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개성공단 중단 제재, 국론통일 뒷받침돼야

입력 2016-02-11 17:54  

"핵실험 이은 장거리미사일 발사
점증하는 북한 도발에 속수무책 처지
돈줄 차단 대응에 분열 부채질 안돼"

김태우 < 동국대 석좌교수·전 통일연구원장 defensektw@hanmail.net >



박근혜 정부가 ‘개성공단 전면 중단’이라는 승부수를 꺼내들었다. 북한은 지난달 6일 기습적으로 제4차 핵실험을 강행했고, 이어서 UN 안전보장이사회가 추가 제재를 위한 협의를 진행하던 중인 지난 7일 ‘우주개발을 위한 평화용 위성 발사’라는 뻔한 거짓말을 앞세우고 장거리 미사일 ‘광명성 4호’를 발사했다. 한국 정부는 김정은 정권의 ‘핵미사일 놀음’이 광란(狂亂)의 경지에 이르렀음에도 여전히 대북 제재에 미온적인 중국과 이런 중국에 편승하는 러시아에 분통을 터뜨리는 일 외에 달리 대응할 수 있는 수단이 없었다.

이는 한국이 여러 측면에서 깊은 딜레마에 빠져 있다는 사실을 의미한다. 한반도 정세에 큰 영향을 미치는 중국과 러시아를 움직일 마땅한 외교카드가 없다는 것은 고통스러운 일이다. 스스로는 중국과 국제사회를 향해 ‘돈줄죄기’를 포함한 강력한 대북(對北) 제재를 호소하면서도 개성공단을 통해 매년 1억달러나 되는 경화(硬貨)를 북한에 제공하는 모순에 빠져 있었다. 이런 맥락에서 정부의 개성공단 가동 중단 결정은 스스로 모순에서 벗어나면서 중국과 국제사회를 향해 커다란 외교적 외침을 내지른 승부수라고 할 수 있다. 멈추지 않는 김정은 정권의 ‘핵놀음 화마(火魔)’가 결국은 개성공단마저 집어삼킨 것이다.

정부의 개성공단 가동 중단 결정에는 당연히 많은 고심이 따랐을 것이다. 개성공단에 진출해 있는 124개 한국 기업은 매우 큰 타격을 받을 게 틀림없다. 또 5만5000여명에 이르는 북한 근로자와 20만명의 가족들에게는 졸지에 생계수단이 없어진다는 엄혹한 사실을 의미한다. 통계로는 나타나지 않는 개성공단의 가치는 더욱 크다. 개성공단은 남북 경제협력의 ‘실험대이자 옥동자’이며 남북관계의 ‘숨구멍이자 허파’로서 한반도에서 위기가 고조되면 수위를 조절하는 ‘감압(減壓) 밸브’로 인식돼 왔다. 이런 맥락에서 개성공단 유지를 위해 한국이 감수하는 비용은 ‘한반도의 특수상황에서 평화를 관리하는 비용’으로 정당화돼 왔다. 이것이 2006년 이래 UN 안보리가 5개의 대북 제재결의를 통해 북한을 포괄적으로 제재하는 중에도 개성공단이 ‘면책 특권’을 누릴 수 있었던 배경이었다.

그럼에도 북한이 말로는 ‘인민경제 향상’을 최우선 과제로 내세우면서도 핵무기 및 미사일 개발에 천문학적인 비용을 쓰며 한국의 안보와 세계 평화를 위협하는 상황에 이르러서는 한국 정부도 개성공단의 달러가 ‘노동당 39호실’로 흘러들어가는 것을 더 이상 방치할 수는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노동당 39호실은 은밀한 통치자금을 획득관리하는 부서로서 노동당 군수공업부, 제2경제위원회 등과 함께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을 주도해 왔으며, 개성공단에서 벌어들이는 근로자 임금의 대부분을 받아 관리하는 역할도 담당해왔다. 그런 가운데 북한의 핵미사일 사태는 한국이 ‘한반도 특수상황’을 앞세워 국제사회에 개성공단 가동 유지를 양해해달라고 요구할 수 있는 한계를 넘었다.

앞으로 남은 일도 만만치 않다. 한국은 북한의 반발과 도발에 철저하게 대비해야 한다. 또 북한이 도발하면 즉각 단호히 응징해야 한다. 그것이 한국이 사는 유일한 길이다. 국내적으로 고질적인 보혁(保革) 갈등이 부상할지도 모르고, 오는 4월 총선에서 핵심 쟁점으로 등장할 가능성도 있다. 한국사회의 분열을 부채질하는 북한의 사이버 도발도 예상할 수 있다. 중요한 것은 이런 때일수록 국론이 통일돼야 한다는 사실이다. 국론이 쪼개지고 논쟁이 격해질수록 개성공단 가동 중단 조치를 통해 얻고자 한 효과들이 소멸할 것이기 때문이다.

김태우 < 동국대 석좌교수·전 통일연구원장 defensektw@hanmail.net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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