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ver Story] 시장은 불평등 양산·이윤은 부도덕…좌편향된 '왜곡' 10가지

입력 2016-01-29 21:15  

커버 스토리 - 시장경제 오해와 편견들


자본주의와 사회주의의 경쟁은 확실히 판가름이 났다. 사유재산 보호, 공정한 경쟁, 자율을 골자로 하는 본, 서유럽은 경제·사회·문화적으로 ‘선진국’에 먼저 진입했다. 반면 중국 북한 쿠바 동유럽 등 사회주의 경제체제를 상대적으로 늦게까지 고수한 국가들은 ‘후진국’이란 불명예스러운 이름을 오래 달아야 했다. 중국의 경제력이 급속히 커지기 시작한 건 1980년대 시장경제 원리를 도입하면서부터다. 동유럽 국가들도 구소련 체제가 무너지면서 사회주의 경제체제를 포기하고 시장경제를 받아들였다. 북한은 여전히 시장경제를 외면한다. 결과는 피폐와 굶주림이다. 이처럼 자본주의 시장경제의 우월성은 분명해졌다. 하지만 일부는 여전히 시장경제의 참 의미를 왜곡한다.

(1) 자본주의는 약육강식?

시장경제를 왜곡하는 사람들이 흔히 내거는 말이 ‘약육강식(弱肉强食)’이다. 강한 자가 약한 자를 짓누르고 번영한다는 생각이 깔려 있다. 이는 경쟁에서 승자와 패자를 잘못 이해?데서 생긴 오해다. 시장경제는 누구에게나 기회가 주어지는 열린 사회다. 거기서 열심히 노력해 소비자의 선택을 받는 자가 승자가 된다. 약자는 강자에게 잡아먹힌 것이 아니라 소비자의 선택을 받지 못한 것이다. 물론 부당한 방법으로 경쟁에서 이긴다면 법(공정거래법)으로 막아야 한다. 사회를 강자와 약자 두 집단의 갈등으로 보는 것은 사회주의 창시자인 마르크스의 주장이다. 그런 이론을 근거로 한 사회주의는 실패로 끝났다.

(2) 많은 이윤은 부도덕?

기업이 존재하는 궁극적 이유는 ‘이윤’이다. 기업이 이윤을 낸다는 것은 경제적으로 가치있는 일을 한다는 메시지다. 다시 말해 사회의 희소한 자원을 가장 효율적인 방법으로 재화 서비스를 생산해 이를 원하는 소비자에게 공급하고 있다는 의미이다. 만일 기업이 이윤을 내지 못한다면 그 기업이 사용하고 있는 인력 등의 자원을 다른 곳으로 배치해 사용하도록 해야 합리적이다. 이윤을 많이 낸다는 것은 사람들의 삶의 질을 높이고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삼성전자나 미국의 애플사가 많은 이윤을 내는 것은 사람들이 필요로 하는 디지털 기기를 다른 기업보다 먼저 개발했기 때문이다. 최근 들어 기업의 사회적 책무가 강조되면서 기업의 목표가 이윤이 아니라 사회적 책임이라고 오해하는 학생도 있다. 사회적 책임도 기업이 이윤이 났을 때 할 수 있다. 이윤을 많이 내는 기업이 세계적 기업이고 우리가 자랑해야 할 기업이다.

(3) 기업가는 부패?

처신이 바르지 못한 기업가 얘기가 간혹 뉴스에 나온다. 회계를 조작하고, 공금을 횡령·유용하는 것이 대표적 사례다. 법의 처벌을 받은 기업인도 있다. 이를 두고 기업인은 부패한 집단이라고 말하기도 한다. 하지만 일부의 잘못을 전체로 확대하는 건 오류다. 기업가는 본질적으로 기업 경영을 책임지는 전문가다. 즉 기업가는 사람들이 좋아할 만한 재화나 서비스를 찾기 위해(즉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해) 끊임없이 새로운 시장을 개척한다. 그러다 보니 기업가의 활동에는 늘 위험이 뒤따른다. 그러한 기업가의 모험적인 시장 개척 활동이 있었기에 우리는 보다 나은 문명 생활을 할 수 있게 됐다. 선진국일수록 유명한 기업인이 많다. 경제가 발전하려면 기업가를 존중하는 사회 분위기가 조성되어야 한다. 기업인을 존중하자.

