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산경영상] "시장은 넓고 고객은 널려 있다…기업가 정신은 어려울 때 더 빛난다"

입력 2016-01-29 18:30   수정 2016-08-20 14:52

한자리 모인 대한민국 '기업 영웅'

다산경영상 수상자 신년회
세상은 빠르게 바뀌는데 국내는 '깜깜'
시장 선점하지 못하면 이길 수 없는 시대
성공한 '한국식 모델'로 해외시장 뚫어야



[ 안재광/도병욱 기자 ] 역경을 헤치고 새 길을 개척해 가는 ‘기업 영웅’들은 달랐다. 녹록지 않은 환경은 핑계일 뿐이라고 했다. 어렵다고 움츠러들면 누가 대한민국의 미래를 개척하느냐며 의지를 불살랐다. 국회가 아무리 발목을 잡아도 탓하지 않았다. 고급 기술을 앞세워 세계 최대 시장인 중국과 미국 시장을 장악할 수 있다는 자신감도 충만했다. 지난 28일 서울 소공동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열린 ‘다산경영상 역대 수상자 신년 인사회’ 자리에서다. 이들의 말에서는 한계를 돌파해 새로운 시장을 개척해 가는 불굴의 기업가정신이 물씬 묻어났다. 기업가 정신은 어려울 때 더 빛난다는 말을 실감할 수 있었다.

허영인 SPC그룹 회장

미국에서 성공하면 세계 어디서라도 성공할 ?있다. 지금까지 미국에선 파리바게뜨 직영점만 운영했다. 올해는 바꿨다. 한국식 가맹점 영업을 할 계획이다. 다음달 가맹 1호점을 연다. 프랑스에 진출할 때 현지 언론은 우리를 ‘한국의 다국적 베이커리 공룡그룹’이라며 경계감을 보였지만, 결국 우리가 프랑스 빵 문화를 널리 알린다는 것을 프랑스 사람들이 알아줬다. 프랑스 정부로부터 훈장도 받았다. 다음달이 되면 제과점 출점 규제가 시작된 지 3년이 된다. 동네 빵집에서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했는데, 정부가 규제를 하는 것이 아쉽다.


최양하 한샘 회장

올해 매출 2조원을 넘길 전망이다. 국내 가구시장 규모와 한샘의 능력을 감안하면 매출을 10조원까지 늘릴 수 있다. 세계 1위 가구업체인 이케아의 매출은 약 40조원이다. 국내에 안주하면 ‘우물안 개구리’가 된다. 시장이 빠르게 커지고 있는 중국에 적극 진출할 예정이다. 약 1000억원을 투자해 인테리어 소품을 한꺼번에 판매하는 국내의 비즈니스 모델을 그대로 가져가려 한다.


윤석금 웅진그룹 회장

그룹 모태가 된 출판에서 새로운 시도를 하고 있다. 종이책과 인터넷을 접목했다. 코웨이의 렌털(대여) 방식에서 따왔다. 월 이용료를 받고 태블릿PC를 통해 책 내용을 제공하면 이용자들이 학습하도록 하는 모델이다. 출판시장이 어렵다고 포기할 생각은 없다. 시대 변화에 맞춰 기업?변하면 된다.



홍완기 홍진HJC 회장

모터사이클 헬멧 글로벌 1위지만 매출은 1000억원대에 불과하다. 특수 제품이기 때문이다. 올해는 베트남 시장을 공략할 예정이다. 베트남은 연간 1000만대 시장이다. 이 중 10%를 차지하는 것이 목표다.


손동창 퍼시스 회장

가구가 중소기업 적합업종으로 지정되면서 퍼시스는 조달시장에서 퇴출됐다. 매출의 40%가 하루아침에 사라졌다. 그동안 힘든 시기를 겪었는데 잘 극복했다. 매출이 과거보다 더 늘었다. 주택 경기가 좋아서 덕을 본 점도 있다. 올해는 주택경기가 좋지 않을 것 같다. 위기는 기회이기 때문에 올해를 새로운 도약의 해로 삼겠다.



김승호 보령제약 회장

제약산업은 생명을 다루기 때문에 매우 보수적이다. 그러면서도 최첨단 기술을 확보하지 않으면 안 된다. 개발에만 10년 이상 걸린다. 현재 40여개국에서 제품을 판매하고 있다. 미국 일본 등 선진 시장도 중요하지만 아직 기회가 많은 신흥국 시장에서 승부를 봐야 한다. 미국과 유럽시장 공략도 게을리하지 않겠다.


