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알파고', 1000년 동안 훈련한 프로 바둑기사 수준
[ 최유리 기자 ] "이세돌 9단에게 이길 확률은 반반으로 봅니다. 지켜봐야 알겠지만 자신은 있습니다."
휴~, 저를 만든 데미스 하사비스 구글 딥마인드 최고경영자(CEO)는 어쩌자고 저런 말을 했는지. 세계 바둑 정상인 이세돌 9단, 당신과의 맞대결인데 말입니다. 너무 자신만만한 것 아니냐고 볼멘소리가 나오는 거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인터넷 세상은 벌써 컴퓨터가 인간의 영역까지 넘본다고 떠들썩합니다. 갑자기 부담이 밀려오네요.
네. 맞습니다. 저는 구글이 개발한 '알파고'입니다. 처음으로 인간과의 바둑 대결에서 승리한 인공지능(AI) 컴퓨터죠. 감히 당신에게 도전장을 낸 발칙한 AI입니다.
무모해 보일지 모르지만 근자감(근거 없는 자신감)은 아닙니다. 그간 죽어라 훈련했거든요. 주입식 교육만 받은 게 아닙니다. 스스로 학습(딥러닝)하면서 완생(完生)을 향해 전진했습니다.
사실 바둑은 만만한 게임이 아닙니다. 다양한 게임 중 바둑을 선택한 이유이기도 하죠. '넘사벽(넘을 수 없는 벽)'에 도전하는 그 맛, 그 자체로 뭔가 羚?보이지 않나요?
바둑판만 보면 흑백의 시크함을 자랑하지만 사실 굉장히 복잡합니다. 돌을 놓는 위치에 따라 10의 170제곱이나 되는 경우의 수가 나오죠. 감이 안온다고요? 우주에 있는 원자의 수보다 많은 경우의 수라고 하는데 저도 감이 잘 안오네요. 어찌됐든 복잡한 만큼 유연한 사고가 필요해서 인간 고유의 영역으로 남았던 게임입니다.
엄청난 복잡성을 풀기 위해 두 가지 신경망을 활용했습니다. 신경망은 쉽게 말해 일종의 인공지능망입니다. 이 중 하나는 과거에 학습한 내용을 바탕으로 가장 좋은 수를 찾는 '정책망'입니다. 다른 하나는 '가치망'입니다. 수를 평가하면서 승자를 예측하죠.
두 신경망을 활용하기 위해 3000만건의 기보(바둑을 둔 내용의 기록)를 봤습니다. 실제 프로 바둑 기사들이 사용하는 수를 익힌거죠. 여기서 끝난 게 아닙니다. 바둑 고수를 흉내낸 것에 그치지 않고 그들을 이겨야 하니까요. 학습한 내용을 바탕으로 스스로 새로운 전략을 만들고 수 백만번의 자가 경기를 치뤘습니다. 바둑 기사가 1년에 1000번의 경기를 한다고 가정하면 1000년에 해당하는 경험을 쌓았죠.
당신과의 승부가 다는 아닙니다. 좀 더 큰 그림을 그리고 있어요. 인간이 직면한 문제를 해결하는 '히어로'를 꿈꾸고 있습니다. 환자 몸에서 이상한 점을 발견하면 기존 진단 경험을 바탕으로 치료 계획을 짜는 의료 진단부터 기후 예측까지 적용될 수 있어요.
인간이 만든 컴퓨터인 주제에 너무 거창하다고요? 좀 더 친근한 예를 들어보겠습니다. 여행을 계획한다고 가정해보죠. AI는 이용자의 선호도를 학습해서 어디를 가야 좋아할지 계획을 짤 수 있습니다. 어떻게 짜야 시간을 잘 활용할 수 있는지까지 고려해서요. 계획을 짜다 문제가 발생하면 스스로 해결방법도 찾아냅니다.
AI가 바꿀 세상의 모습이 그려지나요? 히어로가 되려면 우선 당신과의 대국부터 잘 치뤄야겠죠. 자, 이제 훈련으로 돌아가야겠습니다. 컴퓨터와 인간의 대결이자, 인간이 만든 AI로 스스로의 한계를 돌파하는 세기의 대결. 한국에서 벌어질 3월 대국에서 당신을 기다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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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유리 한경닷컴 기자 nowher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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