(4) 시장은 불평등 양산?

시장경제는 자유 거래, 경쟁, 사적 소유권을 본질로 한다. 그러한 제도를 바탕으로 기업들은 새로운 제품 서비스를 저렴한 가격에 소비자에게 공급해서 이윤을 얻는다.

즉 시장경제는 본질적으로 경쟁을 전제로 하기 때문에 평등과는 거리가 멀다. 오히려 평등하지 않은 것이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우리는 흔히 정치적 평등(투표권의 평등)을 경제의 평등과 연관시켜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경제에는 평등이 있을 수 없다.

왜냐하면 경제는 1인1표가 아니라 ‘시장가격에 의해 자원이 배분되는 1원1표’의 규칙이 적용되기 때문이다. 1원1표의 시장경제는 시장에서 수요자와 공급자를 경쟁시켜 혁신을 가져온다. 시장경제는 이러한 특징으로 인류를 빈곤과 질병에서 해방시켰다.

물론 이윤추구의 자유와 소유권 제도로 인해 빈부격차가 생긴다. 그래서 많은 국가들이 빈부격차를 줄이기 위한 노력을 한다. 다만 어느 정도 빈부격차를 줄일지에 대해서는 견해가 엇갈린다. 빈부격차는 불가피하지만 너무 많이 나면 사회가 불안해질 수 있다. 빈부격차는 지니계수로 측정되는데 한국의 지니계수는 OECD 국가 중 나쁜 편이 아니다. 일부에서는 국내총소득에서 차지하는 복지예산 비중이 10.4%로 OECD 국가 중 꼴찌라고 비판하고 있으나 그렇지 않다. 우리나라의 복지예산 비중이 낮은 것은 국민연금 노령연금 등 복지제도의 도입이 유럽 국가들에 비해 늦었기 때문에 나타나는 시간 차 효과 때문이다. 지금과 같이 복지예산이 증가할 경우 복지예산 비중이 너무 커져 10년, 20년 후 우리 후손들이 큰 부담을 안을 수 있다는 게 더 큰 문제다.

(5) 경쟁은 악마?

경쟁은 때로 승자와 패자를 가르고, 앞서가는 자와 뒤처지는 자의 간극을 벌리기도 한다. 그런 측면에서 안정을 선호하는 사람이라면 본능적으로 경쟁을 싫어한다. 하지만 경쟁은 열심히 일하는 사람에게 보상을 주는 과정이므로 시장경제에서 피할 수 없다. 기업의 경쟁은 궁극적으로 소비자에게 혜택을 안겨준다. 기업은 더 좋은 제품을 더 낮은 가격으로 팔려고 경쟁한다. 창의·혁신은 경쟁의 산물이다. 자원은 늘 유한하고, 인간의 욕구는 무한하다.

(6) 정부는 전지전능하다고?

학생들은 큰 정부와 작은 정부의 차이를 잘 이해하지 못한다. 큰 정부, 작은 정부는 단순히 정부의 규모 즉, 사이즈를 의미하지 않는다. 정부 크기는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등 여러 분야에 정부가 얼마나 간섭하고 통제하느냐로 따진다. 정부가 모든 일에 ‘감놔라, 배놔라’ 하면 그것이 큰 정부다. 그래서 역사적으로 가장 큰 정부는 북한 같은 사회주의 계획경제 체제의 정부다. 무엇을 얼마나, 어떻게 만들고, 어디에 사용할지를 중앙정부가 모두 정한다.

