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개혁 홍보비' 금융사에 떠넘긴 금융위

입력 2016-02-15 17:31   수정 2016-02-16 16: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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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지훈 기자 ] 금융위원회가 금융개혁 홍보비가 필요하다며 은행·보험·카드사 등 금융업계에서 돈을 걷고 있다. 금융회사들은 울며 겨자 먹기로 홍보비용을 갹출하고 있지만 “정부 예산으로 할 일을 왜 기업에 부담시키느냐”는 불만이 터져 나오고 있다.

15일 금융계에 따르면 금융위는 지난해부터 대대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금융개혁’ 홍보비 명목으로 은행연합회·생명보험협회·손해보험협회·여신금융협회 등 4개 금융협회에 각각 2억씩, 총 8억원을 걷기로 하고 최근 협조공문을 보냈다. 금융위는 지난해에도 은행연합회 생보협회 손보협회 등에서 같은 명목으로 4억원을 걷은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위의 요구에 각 금융사는 어떤 방식으로 돈을 마련할지 논의 중이다. 작년 홍보비는 각 금융협회에 편성된 홍보예산 일부를 떼어내 전달했다. 한 금융사 관계자는 “올해는 각 금융사가 십시일반 갹출하는 방안과 협회 홍보비용을 줄이는 방안을 놓고 협의를 벌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금융사에서 조달한 비용은 공중파 TV 광고, 지하철 스크린 광고 등에 사용되고 있다. 일부는 인기그룹 EXO의 카이?주연으로 한 웹드라마 ‘초코뱅크’ 제작비용으로도 쓰였다. 이 웹드라마는 크라우드 펀딩, 온라인보험슈퍼마켓, 인터넷전문은행 등 핀테크(금융+기술) 관련 금융 현안을 쉽게 전달하기 위해 제작됐다.

상당수 금융사는 강한 불만을 제기하고 있다. 한 은행 관계자는 “돈의 규모를 떠나 정부 예산으로 해야 할 일을 금융회사에서 부담하도록 하는 사고방식이 문제”라고 말했다. 한 카드사 관계자는 “정부 홍보비까지 내놓으라는데 할 말을 잃었다”며 “금융위의 관치가 도를 넘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금융위는 금융회사들과 협의해 진행한 일이라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금융개혁의 성과를 알리는 게 필요하다는 데 금융업권과의 공감대가 있었다”며 “금융개혁 수혜자가 결국 금융사들이기 때문에 강제적인 성격은 아니다”고 해명했다.

이지훈 기자 lizi@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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