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예진 기자 ] "'응팔'? 이렇게 잘 될 줄 몰랐어요. 가문의 영광이라고 생각합니다"
'응답하라 1988'(응팔) 속 택이. 누나, 동생할 것 없이 모두 그에게 응답했다. 시청자들의 사랑에 얼마나 감사함을 느끼는지 말 끝 마다 '감사합니다'를 연발했고, 지난 1월에 진행된 첫 팬미팅에서는 3500명의 팬들을 보고 눈물을 쏟기도 했다. 이제 팬카페 글이 너무 많아 읽기 힘들 정도라고.
박보검을 향한 러브콜, 폭발적인 '응팔' 인기, 박보검 팬카페 회원수 급증, '응답하라' 역대 최고 시청률 등극까지…. 이 모든 것이 박보검의 연기가 '10점 만점에 10점'이라는 증거가 아닐까.
'응팔' 종영 후 아직까지도 '보검앓이' 중인 팬들을 대신해 박보검에게 질문을 쏟아냈다.
우선 대세남으로 등극한 박보검의 주변 반응이 궁금했다. 가족들에 대해 질문을 하자 그는 "지상파 못지않은 시청률이 나와서 '많은 분들께 전국민적으로 사랑받은 작품이구나'라고 느꼈어요. 가족들도 '응답하라' 시리즈 애청자라서 오디션에 합격하고 출연하게 됐을 때 '가문의 영광'이라고 생각했죠"라고 입을 열었다.
"가족들 모두 기뻐하시긴 했는데 이럴 때일수록 더 신중하고 깊게 생각한 뒤에 말하고 겸손하게 행동하라는 말씀을 해주셨어요. 가족들과 회사 식구들 아니었으면 이 자리에 있을 수 없었을거예요. 내 아들, 내 동생, 내 배우라도 무조건 칭찬하기 보다는 객관적인 시선과 함께 채찍질도 해주시기 때문에 큰 도움이 됐죠"
박보검은 '응팔'에서 쌍문동 금은방 '봉황당'집 외동아들이자 천재 바둑소년인 최택 역으로 열연했다. 그는 '택이' 자체로 스며들기 위해 바둑을 배우고 성격 하나하나까지 섬세하게 준비했다.
"이번 작품을 통해 바둑을 배우게 됐는데 실제 바둑을 두시는 분들 만큼 실력은 없지만 자세나 눈빛, 기본적인 것들을 사범님을 통해 많이 배웠어요. 주변 사람들의 손을 빌리긴 하지만 바둑에서는 신이잖아요. 저는 '택이'라는 인물을 만들 때 멍청해보이면 안 된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연기할 때 되도록이면 나답게, 편하게 하려고 했어요. 그 전에는 인물 자체를 보여줬다면 이번에는 편하게 꾸미지 않은 제 모습을 보여주려고 노력했던 것 같아요"
남편 찾기에 대해 말도 많았다. 성인 택이(김주혁)와 어린 택이(박보검)의 성격이 매우 다르게 나왔기 때문에 모두 '어남류'(어차피 남편은 류준열)를 외쳤던 것. 특히 남편의 정체가 공개된 후에도 시청자들에게 설득적이지 못한 장면들이 있었다.
"저도 그래서 정환이가 남편인 줄 알았어요. 그런데 택이에게 많은 세월이 지나기도 했고, 덕선이랑 살면서 성격도 변한 것 같아요. 그건 시청자분들의 상상에 맡겨야하지 않을까요(웃음)"
'응팔'은 1988년 배경임에도 불구하고 젊은 시청자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았다. 박보검 역시 80년대를 잘 알지 못하지만 그가 꼽은 흥행 이유는 따로 있었다.
"가족 이야기 덕분에 전 세대가 공감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택이가 없어도 친구들이 택이 방에 다같이 모이고, 택이랑 아빠(최무성)가 김치찌개 하나만 두고 밥을 먹는데 동네 친구들이 와서 반찬을 하나씩 얹어주고 가는 장면에서 따뜻함을 많이 느꼈어요. 서로에 대한 마음과 이웃간의 배려, 그리고 정들이 많은 분들을 감동시키지 않았나 싶네요. 지금도 그런 인심을 느낄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박보검이 생각하는 '응팔' 연기는 몇 점일까. '최택에게 10점 만점에 몇 점을 줄 수 있냐'고 묻자 "점수를 줄 만큼 잘 했는지 모르겠어요. 바둑에도 시간을 많이 투자했더라면 좀 더 바둑기사처럼 보였을텐데 하는 아쉬움이 있기도 하고요"라며 답변을 머뭇거렸다.
이어 "제가 점수를 매기진 못 하고 시청자분들이 어떻게 생각하시느냐에 따라 달라질 것 같네요"라고 말하더니 "어떻게 생각하세요? 저한테 몇 점을 주고 싶으세요?"라고 오히려 기자에게 역으로 질문을 던졌다.
기자가 "시청자들이 10점으로 생각하기 때문에 그것이 뜨거운 인기로 입증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하자 박보검은 "제가 10점이 아니라서요. 감독님과 작가님이 따뜻한 이야기를 써준 덕분이죠"라며 겸손한 모습을 보였다.
'응답하라' 시리즈에 출연한 배우들이 다음 작품 흥행에 꼭 실패한다는 '응답하라 저주'가 떠돈다. 하지만 그는 저주가 아닌 축복이라며 긍정적인 마인드를 드러냈다. "'응팔'에 출연하게 돼서 많은 분들로부터 사랑을 받는 것이잖아요. 그것만으로도 큰 축복이죠. 왜 '응답하라 저주'인지 모르겠어요"
'응팔'이라는 인생작을 얻었지만 방심해서는 안 될 시기다. 다음 작품에 대한 부담감도 꽤 클 터. 그의 2016년 목표는 꽤 다양했다. 연기 뿐만 아니라 MC, 그리고 개인적인 스케줄까지 모두 소화하고 싶다는게 그의 욕심.
"일단 첫 목표는 '박보검이라는 사람과 연기해보고 싶다'는 말을 듣는 거예요. 저 친구 연기를 보면 나도 모르게 흠뻑 빠진다는 칭찬도 듣고 싶어요. 어떤 역할을 해도 잘 소화해내는 배우로 성장하고 싶거든요. 그리고 뮤직뱅크 최장수 MC가 되고 싶어요. 여행도 많이 다니고 싶고요. 그 전에 여행을 많이 못 다녀서 이번 '꽃보다 청춘'을 찍고 '이래서 여행을 하는구나'하고 느꼈어요"
이제 그는 택이를 떠나보내야 한다. '응팔 신드롬'이 식을 줄 모를 정도로 대단했던 만큼 그에게 택이는 아주 소중한 캐릭터였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택이에게 한 마디 해달라'는 말에 박보검은 "아…되게 짠하다"라며 아쉬운 표정을 지었다.
"택이에게 '고생했다. 수고했다. 아프지 말라'고 전하고 싶어요. 마지막 회에 다들 쌍문동에서 다른 곳으로 이사갔잖아요. 그래도 택이가 친구들을 잊지 말고 오래오래 연락하며 지냈으면 좋겠어요"
한예진 한경닷컴 기자 genie@hankyung.com
기사제보 및 보도자료 newsinfo@hankyung.com
[한경닷컴 바로가기] [스내커] [한경+ 구독신청] ⓒ '성공을 부르는 습관' 한경닷컴,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