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지주사 위한 지분 재편 '가속화' 관측
[ 류시훈 / 김현석 기자 ] 삼성생명이 삼성전자가 보유한 삼성카드 지분 37.45%를 전량 인수하기로 했다. 삼성전자를 포함한 비금융 계열사가 보유한 금융계열사 지분을 삼성생명에 몰아줘 중장기적으로 금융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하려는 움직임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삼성생명은 28일 이사회를 열고 삼성전자가 보유한 삼성카드 지분 37.45%(4339만3170주)를 1조5404억원(주당 3만5500원)에 매입하는 안건을 의결했다. 삼성카드 지분 34.41%를 보유한 2대 주주인 삼성생명은 이번 지분 인수로 최대주주(지분율 71.86%)가 된다.
삼성 고위 관계자는 “삼성전자의 삼성카드 지분은 과거 카드사태 때 자본 확충을 지원하기 위해 출자했던 것으로 삼성전자 사업과 무관하다”며 “비금융회사가 가진 금융사 지분을 사업적 관계가 있는 금융계열에 넘기기로 한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그룹은 2013년 12월 삼성생명이 삼성전기 삼성물산 삼성중공업이 보유한 삼성카드 지분을 사들인 것을 시작으로 비금융사의 금융계열사 지분을 삼성생명으로 속속 넘겨왔다. 삼성생명의 삼성카드 지분 關側?마무리되면 비금융사가 가진 금융사 지분은 삼성물산이 보유한 삼성생명 지분 19.3%만 남게 된다.
재계에선 이번 지분 매입이 중장기적으로 삼성생명을 금융지주회사로 전환하려는 포석일 것으로 보고 있다. 현행 금융지주회사법에 따르면 금융지주회사가 되기 위해서는 상장 금융자회사의 주식을 30% 이상, 비상장사 주식은 50% 이상 보유하고 모든 자회사의 1대주주가 돼야 한다. 삼성생명은 삼성화재(15.0%), 삼성증권(11.1%), 삼성카드(37.45%), 삼성자산운용(100%) 등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삼성전자가 보유한 삼성카드 지분 인수를 통해 1대주주 요건을 충족할 수 있게 된 셈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삼성생명은 삼성화재, 삼성증권의 1대주주인 만큼 향후 두 회사의 지분을 추가로 인수해 ‘30% 이상’ 요건도 맞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장기적으로 삼성그룹이 삼성물산을 지주회사로 두고 삼성전자를 전자 계열사의 중간 지주회사, 삼성생명은 금융 계열사의 중간 지주회사로 거느리는 지배구조를 도입할지 모른다는 전망도 나온다.
삼성 관계자는 이에 대해 “현재로선 결정된 게 없지만 환경이 변하면 검토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일반 지주회사가 중간금융지주회사를 통해 금융회사를 손자회사로 거느릴 수 있도록 허용하는 내용이 담긴 공정거래법 개정안을 염두에 둔 것이다. 개정안이 통과되면 삼성물산-삼성생명-금융계열사로 연결되는 지배구조가 가능해진다.
개정안이 통과되더라도 현행 금융지주회사법에 따라 삼성생명이 가진 삼성전자 지분 7.2%의 전부 또는 일부를 처분해야 하는 문제가 남는다.
류시훈/김현석 기자 bad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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