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리췬, 면접없이 홍기택 낙점…한국, AIIB 서열 3위 확보

입력 2016-02-03 17:45   수정 2016-02-04 10:07

홍기택 산업은행 회장, AIIB 부총재 선임

작년 방한한 진리췬, 홍기택 만나 학식·인품 높이 평가
영국·독일 등 부총재 후보는 2~3차례 베이징서 면접 시험

리스크 관리담당…4인 핵심기구 '투자위원회'도 참여



[ 이승우 / 김일규 기자 ] 홍기택 산업은행 회장이 3일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 초대 부총재로 확정된 데 대해 정부 관계자는 “국제사회에서 한국의 위상을 높이는 것은 물론 AIIB의 아시아 인프라 투자에 한국이 주도적인 역할을 할 수 있게 됐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말했다.

한국은 1998년부터 2003년까지 아시아개발은행(ADB)에서 재정경제원 대외담당 차관보 출신인 신명호 씨가 부총재를 맡은 이후 국제금융기구의 부총재를 배출하지 못했다. 지난해 ADB 부총재를 다시 맡을 기회가 있었지만 막판에 호주와의 경쟁에서 밀려 놓쳤다.

13년 만에 국제금융기구 부총재

한국의 AIIB 내 지분율은 3.81%로 전체 회원국 57개국 중 다섯 번째다. 중국(30.34%), 인도(8.52%), 러시아(6.66%), 독일(4.57%) 다음이다. 이 때문에 지난해 6월 한국의 지분율이 확정된 뒤 다섯 자리가 주어지는 부총재직?따낼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점쳐졌다. 하지만 지분율 순서대로 부총재가 정해진 것은 아니다.

이번에 부총재를 맡은 국가는 한국, 인도, 독일, 인도네시아, 영국 등 5개국이다. 지분율 3위인 러시아는 부총재를 내지 못했다. 부총재와 별도로 주요 의사결정에 참여하는 AIIB 이사회는 12명으로 구성된다. 한국은 영구 이사직을 확보했다. 다른 나라들은 그룹별로 돌아가면서 이사를 맡게 된다.


12명 구성 영구 이사직까지 확보

AIIB는 투자운영관리(CIO), 일반행정(CAO), 투자위험 관리(CRO), 중장기 정책·전략, 회원국·이사회 지원 담당 등 5명의 부총재를 임명한다. 홍 회장은 CRO를 맡게 됐다. 투자와 재무 위험에 대한 평가·분석을 총괄하는 자리로 부총재 5명 가운데 서열 3위에 해당한다. 당초 홍 회장은 인사·운영 등을 담당하는 CAO를 희망했으나 막바지에 CRO로 바뀐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인사 관리는 사실상 진리췬 AIIB 총재의 권한이기 때문에 CAO는 실권이 없는 자리”라며 “이에 비해 CRO는 투자 결정 시 영향력이 막강하고 독자적으로 업무를 수행할 수 있는 영역이 많아 오히려 중국 측에서 변경을 설득한 것으로 안다”고 설명했다.

홍 회장은 투자위원회에도 참여한다. 총재와 CIO, CRO, 중장기 정책·전략 담당 부총재 등 4명으로 이뤄진 AIIB의 핵심 투자결정기구다. 한국의 인프라 사업 참여에도 긍정적인 역할을 할 전망이다.

국제금융 전문성 인정받아

진리췬 총재는 지난해 9월 방한 기간에 홍 회장을 찾아 단독으로 오찬 회동을 했다. 당시 한국 정부는 AIIB 참여를 일찌감치 결정하고 홍 회장을 부총재 후보로 낙점했다. 진 총재 역시 이 사실을 전해들었다. 진 총재를 안내했던 한 관계자는 “진 총재가 면담 후 홍 회장의 인품과 학식을 높이 평가했다”고 전했다. 정부 관계자는 “진 총재는 이미 그때 홍 회장을 부총재로 임명할 마음을 굳혔다고 들었다”며 “다른 나라 부총재 후보들이 작년 말 두세 차례씩 최종 면접을 본 것과 달리 홍 회장에 대해선 별도 면접을 생략한 것도 이 때문”이라고 말했다.

경기고, 서강대 경제학과를 졸업한 홍 회장은 미국 스탠퍼드대에서 경제학 석·박사학위를 받은 국제금융·거시경제 분야 전문가다. ‘서강학파’로 분류되며 김광두 국가미래연구원장 등과 함께 박근혜 대통령의 거시금융 부문 공부 모임에 참여해왔다. 2013년 제18대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인수위원을 거쳐 그해 4월 산업은행 회장에 취임했다.

■ 홍기택 회장 프로필

▶1952년 서울 출생 ▶경기고, 서강대 경제학과 졸업 ▶미국 스탠퍼드대 경제학 석·박사 ▶1984~2013년 중앙대 경제학과 교수 ▶2013년 1~2월 제18대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경제1분과 인수위원 ▶2013년 4월~ 산업은행 회장

이승우/김일규 기자 leeswo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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