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미디어를 창업해 세계적 매체로 키운 자수성가 기업인, 그리고 뉴욕시장을 3연임한 정치가…. 이 정도면 미국 대통령 후보로서 손색 없는 프로필이다. 주인공은 마이클 블룸버그. 올해 73세인 그가 이번 대선에 무소속 출마를 저울질하고 있다는 보도다.
뉴욕타임스 등에 따르면 블룸버그는 ‘대권 플랜’을 짜고 있고 승산이 있는지 여론조사도 벌이고 있다. 측근들에겐 출마한다면 자기 돈 10억달러(약 1조2000억원) 정도는 쓰겠다고 말했다고 한다. 도전은 하되 승산이 있을 때만 결행하는 그의 성향으로 볼 때 이번 출마결심은 이례적이다. 이미 민주 공화 양당 후보 윤곽이 거의 드러나있는 상태여서 너무 늦은 것으로 보여서다.
그런 만큼 그가 정말로 출마한다면 대선 정국에 대한 실망감에 따른 것이고, 그것이 미국 사회 주류의 분위기일 수도 있다. 민주당의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연임한 뒤 치러지는 이번 대선은 공화당이 승리할 수 있는 기회다. 그런데 공화당 선두는 인종차별적 발언으로 인기몰이를 하는 트럼프. 그리고 민주당에서는 의회의원 당선도 어렵다는 사회주의자인 샌더스가 거론되고 있다. 여기에 힐러리 클린턴 등 기존 후보들마저 포퓰리즘 경쟁에 빠지면서 미국 민주주의 위기론이 제기되는 현실이다.
보수 주류가 밀고 있다고 믿어도 될 정도로 블룸버그는 좋은 경력을 쌓아왔다. 러시아계 유대인 부부의 아들로 보스턴에서 태어난 그는 존스홉킨스대에서 전기공학을 공부했다. 하버드대에서 MBA를 마친 뒤 24세부터 살로먼브러더스에서 일했다. 15년 재직 뒤 견해 차이로 ‘해고’될 때 그가 받은 퇴직금이 1000만달러였으니 업무 성과가 탁월했던 모양이다. 이 퇴직금을 밑천으로 창업한 회사가 나중에 블룸버그통신으로 성장한다. 이 회사의 연매출은 10조원이 넘는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지분 88%를 소유한 블룸버그의 지난해 재산은 355억달러로 미국 11위다. 돈 자랑을 자주 하는 트럼프의 재산은 40억달러에 불과하다.
블룸버그는 민주당원이었지만 뉴욕시장이 되기 위해 공화당으로 옮겼다. 그리고 3연임을 하기 위해 당적을 버렸다. 양당정치를 극단 대결이라며 비판하는 그지만 그만큼 어느쪽에서도 지지를 받기 어려운 위치이기도 하다. 월스트리트 출신이기도 한 그는 시장경제 체제를 옹호하면서도 낙태와 총기규제를 지지하는 등 사회 정책에서는 민주당에 가깝다. 그가 출마하면 미국 대선은 더 재미있어질 것 같다.
권영설 논설위원 yskwon@hankyung.com
[한경닷컴 바로가기] [스내커] [한경+ 구독신청] ⓒ '성공을 부르는 습관' 한경닷컴,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