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키스탄에 학생들 못 보내!"…중동 테러 위험에 '과학영재 올림픽' 무산 위기

입력 2016-02-14 19:58  

미국·유럽연합 등 불참국 속출
파키스탄 정부 "개최 포기"



[ 박근태 기자 ] 세계 과학 영재들의 경연인 국제화학올림피아드가 테러 직격탄을 맞고 무산 위기에 내몰렸다. 14일 대한화학회에 따르면 오는 7월20~29일 파키스탄 남부 신드주 주도 카라치에서 열릴 예정인 제48회 화학올림피아드 대회에 테러 위험을 우려한 미국과 유럽연합(EU) 등이 불참을 선언하면서 파키스탄 정부가 대회 개최를 포기했다. 이에 따라 올해 국제화학올림피아드 개최 여부가 불투명해졌다.

국제화학올림피아드는 각국 청소년 화학 영재가 실력을 겨루는 국제 행사다. 매년 70~80개국에서 400명 이상의 학생이 참여하는 국제 규모 대형 행사다. 한국도 1992년 미국 대회를 시작으로 해마다 참여하고 있다. 지난해 아제르바이젠 바쿠에서 열린 대회에는 금 4개를 차지하며 종합 1위에 올랐다.

국제화학올림피아드 운영위원회는 지난해 파키스탄 카라치시를 제48회 대회 개최지로 선정했다. 당초 48회 대회는 러시아 카잔 공화국에서 열릴 예정이었다. 하지만 러시아 측이 지난해 갑자기 개최를 포기하면서 대회 개최를 희망한 파키스탄이 급히 선정됐다. 1968년 국제화학올림피아드가 처음 개최된 뒤 파키스탄에서 열리는 건 처음이다.

하지만 파키스탄에서 일어나는 크고 작은 테러가 발목을 잡았다. 최근 파키스탄에선 군과 경찰은 물론 일반인, 학생에 대한 테러가 무차별적으로 일어나고 있다. 지난달 파키스탄 북부 바차칸대에선 무차별 총격으로 학생과 교직원 20여명이 숨진 사고가 발생하는 등 테러가 잇따르고 있다.

파키스탄 정부는 안전한 카라치대에서 대회를 치를 계획이라고 밝혔지만 미국과 EU 등 서방 국가들이 학생 안전을 우려해 잇따라 불참을 선언하면서 대회 자체를 치를 수 없게 됐다. 파키스탄 정부도 참가 의사를 밝힌 나라가 25개국 안팎에 머물자 중앙정부 차원의 지원을 철회한 것으로 알려졌다.

행사 6개월을 앞두고 올림피아드 개최지가 사라지면서 국제 화학계는 혼란에 휩싸였다. 올해 대회를 치르겠다고 나선 나라는 없지만 조지아와 헝가리가 유력한 개최 후보국으로 알려졌다. 각국 대표가 모인 국제화학올림피아드 위원회는 이달 중 최종 개최국을 결정할 것으로 예상된다. 대한화학회는 지난달 대회에 참가할 대표를 뽑기 위한 계절학교를 열고 4명의 학생을 선발했다.

박근태 기자 kunt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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