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분 비율대로 소유권 설정
수익·비용 나누는 방식
저금리로 금융비용 줄어
매입가의 60~70% 대출
임차인 교체 등 주요 결정
의견일치 봐야 갈등 없어
[ 문혜정 기자 ] “형제·자매나 친구끼리 자기자본 2억~3억원씩 공동 투자해 20억~30억원짜리 소형 빌딩을 구입하겠다는 문의가 크게 늘었습니다.”
중소형 빌딩 거래를 중개하는 원빌딩부동산중개의 오동협 상무(40·사진)는 최근 중소형 빌딩 매매시장에 공동투자 바람이 불고 있다고 전했다. 오 상무는 원빌딩에서 11년째 빌딩매매 컨설팅 임차인 서비스 등의 업무를 진행하고 있다. 그동안 거래를 성사시킨 빌딩 개수만 70개(거래규모 4000억~5000억원)를 웃돈다.
그는 과거 중소형 빌딩시장은 서울 강남에 사는 자산가들의 리그였지만 최근 투자자층이 확대되고 있다고 전했다. 저금리 기조가 장기화하고 재테크를 위한 투자처가 변변치 않은 상황이어서 부동산 자산가격의 거품 논란에도 불구하고 초소형 혹은 중소형 빌딩 구매 수요는 꾸준하다는 것이다.
○대출 활용해 빌딩 탔?/strong>
빌딩 투자자들은 건물 매입가격의 60~70%, 많게는 80%까지 은행 대출을 이용한다. 저금리 탓에 금융비용(이자 납부)이 과거보다 크게 줄었기 때문이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자기돈 2억~3억원을 가지고 빌딩을 사려는 문의가 적지 않다고 오 상무는 소개했다.
“최근 2억원을 들고 15억원짜리 빌딩을 사겠다고 온 분이 있었습니다. 취·등록세를 제외하면 사실상 14억원가량을 빌려야 하는 셈인데 은행 대출이 안 되죠. 이런 경우 가까운 친구나 가족과 함께 5억원 정도의 종잣돈을 만들면 빌딩 매입이 가능하다고 설명했습니다. 지분 비율대로 소유권을 설정하고 사업자 등록을 한 뒤 월 임대료(수익)를 나누는 방식이죠.”
단 공동투자의 경우 임차인을 교체하거나 건물 매각 등 주요 결정을 하는 데 의견일치를 봐야 한다고 그는 지적했다. 이 과정에서 갈등이 생길 수도 있다. 공동투자는 공실 충격도 더 크게 받는다.
오 상무는 “최근 서울 홍대 인근 빌딩 가격은 임대료가 조정받고 있는데도 견고하다”며 “(낮은 대출금리 덕분에) 건물주들이 한 개 층 정도의 공실은 충분히 버티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그러나 대출금이 많으면 1~2개 상가 공실에도 이자 부담을 느낀다”며 “공동투자나 대출금 비중이 높은 투자는 큰 임대료 수익이나 향후 땅값(건물 대지) 상승 기대보다는 안정성을 중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강남3구 벗어나는 투자자들
오 상무는 “작년에는 주택경기만큼 중소형 빌딩매매 시장도 활기를 띠었다”고 설명했다. 원빌딩이 2015년 서울에서 사고 팔린 빌딩매매 사례를 수집·분석한 결과 총 거래 건수는 2014년 937건에서 지난해 1402건으로 약 150% 증가했다.
특히 빌딩의 평균 매매가격이 낮아졌고 위치도 강남3구(강남·서초·송파)에서 벗어난 사례가 늘었다. 매수자들의 거주지도 다양해졌다. 비서울 거주자나 비강남권 거주자도 상당했다.
작은 빌딩의 거래 비중도 높았다. 30억원 미만 건물이 전체 거래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작년 50%까지 올랐다. ‘30억원 이상~50억원 미만’이 27%, ‘50억원 이상~100억원 미만’이 17%였다. 반면 ‘100억원 이상~300억원 미만’ 빌딩 거래 건수는 눈에 띄게 줄었다.
오 상무는 “몇 년 전만 해도 빌딩 매입 우선순위는 강남권과 홍대, 최근에는 서울숲이나 성수역 인근도 인기가 높았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나 이미 건물 가격이 많이 오른 데다 경리단길과 같은 골목상권은 트렌드가 빨리 움직여 불안감이 있다”며 “유명한 상권이 아니더라도 지하철 역세권 100~200m 이내에서 공실이 없고 유동인구가 많은 초소형 건물을 많이 조사하고 추천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투자자가 원하는 가격대와 수익률을 바탕으로 서울 회기역(1호선)과 오목교역(5호선) 인근 건물을 중개하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건물 투자 인기 계속될 것
작년 말부터 주택경기가 위축되면서 부동산 시장 전체가 조정기에 들어선 양상이다. 중소형빌딩 시장은 상대적으로 조정을 적게 받고 있다. 오 상무는 “아파트의 경우 매수자 발길이 딱 끊겼다면 건물은 약 10%가량 줄었다고 할 만큼 영향이 크진 않다”고 전했다.
국내 빌딩 가격은 지난 수년간 크게 올랐다. 그럼에도 조정 가능성은 낮다는 게 오 상무의 생각이다. “빌딩 가격만 보면 너무 올랐다고 생각하지만 그 이면을 봐야 합니다. 계속되는 저금리 기조, 다른 투자처의 수익률, 안정적인 자산 소유 욕구 등을 고려하면 이만한 투자상품이 없다고 보는 겁니다. 작년 말까지 금리인상 여부를 묻던 투자자들도 최근에는 금리 인상을 더 이상 걱정하지 않습니다.”
다만 오 상무는 국내 소비 위축과 사드 배치 등으로 인한 중국인 관광객 감소를 올해 빌딩매매 시장의 최대 리스크로 꼽았다. 주요 상권의 세입자들이 장사가 안되면 건물 매매시장에도 돈이 돌지 않기 때문이다. 그는 “매수자 입장에선 역세권 급매물을 찾기 위해 부지런히 발품을 팔아야 한다”고 말했다.
문혜정 기자 selenmoo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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