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이 본 콘텐츠부터 좋아하는 감독까지 분석
넷플릭스가 제작한 드라마, 전세계 7500만명 유치 비결
지역에 특화된 광고 플랫폼, 이상형·관심사로 소개팅 등
다양한 분야에서 속속 활용
[ 이호기 / 전설리 기자 ]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열렬한 팬이라고 고백한 미국 드라마가 있다. 워싱턴 정가의 치열한 암투를 그린 ‘하우스 오브 카드’다. 세계 최대 동영상 스트리밍(온라인 실시간 재생)업체인 넷플릭스가 자체 제작한 이 드라마는 미국 드라마 제작과 소비 시스템을 바꿔놓은 ‘게임체인저(시장의 흐름을 바꿀 만한 혁신적인 제품)’란 평가를 받는다. 빅데이터를 활용해 치밀하고 정교하게 기획·제작하고 소비자에게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기 때문이다.
토드 옐린 넷플릭스 제품혁신 담당 부사장은 “넷플릭스의 혁신적인 사업 모델은 빅데이터를 활용한 덕분”이라고 설명했다.
◆빅데이터로 콘텐츠 기획까지
넷플릭스가 처음으로 자체 제 徘?‘하우스 오브 카드’를 비롯해 ‘마르코 폴로’ ‘오렌지 이즈 더 뉴 블랙’ 등은 빅데이터 분석을 토태로 기획됐다. 예컨대 하우스 오브 카드는 넷플릭스 가입자의 콘텐츠 선호도와 일시정지·되감기 등 재생 기록, 검색 기록, 위치·이용 단말기 정보, 주중·주말 시청 행태 등 막대한 양의 정보를 자체 개발한 알고리즘으로 분석해 탄생했다.
감독과 배우 섭외 과정에서도 빅데이터를 활용했다. 해당 드라마를 좋아하는 가입자의 선호도를 파악해 케빈 스페이시가 주연한 드라마와 데이비드 핀처 감독 작품을 검색해서 본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제작자의 직감과 개인적 선호에 따르던 기존 드라마 기획 관행을 확 바꿔놓은 것이다.
전략은 통했다. 당초 이 드라마를 볼 것으로 예상했던 가입자는 물론 넷플릭스를 잘 모르던 시청자까지 사로잡았다. 드라마 인기 덕분에 넷플릭스는 단 한 분기에 신규 가입자 300만명을 추가로 확보하는 성과를 올렸다. 옐린 부사장은 “빅데이터를 활용한 정교한 추천 서비스를 활용해 세계 190여개국 7500여만명의 가입자에게 맞는 콘텐츠를 제공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창업도 빅데이터 기반으로
국내에서도 빅데이터를 활용해 사업 경쟁력을 확보한 기업이 속속 나오고 있다. 음식 배달 앱(응용프로그램)인 배달의민족을 서비스하는 우아한형제들이 대표적이다. 이 회사는 최근 빅데이터를 활용한 광고 플랫폼인 ‘우리 가게 마케팅 센터’를 선보였다. 배달의민족을 통해 들어오는 하루 평균 1100만건 이상의 주문 데이터를 분석해 업종 지역 등에 맞춰 광고 상품을 기획해준다. 예를 들어 특정 지역에서 치킨이 잘 팔리면 치킨 가게를 해당 지역 가입자의 앱 메뉴 상단에 노출한다.
내비게이션 앱인 김기사를 개발한 록앤올의 박종환 대표는 “록앤올은 크라우드 소싱을 기반으로 한 빅데이터 전문기업”이라고 했다. 김기사는 하루 700만건에 달하는 길안내 빅데이터를 분석해 최적 경로를 찾는 데 활용한다. 김기사를 켜고 달리는 택시 승용차 등 각 차량의 실시간 주행 정보를 취합해 주요 도로별 교통 상황을 등급화하고 각 경로 소요 시간을 계산한다. 이 같은 작업을 1분 단위로 계속한다.
소셜 데이팅 앱인 이음도 빅데이터 분석이 핵심 사업이다. 모바일 앱으로 하루 약 10만명의 회원이 접속해 1000쌍가량의 커플이 맺어진다. 누적 회원수는 120만명에 달한다. 이들 가입자가 제출한 성별 지역 이상형 취미 관심사 등 30여종의 프로필 정보를 매칭해 최적의 데이트 상대를 찾아준다. 김도연 이음소시어스 대표는 “지속적인 알고리즘 개선으로 매칭 성공률이 33% 정도까지 높아졌다”며 “성혼까지 이어지는 커플(약 1000쌍 추정)이 늘어날수록 빅데이터 분석의 정확도도 높아질 것”이라고 했다.
이덕근 한국생산기술연구원 중소·중견기업지원본부장은 “연구·상품 개발, 생산, 마케팅 등 기업경영 의사 결정에 빅데이터 분석을 통한 미래 예측이 성장동력 발굴 성공 가능성을 높일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호기/전설리 기자 hgl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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