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범용성 전쟁 원년…경계 허문 경쟁 전망
[ 최유리 / 박희진 기자 ] "한 번도 안 써본 사람은 있어도 한 번만 써본 사람은 없다."
총성 없는 전쟁을 치르고 있는 간편 결제에 대한 중간 평가다. 간편 결제는 신용카드 정보를 등록해둔 스마트폰을 이용해 비밀번호만으로 지불할 수 있는 서비스다. 카드 정보를 여러 번 입력하거나 각종 보안프로그램 및 공인인증서 장벽을 넘지 않아도 된다.
지난해 업계는 각종 '페이'를 쏟아냈다. 전자업계, 정보기술(IT)업계, 유통업계 등이 앞다퉈 내놓은 간편 결제 서비스만 10개가 넘는다. TV 광고와 할인 혜택 등 마케팅 경쟁도 뜨거웠다. 이용자의 첫 경험을 잡아 시장을 선점하려는 움직임이었다.
1차 대전을 치른 일부 결제 서비스들은 온·오프라인 영역별로 두각을 나타냈다. 이용자의 첫 경험을 넘어 충성 고객을 확보한 결과다. 올해는 기존 서비스의 범용성 경쟁에 신규 페이까지 가세하면서 2차 대전을 앞두고 있다.
◆ 충성고객 생긴 간편결제…오프라인은 삼성·온라인은 네이버
페이는 크게 스마트폰을 활용한 오프라인 결제와 온라인·모바일 쇼핑몰에서 결제하는 간편 결제로 나뉜다. 각 영역에 따라 충성도를 확보한 결제 서비스들이 선두에 나서는 상황이다.
오프라인에선 삼성페이의 독주가 눈에 띈다. 지난 12월 삼성페이의 총 결제건수는 1000만건을 돌파했다. 이는 대부분 오프라인 결제인 것으로 추정된다. 온라인 결제 서비스도 제공하고 있지만 아직 제휴처가 일부 카드에 그치고 있어서다.
지난 9월 기준 하루에 한 번 이상 삼성페이로 결제한 이용자 비중은 10%에 달했다. 최근에는 결제 금액이 신규 가입자 수보다 빠르게 늘고 있다. 삼성페이를 반복 사용하는 고객들이 증가하고 있다는 얘기다.
실제 삼성페이 가입자 수는 지난 10월 100만명에서 12월 200만명으로 두 배 늘었다. 같은 기간 결제 금액은 총 1000억원에서 3000억원으로 세 배나 뛰었다.
온라인에선 네이버페이가 승기를 잡았다. 지난 12월 기준 네이버페이의 총 결제 건수는 6500만건. 앞서 출시한 카카오페이(1300만건)보다 5배 많은 수치다.
충성 고객 비중도 꾸준히 늘고 있다. 지난 12월 월 3회 이상 네이버페이로 결제한 이용자 비중은 48%를 기록했다. 지난해 7월과 비교하면 13% 늘었다.
최진우 네이버 페이셀장은 "이용자들의 반복 구매 횟수가 늘어나는 것은 의미가 크다"며 "단순 가입자 확보를 넘어 서비스 신뢰도나 실질적인 성장과 연계되는 핵심 지표이기 때문"이라고 풀이했다.
◆ 춘추전국시대서 옥석 가리기로…승부처는 '범용성'
올해 간편 결제 시장은 옥석 가리기에 들어갈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당분간은 여러 서비스 간의 치열한 경쟁이 불가피하지만 범용성이 승부를 가를 전망이다.
현재는 오프라인 가맹점이나 온라인 마켓별로 특정 페이에만 문을 개방하고 있다. 다양한 가맹점을 이용하려면 여러 결제 서비스를 써야한다는 의미다. 향후 하나의 페이로 여러 결제처를 아울러야 된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범용성을 확대하기 위한 경쟁은 이미 시작됐다. 특히 삼성페이는 온라인 결제 시장을 공략하기 위해 속도를 내고 있다. 기존에는 삼성, 롯데 등 일부 카드만 온라인 결제를 지원하던 것에서 나아가 주요 카드사들과 협의 중이다.
삼성페이 사용자는 온라인 쇼핑몰에서 제휴 카드를 결제 수단으로 선택하면 된다. 오프라인과 마찬가지로 지문 인증으로 결제가 이뤄져 비밀번호 입력보다 편리하다는 설명이다. 다만 PC에서 결제할 때는 모바일로 푸시 알림이 오면 이를 터치해 지문 인증을 해야 한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일반적인 온라인 간편 결제는 가맹 쇼핑몰을 일일이 확보해야 하지만 삼성페이는 제휴 카드사가 이미 확보한 쇼핑몰에서 모두 결제가 가능하다"며 "온라인에서도 삼성페이가 빠르게 확산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네이버페이는 오프라인으로 발을 넓히고 있다. 교통 카드 기능을 추가하거나 실물 카드와 연계한 포인트 적립 기능으로 오프라인 사용 경험을 넓힐 계획이다.
한성숙 네이버 서비스총괄 이사는 "지금까지는 소규모 쇼핑몰 위주로 제휴를 확대했다"며 "올해는 여러 쇼핑몰 및 대형 가맹점과 협력해 오프라인으로 사용성을 확대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성혁 경희사이버대학교 모바일융합학과 교수는 "상반기 중 삼성 스마트폰 신제품이 출시되고 LG페이 등이 나오면 하반기부터 옥석 가리기가 본격화될 것"이라며 "장기적으로는 온·오프라인 경계가 없어지고 같이 경쟁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최유리 / 박희진 한경닷컴 기자 nowher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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