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이백의 자기소개서

입력 2016-01-27 17:47  

김상규 < 조달청장 skkim61@korea.kr >


“붕새가 바람과 함께 일어나 회오리바람 타고 구만리를 날아오르네. 바람 멎어 내려올 때는 날갯짓으로 푸른 파도를 밀쳐내네. 세상 사람들 날 보고 세속과 다르다며 높고 큰 뜻을 비웃지만, 공자님께서 젊은이를 경외하였듯이 대장부는 젊은이를 가볍게 여겨서는 안 되네. (大鵬一日同風起 扶搖直上九萬里 假令風歇時下來 猶能却滄溟水 世人見我恒殊調 聞余大言皆冷笑 宣父猶能畏後生 丈夫未可輕年少)”

중국 당나라 시인 이백이 이옹이란 사람에게 헌상한 시 ‘상이옹(上李邕)’이다. 당시 관직을 얻기 위해선 유력자에게 글을 바쳐 인정받는 관행이 있었다. 구직을 위한 자기소개서인 셈이다. 이옹은 북해 태수를 지낸 인물로 당시 정가에서 영향력이 컸다고 한다. 그의 보증은 개인적 영예이자 이후 정·관계의 활동에 큰 도움이 될 수 있었다. 두보도 이옹에게 시를 헌상했다는 기록이 있다.

전반부에서 이옹을 대붕에 비유해 설명하고 있다. “당신은 구만리 하늘을 날고 있는 대붕으로, 세상 모두가 경외하고 있다”며 상대방을 구름 위로 한껏 끌어올린다. “날갯짓으로 큰 파도를 일으킨다”는 부분은 장자의 소요유(逍遙遊)에 나오는 표현이지만, 여기선 일종의 아부로 들린다.

그런 뒤 자신을 소개한다. “지금은 초라하고 보잘것없어 보이지만 당신처럼 대붕이 될 수 있는 재목”이라고. “세상 소인배들은 내 높은 뜻이 허황되다고 비웃지만, 당신은 나를 미래의 대붕으로 키워주길 바란다”고 자신을 자랑하고 있다. 이 뜻을 나타내려 공자가 말한 후생가외(後生可畏:젊은이들은 훗날 앞 세대보다 더 발전할 수 있기에 두려워할 만하다)란 말도 빌려 쓰고 있다.

구직을 위한 자기소개서치고는 대단히 건방지다는 생각이 든다. 이백의 시를 보면 항상 자신만만하다. 천재는 자신이 천재라는 것을 아는 것 같다.

요즘 청년실업이 심각하다. 대학생들이 직장을 구하기 위해 자기소개서를 수없이 작성하고 있다. 스펙을 쌓기 위해서도 노력한다. 진입장벽을 낮추기 위해 스펙 없는 세상을 꿈꾸기도 한다.

이백도 스펙이 부족했다. 당시는 신분사회였고, 이백은 귀족 출신이 아니었다. 진입장벽이 높을 수밖에 없었다. 자신의 처지에 어울리지 않는 큰 꿈을 꾸고 있다고 비웃음도 많이 받았던 모양이다. 그럼에도 이렇게 자신만만하게 자기소개를 하고 있다. 젊은이들이여 희망을 잃지 말자.

김상규 < 조달청장 skkim61@korea.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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