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 IT 스타트업의 산실
작년 외국인 직접투자 34억弗…인도 IT업체의 55%가 '둥지'
바이오·요식업 등으로 확대
각종 세금 혜택…창업 북돋아
작년 카페커피데이 IPO 성공
[ 김순신 기자 ] 지난 21일 ‘인도의 실리콘밸리’로 불리는 카르나타카주 벵갈루루시. 시내 중심가 랭포드 로드 크로스에 있는 티루파지 발라지 타워의 사무실은 내부 공사가 한창이었다. 커다란 사무실 하나를 직원 3~4명의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이 쓸 수 있는 여러 개의 사무실로 개조하고 있는 것.
장충식 KOTRA 벵갈루루 무역관장은 “나렌드라 모디 총리가 취임한 뒤 스타트업이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떠오르면서 인도 정보기술(IT)의 본산인 벵갈루루에 돈이 몰리고 있다”고 말했다. 벵갈루루에서 ‘인포시스’ 등 IT 기업은 물론이고 ‘카페커피데이’ 같은 카페 체인에 이르기까지 분야를 가리지 않고 창업 신화가 줄줄이 나오면서 젊은이들이 주저 없이 창업 전선에 뛰어들고 있다는 설명이다.
○인도 IT 스타트업의 산실
벵갈루루의 성장은 인도 스타트업 성공의 역사와 궤를 같이한다. 1981년 7명의 젊은이가 단돈 250달러로 창업한 인포시스는 세계 유수의 IT, 컨설팅 및 아웃소싱 회사 중 하나로 발전했다. 현재 30여개국에 890개 기업 고객을 보유하고 있다. 인포시스의 지난해 매출은 8조5000억원 규모로 순이익은 2조원에 육박한다. 인포시스의 성공은 벵갈루루를 ‘인도의 실리콘밸리’로 만드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성공을 꿈꾸는 인재들이 몰렸고, 양질의 저렴한 노동력을 찾는 글로벌 기업들은 투자를 시작했다.
차트나 프라브하 카르나타카주 상업공업부 차관보는 “1980년대부터 공대를 세워 고급 인력을 육성했다”며 “1990년대엔 해외 기업들이 연구개발(R&D)센터를 세울 수 있는 특별도시를 조성해 적극적으로 투자를 유치했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벵갈루루에 몰린 외국인 직접투자(FDI)는 인도 전체 FDI의 6%인 34억4400만달러(약 4조1293억원)에 달한다.
공항에서 벵갈루루 시내로 들어가는 25㎞ 길이의 고속도로 주변에는 미국 마이크로소프트, IBM, HP, 델 등 세계적인 IT 기업과 아스트로제네카 글락소스미스클라인 등 글로벌 제약회사의 R&D센터가 줄줄이 들어서 있었다.
장 관장은 “벵갈루루엔 인도를 대표하는 IT 기업인 TCS, 위프로를 포함해 3700여개에 이르는 인도 IT업체의 55%가 자리 잡고 있다”며 “인도의 우버라고 불리는 차량공유 서비스 업체 ‘올라’ 역시 벵갈루루에서 시작한 스타트업”이라고 전했다.
○바이오·요식업 등 창업 분야 확대
벵갈루루의 창업생태계는 바이오, 전자상거래 등으로 영역을 넓히고 있다. 프라브하 차관보 ?“인도 최대 전자상거래업체로 성장한 플립카트도 이 지역 토종 기업”이라며 “스타트업과 더불어 바이오테크 허브로 도시를 한 단계 더 성장시키기 위해 바이오업체에 각종 세금 혜택을 주고 있다”고 강조했다. 인도 최대 생명공학업체인 바이오콘도 벵갈루루에 본사를 두고 있다.
요식업 등 주변 산업도 스타트업 바람이 불기는 마찬가지다. 지난해 1억7000만달러(약 1983억원)를 유치하며 기업공개(IPO)에 성공한 카페커피데이가 대표적이다. 1996년 벵갈루루에 1호점을 연 인도의 커피전문점 카페커피데이는 2015년 기준 인도 전역에 1550개의 점포를 개설했다.
인도에 진출한 세계적 외식업체 도미노피자(921개), 서브웨이(531개), 맥도날드(213개)의 점포 수를 웃도는 수치다.
장 관장은 “벵갈루루엔 벤처캐피털이 발달해 모든 분야의 스타트업이 투자받기 쉽다”며 “세제 혜택 등 모디 총리가 최근 발표한 스타트업 우대 정책 덕분에 벵갈루루에서의 창업은 더욱 많아질 것”이라고 전했다.
글로벌 기업들도 스타트업 투자를 검토하고 있다. 무네시 마키자 제너럴일렉트릭(GE) 벵갈루루 글로벌리서치센터장은 “최근 디지털과 제조업 분야 스타트업도 많이 생겨났다”며 “회사 포트폴리오와 기술 개발에 도움이 되는 스타트업에 투자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벵갈루루=김순신 기자 soonsin2@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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