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코스닥시장에 상장한 인공호흡기 생산업체 맥아이씨에스의 김종철 사장은 초음파 전문 의료기기 업체인 메디슨 출신이다. 한양대 전자통신공학과를 나온 김 사장은 메디슨 설계실장을 거쳐 1998년 창업전선에 뛰어들었다. 선진국 일부 기업이 독점하던 인공호흡기를 국산화했다. 그는 “메디슨 근무 시절 기업가 정신을 배운 게 창업하는 데 큰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80여개국에 생체신호계측기를 수출하는 바이오넷의 강동주 사장도 메디슨이 ‘친정’이다. 1993년 메디슨 기술연구소에 입사한 강 사장은 메디슨 자회사인 바이오시스 대표를 맡으면서 생체신호 계측기와 인연을 맺었다. 그 뒤 메디슨 사옥 내 사무실 한쪽에서 1999년 바이오넷을 설립했다.
창업기업만 100여개 달해
의료기기 업계에서 ‘메디슨 사단’이 주목받고 있다. 메디슨 출신들이 설립한 회사가 100여개에 달할 정도로 창업가들이 유달리 많아 의료기기 업계의 ‘황금 인맥’으로 통한다.
한국디지털병원수출사업협동조합(KOHEA)에 따르면 메디 ?출신이 창업한 기업은 지난해 말 기준 상장사 13개, 비상장사가 70개에 달한다. KOHEA 관계자는 “휴업 중이거나 다른 기업에 합병된 기업 20여개를 포함하면 메디슨 사단이 세운 회사는 100여개에 이른다”고 설명했다.
메디슨 임직원이 투자사나 공동프로젝트 수행자로 창업한 기업도 메디슨 사단에 포함된다. 생체신호모니터업체인 메디아나를 비롯해 엑스레이업체 뷰웍스, 심장충격기업체 씨유메디칼시스템, 약국자동화시스템업체인 제이브이엠 등이 주식시장에 상장했다. 길문종 메디아나 사장은 메디슨 해외영업부장 출신이고, 이상경 유비케어 사장은 연구소 출신이다.
메디슨 해외법인장 출신으로 KOHEA 상근책임자로 있는 김태형 상무는 “메디슨 출신 기업이 2014년 올린 매출은 약 1조1100억원(상장기업 약 6700억원, 비상장기업 4600억원)에 달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메디슨은 1985년 문을 열었다. KAIST 전자공학박사 출신 이민화 씨(현 벤처기업협회 명예회장)가 이 대학 출신 등 7명과 창업한 메디슨은 3차원 초음파진단기를 세계 최초로 선보이며 화제가 됐다. 2002년 초 자금난으로 부도가 난 뒤에는 법정관리 등 우여곡절을 겪었다. 이후 2010년 삼성전자에 인수돼 삼성메디슨으로 바뀌었다.
“메디슨에는 창업의 피가 흐른다”
메디슨 출신들의 창업은 지금도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서울대 의학박사인 최승욱 사장은 2013년 모바일헬스 관련 소프트웨어업체인 아이알엠을, KAIST 전기전자공학과 석사 출신인 계상범 한소노 사장은 지난해 1월 초음파영상기기 업체를 창업했다.
이들이 창업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까닭은 무엇일까. 최승욱 아이알엠 사장은 “메디슨에 다닐 때 창업에 대해 수없이 얘기를 들었다”며 “메디슨에 몸담았던 사람들의 피에는 창업 DNA가 흐른다”고 말했다. 메디슨은 사내벤처제도와 엔젤투자 등을 통해 직원들의 창업을 독려했다. 이런 제도와 투자를 통해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들이 직접 기술을 개발하고 제품을 생산해 시장개척에 나서도록 지원했다.
메디슨 창업자 이민화 벤처기업협회 명예회장은 “창업 초기부터 샐러리맨이 아니라 기업가를 키우는 데 힘을 쏟았다”며 “샐러리맨은 기껏해야 2배의 성과를 올리는데 기업가는 10배 이상의 성과를 거두기 때문에 벤처기업 샐러리맨도 기업가 정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낙훈 중소기업전문기자/조미현 기자 nh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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