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일본에서는 노부모 간병문제를 해결할 방법이 없는 40·50세대가 스스로 직장을 관두고 아르바이트 등으로 생계를 꾸리면서 간병에 전념하는 ‘개호이직(介護離職)’이 사회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수년간 간병한 뒤 부모님이 돌아가시면 다시 일자리를 찾지 못하고 빈곤층으로 전락하는 경우가 상당수이기 때문이다.
한국도 일본과 상황이 크게 다르지 않다. 한국 중년층은 부모 부양을 자식 된 도리로 여기며, 자신의 노후는 스스로 해결해야 한다는 인식이 강하다. 실제로 삼성생명에서 발표한 ‘한국인의 은퇴 준비 2014’에 의하면 40대 10명 중 9명은 최근 1년간 부모에게 경제적인 지원을 제공했다고 응답하는 등 대다수가 노부모 부양에 참여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즉, 70세 이상의 노부모가 있는 중장년층 상당수가 노부모 부양에 참여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막상 노부모를 부양해야 하는 상황이 닥치면 문제가 그리 간단치 않다. 노후 거주지에서부터 상속 등의 법적인 문제, 의료비, 장기요양비 등 하나같이 쉽게 결정할 수 있는 사안들이 아니기 때문이 ? 당장 주변을 봐도 부모님이 큰 수술을 받거나 장기요양이 필요할 때 가족들 간에 갈등만 깊어지는 경우가 많다. ‘부모님이 원하시는 것’과 비용 등의 ‘현실적인 문제’ 사이에서 고민하다가 끝내 가족들끼리 얼굴 붉히는 경우가 많아서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국내 70세 이상 인구 수가 2004년 255만명에서 2014년 429만명으로 급증했다. 고령화시대로 접어들면서 이젠 나의 노후를 준비할 때 부모님의 노후 준비까지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지금이라도 부모님과 함께 노후 계획을 세워보자. 그 과정 속에서 부모님 또한 불확실한 노후에 대한 불안감, 나이 들면서 느끼는 상실감에서 오는 감정적인 스트레스를 완화할 수 있다.
미국의 주요 장기요양 서비스업체인 홈인스테드시니어케어에서는 ‘40-70규칙’이란 캠페인을 전개하고 있다. 40-70규칙이란 내 나이가 마흔이 넘고 부모님이 칠순이 지나신 지금이 바로 부모님의 노후에 대해 이야기를 나눠야 할 시점이라는 뜻이다. 40대에 접어들었다면 더 늦기 전에 본격적으로 노후 준비를 시작해야 한다. 부모님뿐 아니라 형제자매들과도 상의해 나가면서 나와 내 부모님의 노후 준비를 고민해보자.
신혜형 < 삼성생명 은퇴연구소 책임연구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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