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민주 총선 공약 살펴보니
연간 3조 예산 필요한데 의무교육 고교까지 확대
누리과정은 정부가 전액 부담
국민의당 "기초연금 인상"
[ 유승호 기자 ] 더불어민주당이 5일 무상보육, 무상교육, 청년수당 등 ‘무상 복지’ 시리즈를 앞세운 4·13 총선 공약을 내놓았다. 새누리당이 전날 건강보험료 인하, 개인채무 원금 감면 확대 등을 공약으로 발표한 데 이어 두 달여 앞으로 다가온 총선에서 표심을 잡기 위한 복지 확대 경쟁에 불이 붙고 있다.
고교 무상교육, 연 3조원 필요
더민주는 청년 노인 부모 등으로 계층을 나눠 복지 공약을 발표했다. 청년층 공약으로는 ‘청년수당’을 내놓았다. 미취업 청년에게 6개월간 월 60만원씩 지급한다는 것이다. 경기 성남시가 최근 시행해 논란을 일으키고 있는 ‘청년배당’과 비슷한 것으로 명목은 ‘취업활동 지원비’지만 대가 없이 지급하는 ‘무상 수당’에 가깝다는 것이 정치권의 평가다. 이목희 더민주 정책위원회 의장은 “청년 미취업자 중 구직활동을 하는 사람에게 지급할 것”이라며 “대상은 대략 5만명으로 추산하고 있다”고 말했다.
만 65세 이상 노인 중 소득 하위 70%에는 기초연금으로 월 20만원을 지급하기로 했다. 기초연금은 1인당 월 20만원이 원칙이지만 국민연금을 받거나 부부가 모두 기초연금을 받으면 일정액을 감액해 지급한다. 더민주는 국민연금 수령 여부 등에 상관없이 소득 하위 70% 노인에겐 모두 월 20만원을 지급하도록 하겠다는 방침이다.
학부모를 겨냥한 공약으로는 무상교육과 무상보육을 제시했다. 현재 중학교까지 시행하는 의무교육을 고등학교로 확대하고 초등학교 학습준비물과 체험학습비를 전액 정부가 지원하겠다는 것이다.
정부는 고교 의무교육에 연간 3조원이 필요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4개 회원국 중에서 고교 의무교육을 하는 나라는 8개국뿐이다. 또 만 3~5세 무상 보육 프로그램인 누리과정 예산을 중앙정부가 100% 부담하겠다고 공약했다.
이 밖에 장기실업자, 폐업 자영업자, 취약 근로계층에 구직촉진수당을 지급하고 자발적 퇴직자에게도 구직급여(실업급여) 지급 기간을 현재 최장 8개월에서 최장 1년까지 확대하기로 했다. 구직급여 수급요건도 현행 6개월 이상 근무에서 4개월 이상으로 완화한다는 방침이다.
성장정책, 오히려 기업에 부담
정치권에선 총선을 60여일 앞두고 포퓰리즘(대중인기영합주의) 공약 경쟁이 본격화한 것으로 보고 있다. 새누리당도 지난 4일 △간병비 인하 △저소득층 건강보험료 인하 △개인채무 원금 감면 확대 △청년 창업기업 국민연금 지원 확대 등을 핵심으로 ?총선 공약을 발표했다.
이 중 개인채무 원금 감면 확대는 도덕적 해이를 불러오고 성실상환 채무자와의 형평성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청년 창업기업 국민연금 지원에는 연 371억원의 재정이 필요할 것으로 추산됐다. 국민의당은 아직 총선 공약을 내놓지는 않았지만 지난 1일 발표한 당 강령 및 기본정책에서 유치원 및 초·중등 무상교육, 기초연금 인상 등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여야는 경제 성장을 위한 공약은 아직 뚜렷하게 내놓지 않고 있다. 더민주는 ‘더불어 성장’을 제시했지만 대기업 순환출자 해소, 대·중소기업 이익공유제 시행 등 기업에 부담을 줘 오히려 성장을 저해할 수 있는 정책이 포함돼 있다는 지적이다. 더민주의 공약 중 청년고용의무할당제와 정리해고 사유 제한도 기업의 인건비 부담을 높일 수 있는 정책이다. 국민의당이 내세운 ‘공정 성장’에도 비정규직 고용 제한 등 기업 규제를 강화하는 내용이 들어 있다.
유승호 기자 ush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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