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도↓…부양책 안먹혀
추가 금리인하 카드 꺼낼까
[ 서정환 기자 ] 구로다 하루히코(黑田東彦) 일본은행 총재가 지난주 전격 도입한 마이너스 금리 정책 효과에 대해 의구심이 커지고 있다. 2013년과 2014년 두 차례 양적 완화를 했을 때는 ‘구로다 매직’이란 말이 나올 정도로 상당기간 엔화 가치가 떨어지고 주가가 상승했지만, 이번엔 1주일도 안돼 엔화와 주가가 제자리로 돌아왔다. 엔화 약세를 유도해 수출을 늘리고 경기를 부양하려는 정책 목표가 제대로 먹혀들지 않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4일 도쿄 외환시장에서 미국 달러화에 대한 엔화 가치는 장중 전날보다 2.4엔 급등한 달러당 117.61엔에 거래됐다. 일본은행이 초과 지급준비금에 연 -0.1%의 금리를 적용하겠다고 발표한 직전일(1월28일, 달러당 118.79엔)보다 오히려 엔화 가치가 높아졌다.
전날 뉴욕 외환시장에서의 달러 약세 흐름이 도쿄 외환시장에 그대로 이어졌다. 달러화 가치는 미국의 1월 서비스업지수 부진과 윌리엄 더들리 뉴욕연방은행 총재의 금리 인상 후퇴 시사 발언 등으로 대폭 하락했다. 더들리 총재는 마켓뉴스인터내셔널과의 인터뷰에서 “3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 때까지 금융시장 여건이 그대로라면 통화정책 결정에서 이를 고려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엔화가 강세를 보이면서 도쿄 증시의 닛케이225지수는 장중 17,000선이 무너졌다. 장 막판 낙폭을 다소 회복해 전날보다 0.85% 내린 17,044.99에 마감했지만, 3일 연속 하락했다.
이 같은 시장 반응은 두 차례 일본은행의 양적 완화 발표 이후와 큰 차이가 있다. 일본은행이 연간 60조~70조엔의 양적 완화를 발표한 2013년 4월4일 이후 한 달간 엔화 가치는 6.1%(5.7엔) 하락하고 닛케이225지수는 14.7% 급등했다. 2014년 10월31일 양적 완화 규모를 80조엔으로 확대한 뒤에도 엔화 가치는 한 달 만에 8.8%(9.6엔) 급락했고, 12월5일에는 달러당 120엔까지 뚫고 내려갔다. 이 기간 닛케이225지수는 12% 이상 올랐다. 엔화 약세에 힘입어 기업 실적이 좋아질 것이라는 기대 등이 작용했다.
하지만 이번엔 중국의 경기 둔화와 금융시장 불안, 국제유가 급락 등으로 엔화 등 안전자산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지면서 ‘마이너스 금리 정책 카드’가 무용지물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기업 실적 개선과 임금 인상을 통한 투자와 소비 증가, 이를 통한 디플레이션(지속적인 물가 하락) 탈피라는 정책 목표 달성도 점점 힘들어지는 모습이다.
다만 일부에서는 마이너스 금리 적용 시점이 오는 16일부터인 데다 추가 금리 인하 가능성으로 엔화가 다시 약세 흐름을 보일 수 있다는 전망도 내놓고 있다. 구로다 총재는 최근 강연에서 “필요하면 추가로 금리를 인하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도쿄=서정환 특파원 ceoseo@hankyung.com
[한경닷컴 바로가기] [스내커] [한경+ 구독신청] ⓒ '성공을 부르는 습관' 한경닷컴,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