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을 지낸 조응천 씨가 더불어민주당에 들어갔다. 장황한 회견을 본 유권자들은 심란하다. 소위 ‘청와대 문건 유출사건’으로 물러난 조씨를 ‘영입’한 것은 다름 아닌 문재인 전 대표라고 한다. 제1야당 대표가 이 일로 여러차례 직접 찾아가 공을 들였다는 게 놀랍다. 조씨가 직무상 지녔을 만한 ‘민정수석실 파일’에 큰 기대라도 건 것인가. 대표가 이러고 다니는 판에 어느 소속 의원이 국정현안을 파고들 것인가. 음모가 판을 치고 삼국지류의 저질 기획이 횡행한다. 소위 국정원 댓글 사건으로 의원뱃지를 단 권은희 씨의 경우를 새삼 떠올리게 한다.
더민주의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부터가 지난 대선 때 박근혜 대통령 곁에서 국민행복추진위원장이라는 중책을 맡았던 인사다. 물론 정치적 진로를 바꾸는 것은 전적으로 개인의 자유다. 선거철이면 뜨고 지는 ‘정치철새’들 또한 너무도 익숙한 한국적 풍경이다. 하지만 지금은 최소한의 명분조차 사라진 배신 그 자체다. ‘안철수 신당’도 오십보백보다. 새 정치와는 거리가 멀다. 책사들과 폴리페서들이 박쥐 떼를 이루며 정치는 더 없는 궁중비사로 추락하고 있다. 내전 상태인 새누리도 다를 것이 없다.
‘정치란 올바름(政者,正也)’이란 논어 구절은 끌어대기조차 민망하다. 아니, 그 정도는 아니더라도 정치란 본래 철학과 노선을 파는 이념의 판매상 아니던가. 하지만 지금의 정치는 배신자들의 앙갚음과 복수가 넘쳐나는 상멸(相滅)의 과정일 뿐이다. 정치 환멸이 정치적 무관심을 가중시키면 그 폐해는 결국 국민에게 돌아간다. 무원칙·무한대립의 정치가 배신의 정치, 증오의 정치로 더 추락한 결과가 무서울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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