북한은 김정은이 모든 지시와 명령을 내린다. 이런 큰 정부론은 정부가 혹은 몇몇 엘리트들이 모든 것을 알고 있다는 전지전능에 뿌리를 둔다. 소련의 스탈린, 중국의 마오쩌둥, 북한의 김일성, 쿠바의 카스트로, 베네수엘라의 차베스 정권이 대표적인 큰 정부로 분류된다. 하지만 문명이 발전하고 인구가 많은 거대 사회(great society)에서 이런 큰 정부가 제대로 작동하기 어렵다. 사람마다 선호도가 다르고, 지역마다 상황이 다르고, 재화의 희소성도 다른데 정부가 어떻게 전지전능할 수 있을까.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이자 오스트리아학파의 대표 학자인 프레데릭 하이에크는 ‘인간의 구조적 무지’ ‘지식의 한계’ 때문에 큰 정부는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고 말한다. 사회주의 경제가 망한 이유도 여기에서 찾았다. 20~30명으로 구성된 작은 원시 공동사회에서는 뛰어난 족장 한 사람이 다 할 수 있었지만 거대 사회에선 복잡성과 다양성 탓에 정부가 다 알지 못하는 ‘지식의 한계’가 있다는 설명이다.

이유는 또 있다. 정부가 항상 옳은 일만 하는 것도 아니다. 제임스 뷰캐넌-고든 털럭-멘슈어 올슨으로 이어지는 공공선택론이란 학문은 정부에서 일하는 관료도 자기이익에 따라 일하기 때문에 정부가 크면 클수록 부패하기 쉽다고 지적한다.

반면, ‘보이지 않는 손’이 등장하는 ‘국부론’의 저자 애덤 스미스는 작은 정부론을 주창했다. 정부는 국방, 치안, 사유재산권 보호, 장애인·노인·소년소녀 가장 지원과 같은 제한된 일만 해야 한다는 것이 작은 정부론이다. 정부가 다 알 수 없으므로 개인과 기업들이 자유롭게 활동하도록 해야 자원이 효율적으로 배분되고 혁신과 교환이 활발하게 일어난다고 봤다. 실제로 경제자유도가 높을수록, 즉 작은 정부일수록 잘산다는 것은 캐나다의 프레이저연구소 등이 증명했다.

(7) 세계화는 괴물?

학생들이 자주 접하는 오해 중 하나가 세계화는 괴물이라는 주장이다. 세계화는 다른 것이 아니라 개방화다. 세계화 조류에 올라타 가장 크게 성공한 나라가 바로 대한민국이다. 일제 강점기에서 해방된 후 20여년 동안 우리는 북한보다 못 살았다. 일본이 남기고 간 대부분의 당시 기간산업은 북한에 있었던 탓이다.

1970년대에 상황은 역전됐다. 북한은 자력갱생, 자급자족으로 갔고, 우리는 세계화의 길로 갔다. 세계화는 무역이다. 머리카락과 코리안 밍크(쥐털)를 팔았던 우리는 지금 수출 규모가 세계 6위에 올라있다. 물론 18세기 귀족 유스투스 뫼저는 국제무역을 혐오했지만, 그의 주장은 18세기 주장일 뿐이다. 대도시 상품과 무역이 지역과 국가경제를 파괴할 것이라고 했던 그는 한국을 봤어야 했다. 이 점에서는 임마누엘 칸트가 한 수 위다. 그는 상업정신이야말로 많은 나라가 폭력과 전쟁에서 벗어나 서로 평화롭게 살도록 한다고 봤다. 칸트의 국제평화론이 바로 상업과 무역에 근거한다는 것을 학교는 가르쳐야 한다.

(8) FTA는 나쁘다?

일부 학교에선 자유무역협정(FTA)이 중소기업과 농업 등 약자들을 파괴한다고 가르친다. 이 역시 잘못된 가르침이다. 지금 세계 국가들은 경쟁적으로 나서 자유무역협정이나 다자간 무역협정을 맺고 있다. 왜 그럴까? 손해인데도 그럴까? 아니다. 자유무역협정을 맺지 않으면 거꾸로 도태되기 때문이다.

