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은 '스푸트니크 쇼크' 전화위복 됐는데…
[ 김태훈/박근태 기자 ] 북한이 지난 7일 장거리 로켓 광명성호 발사에 성공하자 국내 과학계가 충격에 빠졌다. 북한이 미국 본토를 겨냥할 수 있는 장거리 미사일을 성공적으로 쏘아올려서만은 아니다. 미국 북미항공우주방위사령부(NORAD)가 탑재체를 위성으로 등록할 정도로 북한의 우주 기술이 급진전했기 때문이다.
경제 규모 세계 12위인 한국이 최빈국(最貧國)에 속하는 북한보다 로켓 기술에서 뒤졌다는 게 다시 확인됐다. 1957년 소련이 세계 최초로 스푸트니크 인공위성을 발사했을 때 미국 과학자들이 받은 충격과 다르지 않다.
미국은 이듬해 항공우주국(NASA)을 창설하고 우주 기술 개발에 과감하게 투자했다. 과학기술 역량을 다지기 위해 초·중등생을 대상으로 수학 과학 교육을 확대했다. 미국은 1969년 인류 최초의 달탐사 유인우주선인 아폴로 11호를 달에 착륙시키며 잃었던 자존심을 되찾았다.
미국이 스푸트니크 충격을 반전의 기회로 삼은 데 비해 국내에서는 우주 개발 역량을 강화하기 위해 대규모 투자에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를 좀체 찾아보기 어렵다. 한국은 1998년 북한이 대포동 1호를 발사하자 우주 발사체 개발에 뛰어들었다. 1970년대부터 꾸준히 로켓 개발에 힘을 쏟은 북한보다 20년 늦은 출발이었다. 이마저도 일관성 있는 정책을 펴지 못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나로호, 한국형 발사체, 달탐사 등 우주프로젝트를 진행할 때마다 정치 이슈로 변질되면서 국회에서 예산을 삭감하는 일이 반복됐다.
김승조 전 한국항공우주연구원장은 “로켓 개발에는 많은 시간과 돈이 필요한데 그동안 정권이 바뀔 때마다 계획이 수정되고 예산이 삭감되는 일이 잦았다”고 지적했다.
김태훈/박근태 기자 taehu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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