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칼럼] 앨버트로스

입력 2016-02-01 18:04  

김선태 논설위원 kst@hankyung.com


새들의 비행 능력은 인간의 상상을 초월한다. 잿빛슴새(Puffinus griseus)는 한 해 무려 6만4000㎞를 이동한다. 몸길이 50㎝, 몸무게 0.9㎏에 불과한 녀석이 북극에서 남극까지 거리(2만㎞)의 세 배 이상을 날아다니는 것이다. 한 번 비행에서 가장 오래 나는 새는 알파인 스위프트라는 제비의 일종으로 6개월간 논스톱 비행을 한다고 알려졌다. 가장 높이 나는 새는 뤼펠즈 벌처라는 독수리 일종이다. 웬만한 항공기 고도보다도 높은 1만1300m 상공까지 날아오른다.

그런데 과학적 측정 장비가 발달하기 전, 사람들은 흔히 가장 높이, 가장 멀리, 가장 오래 나는 새로 앨버트로스를 꼽았다. 그도 그럴 것이 새 중에서 가장 큰 날개(최대 3.7m)를 가진 데다 쫙 펴고 우아하게 활공하는 모습을 보면 절로 감탄사가 나오기 때문이다. 분류상으로는 슴새목에 속한 바닷새로 겉 모습은 커다란 갈매기처럼 생겼다. 주로 남반구 바닷가나 섬에 살며 한자로는 신천옹(信天翁)이라 부른다.

신천옹이란 이름은 하늘(天)에 계신 조상(翁)이 보낸(信) 새라는 뜻에서 유래했다는 게 원로 조류학자 윤무부 교수의 설명이다. 바람이 불어야 활공하는 이 새가 고깃배 근처에 날면 풍랑이 임박했다는 뜻으로 알고 배를 돌렸다는 것이다. 후손의 안위를 걱정한 조상들이 보낸 새라는 의미다. 유럽에서는 이 새를 물에 빠져 죽은 뱃사람의 혼이라고 믿어 죽이면 불행이 온다고 생각하기도 했다. 프랑스 시인 보들레르의 ‘알바트로스’라는 시도 유명하다. 그는 하늘에서는 그렇게 우아하지만 땅에서는 뒤뚱거리며 우스꽝스럽게 걷는 이 새에 자신의 모습을 투영시켰다. 뛰어난 재능을 지닌 시인들이 대중에게 이해받지 못하고 비웃음당하는 현실을 비꼰 것이다.

골프에서 앨버트로스는 규정 타수보다 3타 적게 홀아웃한 경우를 말한다. 파5홀에서 2타, 파4홀에서 1타 만에 공을 홀에 넣는 경우다. 더블이글로도 불린다. 프로 골퍼조차 평생 한 번 할까 말까 한 대기록이다. LPGA에서 활약 중인 장하나 선수가 지난달 31일 열린 바하마클래식 3라운드 8번홀(파4·218야드)에서 티샷을 그대로 홀에 집어넣어 앨버트로스를 기록했다. 파4홀 앨버트로스는 LPGA 사상 처음이라고 한다. 마침 같은 날 열린 PGA투어 파머스인슈어런스오픈 3라운드에서도 앨버트로스가 나왔다. 제이슨 고어 선수가 18번홀(파5·570야드)에서 250야드를 남기고 친 두 번째 샷이 그대로 홀인된 것. 두 선수 모두 큰 날개를 펴고 창공을 훨훨 나는 기분이 아니었을까 싶다.

김선태 논설위원 ks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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