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둑 정복한 뒤 무인차·기후예측에 활용"
"3000만개 기보 학습, 사람의 뇌처럼 신경망 훈련
이세돌 9단 이길 확률 50%"
[ 추가영 기자 ]
“우리가 마침내 바둑을 정복한다면 이를 바탕으로 자율주행차나 기후 예측, 질병 치료 등 분야에 적용할 수 있는 범용 알고리즘으로 활용하겠다.”
데미스 하사비스 딥마인드 창업자는 28일 국내 언론과의 화상 기자회견에서 이같이 말했다. 구글이 2014년 인수한 인공지능(AI) 전문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 딥마인드는 현재 프로 바둑기사 5단 수준의 실력을 갖춘 ‘알파고’를 개발했다. 알파고는 오는 3월 100만달러의 상금을 놓고 프로 바둑기사 이세돌 9단과 서울에서 다섯 차례 대국을 치른다.
하사비스 창업자는 “이 9단은 바둑에서 테니스의 황제인 로저 페더러와 같은 존재”라며 “만약 알파고가 이 9단을 이긴다면 1997년 딥블루의 승리 이후 인공지능 분야의 최대 분수령으로 기록될 것”이라고 했다.
IBM이 개발한 인공지능 프로그램인 딥블루는 1997년 세계 체스 챔피언인 게리 카스파로프를 꺾은 바 있다.
하사비스 ♥汰渼?“체스는 포지션마다 평균 20개의 다음 수가 있지만 바둑은 거의 200개가 있고 바둑판을 배열하는 경우의 수는 우주에 존재하는 원자의 수보다 많다”며 “바둑이 논리가 아닌 직관적인 게임이라고 불리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그는 알파고가 이 9단과의 대결에서 승리할 가능성을 ‘반반’이라고 전망했다.
딥마인드는 알파고에 사람의 뇌신경과 유사한 알고리즘을 도입했다. 하나의 신경망이 다음번 돌을 놓을 위치를 선택하면 또 다른 신경망은 그에 따른 승률을 예측한다. 또 바둑기사들의 대국을 바탕으로 3000만개의 수(手)를 추출해 알파고의 신경망을 훈련시켰다.
알파고는 현재 57%의 확률로 상대방의 움직임을 예측할 수 있는 수준이 됐다. 자체 신경망끼리 수천만 번 바둑을 두고 시행착오를 통해 연결 고리를 조정함으로써 스스로 새로운 전략을 발견하는 법을 배웠다.
데이비드 실버 딥마인드 연구총괄은 “하루 24시간 쉼 없이 한 달에 100만번 대국하기 때문에 인간으로 치면 연간 1000번씩 1000년간 경기한 것과 같다”고 말했다.
알파고는 지난해 10월 유럽 바둑 챔피언이자 중국 프로 바둑기사인 판후이 2단과의 대국에서 다섯 번 모두 승리했다. 판 2단은 “첫 게임에서 알파고는 싸우는 것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 것 같다는 느낌을 받았다”며 “두 번째 판부터 공격적으로 바둑을 둬 알파고의 실수를 이끌어내기도 했지만 끝내 모든 판을 다 지고 말았다”고 했다.
페이스북도 바둑 인공지능 개발에 적극 나서고 있다. 마크 저커버그 창업자 겸 최고경영자(CEO)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과학자들이 컴퓨터에 바둑을 가르치려고 시도한 지 20년이 지났다”며 “우리는 6개월 동안 인공지능을 개발해 왔으며 (목표에) 가깝게 다가서고 있다”고 소개했다.
저커버그 창업자는 “인공지능을 두려워해서는 안 된다”며 “인공지능이 질병을 진단해 생명을 구하고, 새로운 행성을 찾고, 지구의 기후에 대해 이해하도록 도와줄 것”이라고 강조했다.
추가영 기자 gychu@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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