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정우의 현장분석] 폴란드 홀린 원조 한류 '태권도'… 중유럽 확산 기대

입력 2016-01-28 23:06   수정 2016-01-30 03:28

●태권도 수련인구 전국 2만여명...전국 도장수 연 15% 이상씨 증가
●지난해 유럽 최초 '가족 품새 대회' 열어... 올해 4개 대회로 확대
●K팝 동호인 5천여명... '코리아 프리미엄'으로 한류 시너지 기대




"준비~ 몸통 돌려차기. 하나, 둘, 셋, 넷, 태! 권! 도!" 지난 26일 폴란드 비드고시치시 시내에 위치한 제스폴 슈콜 체육학교. 오후가 되자 삼삼오오 모여든 300여명의 학생들의 우리 말 소리가 체육관에 울려 퍼졌다. 한글 구령에 맞춰 태권도 동작을 따라하는 이들은 세계태권도평화봉사재단(총재 이중근)과 폴란드태권도협회(회장 알투르 흐미엘라쉬)가 준비한 공개 수업을 받기 위해 모인 학생과 가족들. 사전 신청제로 운영된 이날 강연에는 1587명이 사전 신청해 5:1 이상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8살 자녀와 함께 체육관을 찾은 카밀라 그라빈(35)씨는 "남편과 함께 K팝을 즐겨 듣는데 태권도가 한국어까지 함께 배울 수 있어 딸에게도 권하게 됐다"고 말했다.

◇중유럽의 중심… 태권도 수련생만 2만여명

유럽의 교통 요지 폴란드의 태권도 열기가 매섭다. 폴란드내 태권도를 즐기는 인구는 약 2만여명으로 추산된다. 전국적으로 분포된 스포츠클럽과 학교, 체육관, 전문 태권도장 등에서 태권도를 배울 수 있다.

늘어나는 태권도장 수도 열기를 가늠케 한다. 폴란드태권도협회에 따르면 협회에 등록된 폴란드내 태권도 수련 시설 숫자는 모두 150여개. 이는 지난 3년간 매년 15% 이상씩 꾸준히 늘어난 결과로 유럽내 MMA(종합격투기)의 인기가 폭발적이란 점을 감안하면 이례적이란 평가까지 나온다.

태권도를 즐기는 참여 문화도 독특하다. 품새와 겨루기 등 수련은 기본이고 태권도의 문화적 가치를 공유하려는 공감대가 더해지면서 가족형 스포츠로 각광 받고 있다. 그라빈씨 가족처럼 온 가족이 함께 태권도를 즐기기 때문에 K팝이 음악이 흐르는 체육관엔 수강생과 부모, 형제 자매 등이 동행해 수련 모습을 관람하거나 동참한다. 도복에 본인과 가족들의 한글 이름을 적는건 오래된 유행일 정도.

늘어나는 관심에 비해 한국인 사범수는 턱 없이 부족하다. 세계태권도평회봉사재단이 지난 2013년부터 현지로 파견하는 봉사단 사범들의 공개 강연의 인기가 치솟는 이유다. 강철인 철인강태권도체육관 사범은 "가족을 중시하는 폴란드인들의 특성상 온 가족이 함께 태권도장을 찾는 경우가 많다"며 "태권도 수련을 통해 경기뿐만 아니라 인사 예절과 한글, 기본적인 한국말까지 습득할 수 있기 때문에 어린 자녀에게 태권도를 가르치려는 젊은 부모들이 늘어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태권도 가치의 재발견… 현지 협회 한 몫

폴란드 태권도는 지난달 16일 터키 이스탄불에서 열린 '2016 리우올림픽' 유럽 최종전에서 사상 처음으로 2명의 선수가 올림픽 출전권을 획득했다. 그간 2004년 그리스올림픽(여자부)과 2012년 런던올림픽(남자부)에 각각 1명의 선수를 출전시켰지만 2명의 선수가 올림픽에 출전하기는 1977년 협회 창설 이례 처음 있는 쾌거다.

성과의 중심엔 폴란드태권도협회가 있다. 지난 2012년부터 협회를 이끌고 있는 알투르 흐미엘라쉬(50) 폴란드태권도협회장이 '북한 태권도'라 불리는 국제태권도연맹(ITF) 체제를 IOC(올림픽위원회) 산하의 세계태권도연맹(WTF)으로 전향, 국제 네트워킹 강화와 경기력 향상에 노력한 결과다.

경기력뿐만이 아니다. 지난해부터 폴란드태권도협회는 온 가족이 함께 출전하는 가족 품새 경연대회를 개최하고 있다. 유럽 지역에선 최초 열렸던 대회로 전국에서 500여명이 신청, 성황을 이뤘다. 기대 이상의 관심에 올해부터는 대회 수를 총 4개로 늘려 운영 할 방침이다.

알투르 흐미엘라쉬(50) 폴란드태권도협회장은 "한국 대사관과 문화원, 현지 지정부 등과 협력해 다양한 태권도 알리기에 힘쓰고 있다"며 "부모들과 학교측의 호응이 좋아 올해부터는 일선 초,중,고교에 태권도를 정규수업으로 넣을 수 있도록 교육 당국과 협의중에 있다"고 말했다.

◇태권도 통한 '코리아 프리미엄' 기대… 요충지 자격 갖춰

태권도는 올림픽 정식 종목이다. 게다가 수련 과정에는 다른 종목에서 찾아 볼 수 없는 예절과 정신을 강조하고 매력적인 교육 콘텐츠로도 인기가 높은 '코리아 프리미엄'의 원조로 평가 받는다.

폴란드의 태권도 열풍이 반가운 이유는 삼성, LG 등 한국 제품에 대한 선호도가 두드러지게 높은 시장인데다 유럽의 교통 요지란 점에서 태권도의 문화적 확산에 요지가 될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감 때문이다. 헝가리와 체코, 슬로바키아는 물론 유럽의 중심 독일에 이르기까지 '코리아 프리미엄'을 전파할 수 있는 전략적 요충지로써 손색이 없다.

정부의 노력도 적극적이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지난 2014년부터 세계태권도평화봉사재단을 폴란드 현지에 파견해 태권도 알리기를 이어가고 있다. 현지 한국문화원 등과 협력을 통해 각종 문화 행사에 태권도를 K팝과 함께 대표 콘텐츠로 적극 내세우고 있다. 지난해 9월 세계태권도평화봉사재단이 바르샤바의 구시가지(올드타운) 잠비코 광장에서 펼친 태권도 개릴라 시범공연엔 관광객과 바르샤바 시민 등 1000여명이 운집해 현지 공영방송과 일간지 등에 소개되면서 화제가 되기도 했다.

김현준 폴란드 한국문화원장은 "폴란드 시장은 전체 유럽중 6번째로 큰 규모를 갖췄고 K팝 동호인만 5천여명에 육박하며 크고 작은 공연만 연 10여회 열린다"며 "최근 지역 공중파 라디오에선 K팝 음악 전문으로 방송 프로그램이 생겼을 정도"라고 말했다.

또 그는 "경기 태권도와 더불어 재미와 교육적 가치를 가미한 새로운 문화 콘텐츠로 태권도가 보급된다면 K팝, 한류 등과 시너지를 높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덧붙였다.

비드고시치시(폴란드)= 유정우 기자 seeyou@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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