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때 구몬학습 푼 고객
교원 정수기·화장품 쓰고
상조 서비스까지 평생 연결
M&A 대신 내부사업 집중
[ 안재광 기자 ] “교원그룹 누적 고객 수가 1000만명을 넘습니다. 우리 고객으로 평생 인연을 맺게 합시다.”
장평순 교원그룹 회장(사진)이 ‘평생 인연’이란 키워드를 꺼낸 것은 작년 11월이다. 창립 30주년 행사장에서였다. ‘구몬학습’ ‘빨간펜’ 등 교원의 학습지를 풀고 전집책을 보며 ‘교원웰스’ 정수기로 물을 마시고 성장한 고객이 교원의 진정한 자산이란 의미였다. 이 ‘자산’을 잘 관리하는 데 앞으로 교원그룹의 역량을 집중하겠다는 의지도 담겼다. 장 회장은 올 신년사에서도 “사업부별 소통을 강화하라. 그래야 고객과 평생 인연을 맺을 수 있다”고 말했다.
◆“방판으로 확보한 고객이 자산”
장 회장이 평생 인연을 강조한 것은 교원그룹의 독특한 판매방식 때문이다. 이 회사 제품 대부분은 방문판매 형태로 팔린다. 매장에서 살 수 있는 제품이 거의 없다. 그러면서도 О?1조원 안팎의 매출을 거둔다.
학습지는 교사가 집을 방문해 아이들을 지도하고 판매까지 한다. 정수기 비데 공기청정기 등 생활가전 부문도 방문관리원을 통해 관리와 판매가 함께 이뤄진다. 화장품과 상조서비스 등 교원의 다른 제품도 방판 위주다.
이 판매 방식의 핵심은 고객 관리다. 판매원과 고객 간 ‘스킨십’이 중요하다. 한 번 관계가 맺어지면 오래가는 게 특징이다. 친해지면 고객이 다른 고객을 소개시켜 주는 일도 흔하다. 장 회장은 이런 관계를 ‘인연’으로 표현하며 ‘중간에 끊기지 말고 지속적으로 제품을 팔 수 있는 사업을 구상하라’고 지시한 것이다.
교육사업 대상을 유치원과 초등학교 저학년 위주에서 중·고등학생까지 확장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2009년 인터넷 강의 전문업체 하이퍼센트를 인수한 것도 이런 맥락에서다. 하이퍼센트의 주된 타깃은 중학생이다.
생활가전 또한 대상 연령대를 넓혀가고 있다. 독신자 가구, 신혼부부 등을 잡기 위한 ‘맞춤형 제품’을 속속 내놓고 있다. 지난해 출시한 저렴한 가격의 직수형 정수기, 분유 전용 정수기 등은 이들을 타깃으로 하고 있다.
◆M&A 팀 해체 후 내부역량 집중
수 년 전만 해도 장 회장의 주된 관심은 내부 고객보다는 덩치 키우기를 통한 사업 확장에 있었다. 기업 인수합병(M&A)을 여러 번 시도했다. ‘명분’과 ‘실탄’이 모두 있었다. 2009년 그룹 매출이 처음 1조원을 넘은 뒤 정체된 상태 【?교원그룹은 새 성장동력이 필요했다. 유동자산 등 당장 동원 가능한 현금은 1조원에 달했다.
가장 먼저 들여다본 것은 금융분야였다. 2010년부터 저축은행과 보험사 인수를 추진했다. 2013년 동양매직이 매물로 나왔을 때는 가장 유력한 후보로 꼽혔다. M&A 전담팀을 꾸리고 회계사와 컨설턴트를 영입했다.
하지만 검토 단계에서 번번이 접었다. 인수 가격이 터무니없이 높다는 게 장 회장의 판단이었다. “지나치게 보수적”이라는 비판도 나왔다. 하지만 장 회장은 ‘한 번의 잘못된 M&A로 그룹을 위기에 직면하게 하면 안 된다’는 생각이 강했다. 사업 구조가 비슷한 웅진그룹이 건설·태양광 등으로 사업을 확장하다 2012년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에 들어간 것도 영향을 준 것으로 알려졌다.
동양매직 인수 포기 후 교원그룹은 M&A팀을 해체하고 ‘신규 사업팀’으로 이름을 바꿨다. 지금의 ‘경영전략팀’이다. M&A를 강하게 주장한 일부 임원도 회사를 떠났다.
교원그룹 관계자는 “잘 모르는 산업에 진출하는 일은 당분간 없을 것 같다”며 “교원그룹이 영위하는 사업 틀 안에서 새로운 시도가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안재광 기자 ahnj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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