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노동자 근로현장 가보니
"외국인 없으면 中企공장 못 돌려…한국 산업 지탱하는 일꾼들"
[ 황정환 기자 ] 29일 충북 충주의 자동차부품 제조업체 기어메카(사장 신경호)에서 만난 모테이 씨(26·사진)는 컴퓨터로 금속을 깎는 CNC선반 조작을 맡고 있다. 캄보디아 출신인 그는 점심시간이 되자 손수 캄보디아식 생선국인 ‘마초우’를 끓여 세 명의 캄보디아인 동료와 나눠 먹었다. 2013년 말 한국에 온 그는 지난주 태어나서 가장 추운 겨울을 경험했다. 한겨울에도 날씨가 영상 25도 이하로는 좀처럼 떨어지지 않는 나라에서 왔기에 영하 10도 이하의 강추위는 견디기 힘들었다고 한다. 하지만 그의 입가엔 미소가 떠나지 않았다. 꿈이 있기 때문이다.
장남인 모테이 씨는 그는 두 명의 남동생을 대학에 보내기 위해 한국에 왔다. 월급 200여만원을 쪼개 매달 환전해 1000달러 이상을 고향 집에 보낸다. 캄보디아 사립대 등록금이 연 3000달러에 달하지만 아버지의 월급은 월 200달러에 불과했다. 모테이 씨가 아니었다면 동생들은 대학 문턱을 넘지 못했을 것이다. 그는 “나는 고등학 낢沮?나왔지만 동생들은 원하는 만큼 공부하게 해주고 싶다”며 “처음 한국에 왔을 때는 너무 춥고 음식도 안 맞아 힘들었지만 한국에서 번 돈으로 가족 모두가 미래를 꿈꿀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모테이 씨와 함께 일하는 조문철 씨(36)는 중국 동포 출신이다. 일본 대학에서 국제문학을 전공했지만 일본과 중국에서 좋은 일자리를 구하지 못해 2014년 5월 한국에 왔다. 그는 CNC선반 조작 일을 하는 도중에도 틈나는 대로 제품 불량을 확인하는 등 다른 직원의 일손을 도우며 분주하게 움직였다. 조씨는 “어디서든 열심히 하면 보상이 따라온다는 믿음이 있다”고 강조했다. 일이 끝난 뒤에는 인터넷 강의 등을 통해 CNC선반 조작을 추가로 공부한다는 그는 “제대로 배워 이 분야 최고의 숙련공이 될 것”이라고 의욕을 보였다. 신경호 사장은 “한국의 소형 공장들은 대부분 이주노동자가 있어야 돌아간다”며 “타국에서 일하는 이주노동자들을 대한민국 산업을 지탱하는 일꾼으로 바라봐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국내에서 일하는 이주노동자는 총 93만8000여명(작년 5월 기준). 이 중 46.3%는 제조업, 19%는 도소매 및 숙박·음식점업에서 일하고 있다. 제조업 이주노동자들은 전체 중소기업 노동력의 약 7%를 차지하고 있다. 국제이주기구 이민정책연구원에 따르면 이들이 가족 생활비 등으로 본국에 송금하는 돈은 지난해 기준 40억달러 정도다.
충주=황정환 기자 jung@hankyung.com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