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 현대차 '안티맨', 취업은 시켜주면 OK?

입력 2016-02-11 1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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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혜원 기자 ] 30세 대기업 신입사원 김모씨는 지난해까지 온라인 댓글에 현대차를 비하하는 내용의 글을 올렸다. 그랬던 그가 올해부터는 옷에 현대차 뱃지를 단다. 지난해 취업에 성공하면서 현대차의 신입사원이 됐기 때문이다. 한때 그는 '안티 현대차'를 자처했지만 한편으로는 현대차 입사를 간절히 꿈꾸는 취업준비생이었다.

현대차와 관련된 기사가 포털에 노출되면 이를 맹목적으로 비판하는 댓글을 종종 살펴볼 수 있다. 특히 긍정적인 내용이 기사화되면 수많은 '안티'들이 등장하는 것이 보통이다. 이들은 흔히 '수출용차는 잘 만들지 모르나 국내 시장에선 차를 대충 만든다', '현대차의 높은 판매고는 밀어내기의 힘' 등의 내용을 담은 댓글 달기에 여념이 없다.

하지만 취업 시장에서는 분위기가 사뭇 다르다. 지난해 하반기 4000여명을 모집한 현대차그룹의 신입공채에는 무려 10만명에 달하는 응시자가 몰렸다. 실제 취업 현장에서는 청년들이 '가장 취업하고 싶은 기업'의 부동의 1위였던 '삼성전자'를 제쳤다는 소리도 들린다. 실제로 현대차를 포함해 여러 기업에 중복 합격한 지원자들 대다수가 현대차에 최종 입사하는 경우가 많다. 네티즌들이 날을 세워 비판하던 기업이 맞나 싶을 정도다.


현대차는 지난해 사장이 직접 나서 '안티와의 대화'에 임할 정도로 극심한 비난 여론에 직면해있다. 하지만 네티즌의 상당수를 차지하는 많은 20~30대 청년들은 현대차 입사를 꿈꾼다. 취업준비생 전모씨(27)는 "현대차는 싫지만 취업은 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유를 묻자 그는 "높은 연봉이 보장되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이어 "안티 중 많은 수가 '재미' 때문에 댓글을 달곤 한다"며 안티 팬으로서의 심리를 털어놨다.

하지만 네티즌들 의견은 현실에서도 여론을 주도하고 있다. 부정적 댓글들이 현대차에 대한 실제 소비 심리를 떨어뜨리고 있는 것이다. 현대차와 기아차를 합친 현대·기아차의 지난해 내수 점유율은 67.7%에 그치며 역대 가장 낮았다. 30대 중반의 한 소비자는 "차량 구매 전 다른 사람들의 의견이 궁금해 인터넷을 들여다 본다"며 "현대·기아차 하면 불량 에어백이나 급발진 등의 의견이 많아 꺼려지는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네티즌들의 '댓글놀이'에 세계 자동차 시장 5위의 기업이 타격을 입고 있다. 뛰어난 성과로 나라 경제를 책임진 기업들에 박수는 커녕 질책이 쏟아지고 있으니 기업과 재계 단체들은 속이 탄다. "한국에서 기업하기 어렵다"는 얘기가 심심찮게 들리는 이유다.

하지만 어려운 것은 기업뿐만이 아니다. 현대차의 사례에서도 볼 수 있듯이 반기업 정서가 지속되면 실제 소비심리가 줄면서 경제 활력이 떨어지고 취업 시장도 침체를 겪는다. 기업은 물론이거니와 기업으로부터 일자리를 찾는 젊은 청년들까지 피해를 입을 수 있다.

앞서 현대차의 신입사원이 된 김씨는 "세계적인 글로벌 업체에 근무한다는 자부심이 있다"고 밝혔다. 그는 "지난 설에 만난 친척들의 칭찬에 나는 물론 부모님의 어깨도 으쓱해진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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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혜원 한경닷컴 기자 anhw@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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