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업계 "얼어붙은 지갑 열릴 것" 반색
중소형차 추가 할인 등 마케팅 강화
[ 김순신 기자 ] 정부가 자동차 개별소비세 인하 기간을 6월 말까지 연장함에 따라 국산차 가격도 최대 210만원 내린다. 1억1700만원인 EQ900 5.0프레스티지는 1억1490만원에 살 수 있다. 개별소비세율이 5%에서 3.5%로 낮아진 덕분이다. 업계 관계자는 “차량의 실질 구매 가격이 내려가면서 소비자들이 지갑을 열 것으로 기대한다”며 “특별 할인 등 마케팅 활동을 강화해 부진했던 지난달 판매 실적을 만회할 것”이라고 말했다.
◆K5 41만~57만원 세금 인하
개소세 인하 혜택이 중단됐던 지난달 현대자동차, 기아자동차, 한국GM, 르노삼성자동차, 쌍용자동차 등 5개 국내 완성차 업체의 내수 판매량은 10만6308대로 전달(17만5263대)보다 39.3% 급감했다. 세제 혜택이 종료되면서 차값이 오른 데다 가격 상승을 예측했던 차량 수요자들이 지난해에 미리 차량을 샀기 때문이다.
개소세 인하 연장에 따라 소비자들은 작년과 같은 가격에 차를 살 수 있게 됐다.
개소세 인하에 따른 인하폭을 차종별로 보면 현대차 엑센트 21만~36만원, 아반떼 26만~44만원, 쏘나타 41만~58만원, 그랜저 55만~70만원, 아슬란 69만~82만원, 제네시스 85만~127만원, EQ900 130만~210만원 등이다.
기아차도 프라이드가 22만~32만원, K3가 26만~44만원, K5가 41만~57만원, K7이 55만~72만원, K9이 91만~158만원 떨어진다.
한국GM과 르노삼성, 쌍용차의 차량도 개소세 인하 연장으로 20만~100만원가량 값이 내렸다. 체어맨 W 카이저는 CW600 럭셔리 103만원, 서밋 204만원의 인하 효과가 있다. 한국GM 말리부, 르노삼성 SM7, 쌍용차 체어맨은 각각 56만원, 최대 69만원, 최대 204만원의 세금이 줄어든다.
현대·기아차는 개소세 인하폭에 더해 추가로 특별할인을 한다. 중소형 차종을 중심으로 기존 할인 혜택에 최대 30만원을 추가 할인해 주는 식이다.
소비자는 정상가 3320만원짜리 그랜저 3.0프리미엄을 개소세 인하로 61만원과 현대차 자체할인 혜택으로 110만원을 추가로 할인받아 3149만원에 살 수 있다. 개소세 인하 효과에 자체할인 혜택까지 더하면 싼타페 2.0 모던은 2890만원에서 2777만원으로, 기아차 K5 2.0 프레스티지는 2520만원에서 2364만원으로 가격이 싸진다.
기아차 관계자는 “개소세 인하 혜택이 지난 1월 차량을 구입한 소비자에게도 소급 적용되는 만큼 이른 시일 내에 개소세 인하액을 돌려줄 계획”이라고 말했다.
◆수입차 최대 440만원 싸져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紈?인하에 더해 개소세 인하분까지 가격이 내려가는 수입차는 최대 440만원 싸진다. BMW 118d 스포츠는 3890만원에서 3860만원으로, BMW 320d는 4990만원에서 4940만원, BMW 750Li xDrive는 1억9180만원에서 1억8990만원으로 하향 조정된다. 한·미 FTA 관세 인하 효과를 이달부터 직접 누리는 BMW X시리즈는 최대 440만원까지 가격이 내려간다. 한국닛산도 개소세 인하를 반영해 모델별로 30만~50만원가량 가격을 낮췄다.
일부에서는 정부의 일관성 없는 정책이 소비자에게 손해를 끼치고 있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개소세 인하 정책 연장은 없다고 수차례 공언하던 정부가 말을 바꾸면서 지난해 서둘러 차량을 구매한 소비자들이 피해를 보고 있다는 지적이다.
업계 관계자는 “정부 말만 믿고 올해 출시 예정인 신차보다 구형 모델을 선택한 소비자들이 상당히 많다”며 “중고차 가격이 연식에 따라 큰 차이를 보이는 만큼 피해가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 조치가 끝나는 6월 이후에는 다시 내수시장이 축소될 수 있다”며 “단기적인 조세 특례제도는 ‘소비 문턱’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김순신 기자 soonsin2@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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