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w&Biz] FTA '정신'과 '규정' 사이

입력 2016-01-26 18:12  

법조 산책

고윤상 법조팀 기자 kys@hankyung.com



[ 고윤상 기자 ] “이번 개방안은 자유무역협정(FTA) 규정에 맞도록 만든 겁니다.”

법무부 관계자는 최근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 답답함을 토로했다. 법률시장 3단계 개방을 위해 내놓은 법무부의 외국법자문사법 개정안이 “FTA 정신에 위배된다”며 외국 대사들로부터 거센 항의를 받은 데 따른 해명이다.

외국법자문사법 개정안은 법무부 주장대로 한·미 FTA ‘규정’을 위반하지는 않았다. 협정문 부속서Ⅱ에는 “외국에서 자격을 취득한 법률전문가 또는 외국 법무회사(로펌)가 어떠한 유형으로라도 대한민국에서 법률서비스를 제공하는 데 대한 자격 부여, 승인, 등록, 허용 및 감독, 그 밖의 요건에 대한 제한을 할 수 있다”고 나와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외국 로펌에 대한 49% 지분율 제한과 합작법무법인 참여자에 대한 3년 경력제한 역시 규정에 나와 있는 ‘그 밖의 요건’에 해당할 수 있다.

이에 대해 마크 리퍼트 주한 미국대사를 비롯한 외국 대사들은 법 개정안이 “FTA 정신에 어긋난다”고 지적한다. 미 대사관 관계자는 지난 14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법률서비스 개방안과 FTA 전체적인 개방안은 일관성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외국 대사들이 말하는 ‘FTA 정신’은 한·미 FTA 협정문 중 서문 내용을 근거로 한다. 서문에는 “협정의 혜택을 축소할 수 있는 새로운 장벽의 설치를 회피하기로 결의한다”고 나와 있다. 외국 대사들은 개정안의 지분율 제한(49%) 등을 FTA 정신과 어긋나는 새로운 장벽으로 보고 있는 것이다.

법무부 관계자는 “이번 개방안 이후로 시장 상황을 봐가며 추가 개방할지 여부를 정하겠다”며 “3차 개방 시기인 7월까지 관련 법령 마련을 위한 시간이 촉박한 상황을 이해해달라”고 말했다. ‘FTA 규정’을 강조하는 법무부와 ‘FTA 정신’을 강조하는 외국 대사 중 누구의 말이 맞을까. 둘 다 맞을 수도 있다.

중요한 점은 법률시장 개방과 제한의 혜택이 특정 이해집단에만 주어져선 안 된다는 것이다. 우리보다 앞서 법률시장을 개방한 독일 일본 뿐만 아니라 우리보다 개방 수준이 높은 베트남 등 다른 나라 사례도 더 연구할 필요가 있다. 지레 겁을 먹고 ‘무조건 막고 보자’는 자세는 해외로 진출하는 한국의 로펌 등 법률시장 상황과도 맞지 않는다.

고윤상 기자 ky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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