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전면세점부터 30년 면세점 외길인생...4개 국어에 월 매출 300만불 달성, 고객 친절만족도 1위 '트리플 크라운'
능력과 성과로 고용불안 없는 면세점 후배들에게 물려주기 위해, 판매직원 성공사례의 표본으로 남고파
단일 매장으로 전 세계 1등 매출을 자랑하는 롯데면세점 소공점. 많은 이들이 롯데면세점의 마케팅과 영업력을 높이 사지만, 그 업적의 바탕엔 자신들의 역할을 충실히 수행해줬던 판매사원들의 노고가 있기에 가능했다. 판매 현장 가장 가까이에서 고객들을 만나고, 매출을 일으키고, 서비스를 제공하는 판매직원들이 없었다면 국내 면세산업도 단시간 내 큰 성장을 거듭하긴 어려웠을 것이다. 매출향상의 1등 공신이지만 항상 뒤에서만 박수 받아왔던 그들. 면세점과 브랜드의 시선을 벗어나 생업으로서 면세점을 바라보는 이들의 시선이 궁금해졌다. 제도, 매출액, 판매량, 성장률 등 수치가 아닌, 면세시장을 피부로 느끼는 판매직원들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사진=백진 기자/ 중국인 고객 응대 중인 박주원 매니저. 입생로랑은 소공점 수입브랜드 중 가장 붐비는 매장이며, 매출과 서비스 점수 모두 1등을 기록했다.
'풍전면세점'거쳐 업계 1위 롯데의 터줏대감 되기까지...국내 면세 역사의 산 증인
한국면세뉴스가 26일 만났던 박주원 입생로랑(YSL) 코스메틱 브랜드 매니져 또한 숨은 공로자 중 하나다. 최소한 15년 이상 된 베테랑 매니저들만 발을 붙일 수 있다는 롯데 소공점에서도 그는 신화격인 존재다. 남자 손님에게 립스틱을 판매하며 "립스틱의 반은 결국 남자가 먹게 된다"는 어록을 남긴 일화로도 유명하다.
"제 면세점 첫 근무는 87년 풍전호텔면세점부터 시작됐어요. 아마 오래 전 일이라 풍전면세점이란 이름을 처음 들어본 이들이 많으실 거예요. 이후 88년 동화면세점으로 옮기면서 입생로랑 브랜드를 맡게 됐고, 그 때부터 지금까지 쭉. 29년간 인연을 이어오고 있습니다"
박주원 매니저는 30년에 가까운 세월동안 면세점 업계에 몸 담아온 베테랑 중의 베테랑으로, 입생로랑 롯데 소공점 월 매출을 300만 불까지 끌어올린 그의 영업력은 업계에서도 높이 평가받고 있다. 그도 그럴 것이 최근 4년간 10배에 달하는 매출성장률을 보여줬기 때문이다. 사스와 세계 금융위기, 메르스 사태 등 면세시장이 어려웠을 때조차 그는 최소 매출 마지노선을 지켜내기 위해 무던히도 노력했다.
"처음 입생로랑을 맡았을 때만 하더라도 주요 고객들은 일본인들이었어요. 당시만 하더라도 내국인들에게는 생소한 브랜드였거든요. 10만 불, 20만 불, 30만 불....면세점에서 요구하는 매출을 지켜내기 위해 정말 열심히 뛰었죠. 지금은 월평균 매출 300만 불, 전 세계 입생로랑 면세매출에서 15%를 차지할 정도로 입지전적인 매장이 됐지만, 초반 ?목표한 매출액을 맞추려고 월말이 되면 휴일도 없이 일했어요. 단골 고객들에게 전화도 돌리고 매장 밖에서 목이 터져라 모객도 하고. 스트레스도 많이 받았지만, 언제나 일이 즐겁고 보람 있었죠. 30년에 가까운 세월을 면세점에 바칠 수 있었던 원동력이기도 합니다"
최신 트렌드에 외국어 공부까지...만능형으로 거듭나야 하는 면세점 판매사원
면세점은 일반 유통업계와는 다르게 환율에 따라, 주변국의 경제사정에 따라 소비층이 급변하는 경향이 있다. 안정적 내수기반을 가진 백화점과 달리 면세점의 주요 손님은 중국과 일본 관광객이다. 이 손님들을 잡기 위해 박주원 매니저는 영어 뿐 아니라 일본어와 중국어를 배웠다. 일과 공부를 병행하며 노력해온 그는 4개 국어를 구사하며 대체불가 인력으로 거듭났다. 전공으로 일본어를 택한 그는 현재 박사과정을 밟는 중이며, 대학에서 면세점 관련 강의도 매주 진행하고 있다.