윤동한 한국콜마 회장

낮은 단계의 기술은 중국에 전수해야 한다. 중국이 우리 기술을 흡수해 사용하면, ‘한국 방식’이 중국에서 표준이 된다. 중국과 저가 제품 경쟁을 계속하면 안 된다. 가격경쟁력에서 이길 수 없다. 끊임없이 고급제품을 만들도록 노력해야 한다. 중국이 ‘짝퉁 제품’을 내놓으면 내놓을수록 우리는 고급제품을 만들어야 한다.


윤증현 전 기획재정부 장관

조선산업이 몰락한 스웨덴에서 마지막 골리앗 크레인이 해체되던 말뫼항구에 사람들이 모여 눈물을 흘렸다고 해서 ‘말뫼의 눈물’이란 말이 생겨났다. 이제 ‘울산의 눈물’ ‘포항의 눈물’이 되면 어쩌나 하는 걱정이 든다. 수출 전진기지인 울산과 포항에 전깃불이 꺼지고 있다. 그런데도 국회는 허송세월만 하고 있다. 대오각성을 해야 한다. 4차 산업혁명의 특징은 사람이 필요없다는 것이다. 무인항공기(드론), 무인자동차 등이 대표적이다. 일자리가 없어지고 중산층 붕괴가 일어날 수 있다. 그런데도 대한민국 정치권은 바깥세상의 일에 관심이 없다. 적절할 때 적절한 정책이 뒷받침돼야 한다.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이 국회에 제출된 지 3년이 넘었다. 파견법도 마찬가지다. 중소기업이 누구보다 목말라 하는데도 야당 반대에 묶여 있다.


정성립 대우조선해양 사장

해양 프로젝트 판단 실수 등으로 단기간에 큰 손실을 입었고 유동성 위기까지 겹쳤다. 대주주인 산업은행이 지원해 고비는 넘겼다. 올 연말이 되면 연간 4000억~5000억원 규모의 영업이익을 내는 회사로 복귀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 조선은 노동집약적 산업이다. 주도권이 중국으로 가는 것을 막을 수는 없다. 하지만 스마트공장 도입에 성공하면 중국과의 경쟁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다.


이승한 넥스트&파트너스 회장

위기에 빠르게 대응해야 한다. 과거에는 흐름이 발생한 뒤 대응하면 됐지만 이제는 선제 대응해야 살아남을 수 있다. 지금의 경영환경이 어떻게 변하는지 읽어내야 한다. 두 번째, 세 번째 닥칠 변화를 미리 읽어야 경쟁력이 생긴다. 지금 ‘어떻게 하면 대한민국을 망하게 할 수 있을까’를 고민하고 있다. 그 반대로 경영하면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서두칠 이화글로텍 회장

경영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리더의 솔선수범이다. 전문경영인으로 오래 일하다보니 창업경영인들의 특징이 보인다. 부지런하고 도전적이라는 장점이 있지만, 개선해야 할 점도 있다. 첫째 의심이 남다르다. 둘째 과정보다 결과를 중시한다. 셋째 욕심이 지나치다. 이 점만 개선하면 더욱 좋은 결과를 거둘 수 있을 것이라고 본다. 경험상 적자기업을 흑자기업으로 되돌리기 위한 비결은 리더의 솔선수범, 경영정보 공유, 사람 대접하는 분위기, 직원들을 평등하게 대우하기 등이다.


김신배 전 SK그룹 부회장

최고경영자(CEO)를 7년 했는데 매년 내공이 달라졌다. 대부분 대기업이 CEO를 너무 자주 바꾼다는 점이 아쉽다. 기업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훌륭한 CEO를 키우는 것이다. 서두칠 회장이 창업주의 세 가지 단점을 이야기했는데 이를 다른 시각으로 보면 장점으로 볼 수 있다. 의심이 많다는 것은 다른 사람이 보지 못하는 시각으로 본다는 의미다. 욕심이 많다는 것은 해내겠다는 강한 의욕으로 바꿔 말할 수 있다. 결과지향적이라는 것은 성과를 중시한다는 것을 뜻한다.


정규수 다산P&G 회장

어려움이 있었지만 작년부터 회사가 살아나고 있다. 수출이 늘고 있다. 한번 고생을 겪고 나니 어려움이 닥쳐도 마음 편하게 대응할 수 있게 됐다.


김중겸 전 한국전력 사장

가장 걱정되는 것은 기업들의 투자의지가 약해지고 있다는 점이다. 기업인의 기를 꺾는 사회분위기가 우선적으로 개선돼야 한다.


▶전문은 한경닷컴(www.hankyung.com)에 게재합니다.

안재광/도병욱 기자 ahnj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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