무역의 우수성은 이미 영국 경제학자 데이비드 리카도의 비교우위론에서 확립됐다. 무역은 제로섬 게임이 아니다. 무역 당사국이 서로 이득을 보는 윈-윈, 즉 포즈티브 게임이다. 어느 한 나라가 모든 부문에서 절대우위에 있어도 교환과 무역은 서로에게 득이 된다. 변호사가 여비서보다 시간당 타이핑 속도가 빠르더라도 변호사는 타이핑을 비서에게 맡기고 사건을 수임하는 것이 더 낫다는 것은 무역에도 적용된다.

자유무역이 망국의 길이었다면 한국은 오래전에 망했어야 했다. 천연자원이라고는 하나도 없는 한국이 세계 10위권 경제대국으로 성장하고 세계 최고 수준의 평균수명을 누리는 것도 자유무역에 있다.

자급자족 경제는 원시경제다. 교환할 생각을 않고 채집과 사냥으로 하루하루 먹고사는 것이 바로 자급자족 경제다. 이런 경제체제에서는 부가가치가 늘어나지 않는다. 뒤늦게나마 세계화의 길에 나선 뒤 빈곤에서 탈출한 중국과 동유럽 국가들을 보라. 이 부문은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잉거스 디턴의 책 ‘위대한 탈출’의 주요 결론 중 하나다.

(9) 규제는 착하다?

정부와 국회가 무엇인가를 규제하는 정책을 발표하면 대부분의 학생들은 “잘한다”고 한다. 여기에는 ‘정부와 국회는 국민을 위해 일하는 대의기관’이라는 착한 생각이 깔려 있다. 정부와 국회는 늘 옳은 일만 할 것이라는 편견이다.

꼭 그렇지는 않다. 정부와 국회는 늘 선거를 의식한다. 그래서 집단적 힘이 강한 이익단체, 표를 몰아 줄 것 같은 압력단체, 인기영합적인 규제정책을 많이 만든다. 재래시장 보호를 위한 대형마트 영업시간 규제, 동네빵집 보호를 위한 프랜차이즈 빵집출점 제한, 중소기업들만 할 수 있다는 중기적합업종 규제, 아파트 분양가 상한제 등이 대표적이다. 결론은 이런 규제들이 좋은 의도를 가지고 추진됐으나 효과를 거뒀다는 통계는 없다. 경제적 자유만 묶어 일자리를 줄였다는 비판만 있다. 규제가 많은 나라일수록 이익집단에 의한 뇌물 시비가 잦다. 정부 관료들이 규제를 필요로 하는 이익집단에 설득당해 규제정책을 이끌어낸다는 조지 스티글러의 ‘포획이론’을 찾아보자.

(10) 자본주의는 물질만능주의?

자본주의 시장경제는 물 만능주의를 磅芟?세상을 각박하게 만든다는 주장도 흔하다. 지구상 여러 국가를 둘러보라. 자본주의 시장경제를 하고 있는 나라들이 얼마나 많은 문화, 예술, 여행, 독서, 종교, 언론, 집회의 자유를 누리고 있는가. 반대로 사회주의 통제경제를 하고 있는 나라에선 이런 비물질적 자유가 질식 상태다.

시장경제는 언론, 출판, 사상의 자유가 있어야 제대로 작동한다. 이것이 있어야 사유재산권과 교환, 계약의 자유가 보장된다. 맹자가 말했다는 ‘항산이 있어야 항심이 있다’는 말은 자본주의가 도덕 수준을 높인다는 뜻과 통한다. 잘살면 체면을 알고 주변의 평판을 두려워하게 된다. 약속을 어기면 교환거래에서 쫓겨나는 게 자본주의 시장경제다. 법치주의가 시장경제의 기본 가치라는 점도 알아두자.

신동열 한국경제신문 연구위원 shins@hankyung.com
고기완 한국경제신문 연구위원 dadad@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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