사진=박문구/ 면세점 취업을 앞둔 학생들을 대상으로 수업중인 박주원 매니저
"판매직원들은 수동적인 근로자가 아니에요. 항상 트렌드에 맞게 매장을 구성하고, 고객층과 선호도를 고려해서 변화된 트렌드에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해야 합니다. 특히 외국인들을 상대로 하는 업의 특성상, 오랜 경력을 가진 숙련된 사원들이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진짜 전문가가 되어야 해요. 때문에 롯데에서는 베테랑 매니저와 직원들의 근무환경과 처우에 많은 신경을 써 주지요. 면세점 관리직원들도 판매사원들의 의견과 요구에 항상 귀 기울이고, 이를 반영하려고 노력도 하면서 서로 시너지 효과를 내고 있다고 봅니다. 후배들에게도 이런 점들을 강조하며 자부심을 갖도록 가르치고 있습니다"
박주원 매니저는 사람을 좋아하지 않으면, 자신의 브랜드를 사랑하지 않으면 면세점에서 오래 근무할 수 없다고 강조한다. 특히 손님들을 대할 때 항상 진심을 다해 서비스해야 된다는 신념을 가지고 있다.
"이젠 얼굴만 봐도 이 고객이 어떤 컬러가 어울릴지, 어떤 제품을 써야 더 화사한 느낌이 나는지 알 수 있어요. 많은 사람을 상대하다보니 이젠 도가 튼 셈이죠. 하루에 많게는 300명의 고객들에게 테스트를 해드려요. 한번은 피부가 좋지 않아 움츠러든 고객을 만났는데, 평소대로 여러 제품을 발라드리고 응대해드렸는데, 갑자기 눈물을 흘리시더라고요. 제가 뭘 잘못했나 싶어서 깜짝 놀랐습니다. 알고 보니, 이분에게 직접 맨 손으로 화장품을 발라주고 꼼꼼히 케어해주는 직원을 처음 만났다는 거예요. 감동받아서 흘리신 눈물에 저도 눈시울이 붉어졌어요. 이후로 고객들을 대할 때 더욱 편견 없이 바라봐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몸이 힘들긴 해도 아름다워지는 고객들을 보면서 보람을 느낍니다"
사진=백진 기자/ 롯데면세점 소공점에서 만난 박주원 매니져
후배들이 보고 따르는 표본으로 남고 싶은 왕언니
그러나 30년 베테랑 매니저에게 최근 고민이 생겼다. 브랜드 소속 직원으로 근무하는 면세점 판매직원의 고용여건 상 예전보다 변동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판매직원들은 회사가 지시하는 대로 근무지가 바뀌거나 인력구성이 달라지는 상황에 직면하기도 한다. 각지에 걸쳐있는 면세점으로 인력이 이동시 출퇴근 거리 변동, 근무환경 변화, 단골고객 관리의 어려움 등은 판매직원들이 고스란히 견뎌야 할 몫이 됐다.
"브랜드가 유명해서, 인기가 있어서 매출이 다 잘나오는 것은 아니에요. 내국인들이 주로 찾았던 수입 브랜드들이 온라인 매출이 늘면서 한국화장품에 비해 방문객이 적듯, 매장에서는 실 구매로 이어지는 것이 중요합니다. 애정을 쏟으며 매장을 키우고, 매출을 내기 위해 판매사원들이 노력했던 부분을 인정받았으면 좋겠어요. 본사와 현장 직원들의 의견과 요구가 반영될 수 있도록 소통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엄마의 권유로 면세점에서 판매사원을 시작하게 된 딸을 위해서라도 좋은 선례로 남게 되는 것이 현재로선 그의 가장 큰 바람이다. 면세점에서 사회에 첫발을 내딛은 후배들에게 '면세점에서 오래, 열심히 일하면 나도 저렇게 될 수 있구나'하고 좋은 표본이 되는 것. 판매 직원들이 즐겁고 안정적으로 일할 수 있는 면세점 근무환경을 만드는 데 보탬이 되고 싶다는 것이 박주원 매니저의 소박한 꿈이다.
백진 한경닷컴 면세뉴스 기자 baekjin@kdf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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