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민 깊어진 한·중·일 중앙은행] 시험대 오른 '이주열 소신', 장·단기 금리 역전…시장서 기준금리 인하 압력 커져

입력 2016-02-04 1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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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물 국채금리 역대 최저
초단기 기준금리보다 낮아져
시장에 끌려갈까, 맞설까…



[ 김유미/황정수 기자 ] 시장의 이상 신호에 한국은행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4일 국채 3년물 금리는 연 1.494%로 마감해 전날(연 1.496%) 사상 최저 기록을 경신했다. 시장의 장기금리가 초단기인 기준금리(연 1.5%)를 밑돈 것이다. 금리 인하 기대가 그만큼 높아졌다는 의미다. 채권시장이 이처럼 계속 앞서간다면 이주열 한은 총재에게도 딜레마가 된다. 시장에 화답하면 정책 일관성이 문제고, 시장을 무시하면 신뢰에 흠집이 생길 수 있어서다.

“(성장률) 전망을 낮췄으니 금리를 내려야 하는 것 아니냐고? 전혀 동의하지 않는다.” 지난 14일 한은 금융통화위원회 본회의 직후 이 총재는 기자들에게 힘주어 말했다. 중국 경기 둔화 등 위험 요인이 있지만 기계적으로 금리를 내려 대응할 것은 아니라는 설명이었다. 시장에서는 ‘매파(통화긴축론자) 이주열’이란 말이 돌았다.

하지?보름여 만에 시장 분위기가 바뀌었다. 중국 경기 둔화 등으로 연초 수출이 급감했다. 소비마저 얼어붙을 기미를 보이자 정부는 긴급 부양책을 내놓았다. 일본이 경기를 살리려 금리를 마이너스 수준까지 내리자 한국에서도 금리 인하 기대가 다시 커졌다.

만기가 긴 장기채권 금리는 단기보다 높은 것이 정상이다. 7일물인 환매조건부채권(RP) 매매의 기준이 되는 것이 기준금리(연 1.5%)다. 이보다 만기가 긴 3년물 금리가 더 낮아 장·단기금리가 역전된 것이다.

금리 역전이 2개월 넘게 이어지던 2012년 7월 김중수 전 한은 총재는 결국 ‘깜짝 금리 인하’에 나선 바 있다. 그는 “돈을 장기로 빌려 단기로 써도 되는 상황이므로 금리 역전은 매우 곤혹스럽다”고 토로했다.

이 총재의 부담은 크다. 예측 가능성을 위해 2~3개월 전엔 금리 향방에 신호를 줘야 한다고 했던 그다. 그런데 인하 가능성을 시사하기도 전에 시장이 앞서가버린 것이다. 이럴 때 기준금리를 내리면 시장금리가 반등해 정책 효과가 떨어진다는 우려도 있다.

김완중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연구위원은 “금리 인하로 저성장을 타개하긴 어려운 상황”이라며 “외부 충격으로 금리를 서둘러 내리면 정책 일관성에 문제가 생긴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오는 16일 금통위에서 소수 의견이 나온 뒤 다음달 금리 인하가 이뤄질 가능성에 무게를 싣고 있다.

금리 역전에 과민할 필요가 없다는 시각도 있다. 한은 관계자는 “금융위기 이후 주요국에서 금리 역전이 수시로 벌어지지만 중앙은행이 그때마다 대처하진 않는다”고 말했다. 최근 시장금리 하락은 위험심리 회피로 ㅁ?수요가 과열됐기 때문이라는 지적도 적지 않다.

김유미/황정수 기자 warmfron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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