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국 치닫는 개성공단] 남측 자산 몽땅 챙기겠다는 북한…금강산 때처럼 자산몰수·추방

입력 2016-02-11 22:25  

북한, 군부대 재주둔 가능성


[ 최승욱 기자 ] 정부가 개성공단 가동 전면 중단을 결정한 지 하루 만에 북한이 개성공단의 문을 닫고 남한 측 자산을 빼앗고 군부대를 재주둔시킬 수 있음을 시사하는 강경 카드를 기습적으로 꺼내들었다. 북한이 공단에 남겨놓은 제품과 설비, 원재료 등을 가져갈 틈조차 주지 않아 입주 기업들의 피해는 더욱 커지게 됐다.


◆北 “남한의 위험한 선전포고”

북한은 앞으로 반출 협상에서 주도권을 장악하고 오는 5월 노동당 대회를 앞두고 남측에 끌려다니지 않는 모습을 보이기 위해 신속한 대응에 나섰다는 분석이 나온다. 북한은 11일 발표한 조국평화통일위원회 성명에서 개성공단 가동 전면 중단에 대해 ‘도발적 조치’라고 규정한 뒤 “북남관계의 마지막 명줄을 끊어놓는 파탄선언이고, 역사적인 6·15 북남공동선언에 대한 전면 부정이며, 조선반도 정세를 대결과 전쟁의 최극단으로 몰아가는 위험천만한 선전포고”라고 주장했다.

이어 “괴뢰들이 그따위 푼돈이 우리의 위력한 핵무기 개발과 위성 발사에 들어간 것처럼 떠드는 것은 초보적인 셈세기도 할 줄 霽4?황당무계한 궤변”이라고 밝혔다. 성명은 박근혜 대통령에 대해 ‘대결악녀’ ‘머저리’ ‘얼간망둥이’ 등 막말을 쏟아냈다. 북한의 이런 태도를 감안하면 개성공단은 폐쇄될 가능성이 크다.

◆제2의 금강산 사태

정부는 2008년 7월 북한 초병에 의해 한국인 관광객이 사망하자 1998년 11월부터 시작됐던 금강산 관광을 중단시켰다. 북한은 2010년 2월 열린 남북실무회담에서 관광 재개 결정이 내려지지 않자 같은 해 4월 금강산지구 남측 시설과 재산 등 4841억원어치를 몰수하고 체류 인원도 내쫓았다.

북한은 이어 2011년 4월 현대아산의 독점사업권을 취소한 데 이어 5월에는 ‘금강산국제관광특구법’을 제정, 남한 측의 금강산 관광 참여를 배제했다. 같은 해 11월부터 중국인 등을 상대로 국제관광을 시작했다. 이처럼 규정과 절차를 무시한 북한의 일방적인 조치가 개성공단에서도 재연된 것이다. 북한은 근로자들의 조업 경험을 활용해 입주 기업들의 설비를 가동해 제품 생산에 나서거나 해외에 설비 판매를 시도할 수 있다.

◆북한군 전진 배치 땐 안보 부담

개성공단 지역이 군사통제구역으로 되돌아간 것은 안보 측면에서 우리에게 큰 부담이다. 개성공단 부지와 인근 지역은 북한군 2군단의 최정예 6사단과 62포병연대, 64사단 등이 주둔했던 곳이다. 김정일 전 국방위원장은 개성공단 착공식이 열린 2003년 6월 황해북도 판문읍 등에 있던 군부대들을 10~15㎞ 후방으로 후퇴시켰다. 군사적 요충지에 개성공단이 들어서면서 남북이 서부전선에서 군사적으로 충돌할 가능성도 다소 줄어들었다.

북한은 군사통제구역으로 선포한 개성공단 지역에 후방으로 후퇴시켰던 군부대의 재배치를 추진할 수 있다. 물론 상당한 비용이 들어갈 것이다. 이런 최악의 시나리오가 실현되면 우리 군도 기습도발에 대비하기 위해 병력과 장비의 추가 투입 등 다양한 대응 방안을 강구하지 않을 수 없다.

최승욱 선임기자 swchoi@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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