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성과자 해고는 원래 있던 것
정부 지침으로 더 까다로워져
'적반하장식' 파업 이해 못해
"지침 강행이 혼란 키워" 지적도
[ 서욱진/정태웅 기자 ]
노동계가 25일부터 시행된 정부의 일반해고와 취업규칙 변경에 관한 지침이 “쉬운 해고를 조장한다”며 투쟁에 나섰다. 하지만 노동계의 주장은 사실과 다르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재계는 “정부의 양대 지침 시행으로 일반해고가 더욱 어려워졌다”며 노동계의 ‘적반하장식’ 파업을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정부도 노동계의 오해를 풀 수 있도록 교육과 홍보를 강화하기로 했다.
◆“지침 때문에 해고 더 어려워져”
한국경제연구원은 이날 서울 여의도 전국경제인연합회 회관 콘퍼런스센터에서 ‘노동시장 개혁의 주요 쟁점 점검’을 주제로 세미나를 열었다. 이철행 전경련 고용복지팀장은 “고용노동부의 양대 지침은 법원이 ‘정 聆?해고’라고 인정한 판례에서 ‘정당성 요건’으로 적시한 사안을 모두 충족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며 “다양한 업종의 특성이 반영되지 않은 일반화된 해고 지침일 뿐”이라고 밝혔다. 지침에서 요구하는 모든 요건을 충족하기는 사실상 어렵기 때문에 ‘해고가 쉬워질 것’이라는 노동계 주장은 억측에 불과하고 오히려 ‘해고가 더 까다로워졌다’는 주장이다.
이상익 국제공인노무사사무소 노무사도 “‘근로계약의 본질상 업무능력이 결여되거나 근무성적이 부진한 경우’ 등을 근로제공 의무의 불완전한 이행으로 보고 해고 사유가 될 수 있다고 규정한 정부 지침은 기존에도 적용돼왔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재계는 오히려 저성과자 해고가 더 어려워졌다며 반발하고 있다. 법제화되지 않아 구속력은 없지만 정부 지침이 일반해고를 막는 방패막이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다. 재계 관계자는 “기업들의 요구는 한마디로 저성과자를 좀 더 쉽게 해고할 수 있게 해달라는 것”이라며 “정부 지침은 이와 거꾸로 가는 것인데 노동계가 반발하는 것을 이해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정부가 지난 22일 양대 지침을 발표한 직후 경제단체들이 내놓은 논평도 서문에 “진일보한 조치”(전경련), “부득이한 조치”(한국경영자총협회) 등 긍정적인 수사가 들어가긴 했지만 지침에 반대한다는 기존 입장을 재확인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전경련은 양대 지침의 법제화를 요구했고, 경총은 “양대 지침 때문에 기업 인력운용의 효율성 제고에 문제가 발생하지 않아야 한다”며 지침의 악용을 경계했다.
◆“정부의 지침 강행이 혼란 부추겨”
정부는 일반해고가 ‘쉬운 해고’라는 오해를 없애기 위해 전국에서 홍보, 순회교육, 지도점검 등에 나서기로 했다. 고용부는 이날 오전 정부세종청사에서 전국 기관장 회의를 열어 양대 지침의 내용과 후속 조치를 전달했다. 이기권 고용부 장관은 회의에서 “양대 지침은 ‘쉬운 해고’가 결코 아니지만 많은 근로자가 부정확한 정보 때문에 막연한 불안감을 느끼고 있다”며 “적극적으로 지침의 취지와 내용을 전파해주기 바란다”고 밝혔다. 이어 “양대 지침은 현장 노사가 반드시 지켜야 할 신호등이며, 노사 누구도 악용해서는 안 된다”고 덧붙였다.
고용부는 양대 지침의 안착을 위해 △현장 확산을 위한 인프라 구축 △인식 공유를 위한 홍보·교육 △지침 오남용을 막기 위한 지도감독 등 3대 후속 조치를 취하기로 했다. 노동 전문가들은 그러나 “정부가 노사 모두 반대하는 양대 지침을 강행해 혼란을 부추긴 측면이 있다”며 “노동개혁 실적 쌓기를 위해 기간제법 포기 등 본질을 놓치고 있다는 인상을 주고 있다”고 강조했다.
서욱진/정태웅 기자 venture@hankyung.com
[한경닷컴 바로가기] [스내커] [한경+ 구독신청] ⓒ '성공을 부르는 습관' 한경닷컴,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