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칼럼] 자연휴양림

입력 2016-02-15 17:35  

고두현 논설위원 kdh@hankyung.com


쏟아지는 별빛이 금방이라도 이마에 닿을 듯하다. 숲에서 뿜어져 나오는 신선한 공기와 피톤치드의 은은한 향이 온몸을 감싼다. 그 사이로 맑은 새소리와 연인들의 속삭임이 귓전을 간지럽힌다. 문학기행 중 하루를 지낸 경남 남해 국립편백자연휴양림의 봄밤을 지금도 잊을 수 없다.

전국의 자연휴양림은 크고 작은 것을 합쳐 160여개. 이 중 산림청이 운영하는 국립 자연휴양림(39곳)이 가장 인기다. 수도권 최고 명소는 경기 가평의 유명산 자연휴양림. 잣나무가 빽빽한 길의 ‘숲체험 데크로드’를 좋아하는 사람이 많다. 서울 경계에서 30분이면 도착할 수 있다. 양평군 단월면의 산음 자연휴양림에서는 낙엽송·전나무·잣나무·층층나무 등의 원시림을 즐길 수 있다. 천년고찰 용문사와 은행나무도 인근에 있다.

최근엔 양주에 아세안 자연휴양림이 새로 생겼다. 이곳에서는 한국과 아세안(동남아국가연합)의 전통가옥을 재현한 숲속의 집과 각국 문화를 한꺼번에 체험할 수 있다. 송추나들목에서 20분 거리에 있다. 강원도에서는 대관령 자연휴양림(강릉)과 용화산 자연휴양림(춘천), 청태산 자연휴양림(둔내)을 으뜸으로 친다. 대관령의 아름드리 소나무 숲과 춘천비경 8선·화천비경 9경, 치악산·오대산국립공원 등과 연계한 코스가 일품이다.

충남 서천 희리산 해송자연휴양림의 사철 푸른 해송림을 거쳐 전북 부안의 변산 자연휴양림, 모항, 새만금방조제, 부안영상테마파크를 잇는 휴양림 벨트도 좋다. 전남 순천 낙안민속 자연휴양림과 순천만 갈대밭, 낙안읍성·벌교·여자만까지 이어지는 남도 코스, 경북 봉화 청옥산 자연휴양림과 경남 함양의 지리산 자연휴양림도 빼놓을 수 없다.

찾는 사람이 워낙 많아 인터넷 회원제(www.huyang.go.kr)로 숙박을 예약해야 한다. 65세 이상은 ARS(자동응답서비스) 전화(1800-9448)로 문의할 수 있다. 비수기 주중 예약은 6주 전 매주 수요일 오전 9시부터 신청을 받는다. 주말은 매월 4일 오전 9시부터다. 성수기(7월 15일~8월24일)는 5월 중 홈페이지에 추첨 일정을 공지한다.

예약이 까다롭다고 겁먹을 필요는 없다. 당일 예약 취소분을 그날 인터넷 및 현장 판매로 구할 수도 있다. 일부 등산 대피소처럼 마구잡이 예약을 했다가 ‘펑크’를 내는 사람들이 허다해 당일 행운을 얻는 경우가 의외로 많다. 물론 마음 편하게 즐기려면 지금부터 차분히 준비하는 게 좋다. 마침 내일이 수요일이다.

고두현 논설위원 kd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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