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장비 제어 기술로 드론 50대 충돌 않고 조종
공연 등 엔터테인먼트 공략
[ 이현동 기자 ] 지난해 12월 홍콩에서 열린 MAMA(엠넷 아시아 뮤직어워드). 국내 아이돌 그룹 ‘샤이니’의 무대에 조명 갓을 씌운 드론(무인 항공기) 6대가 등장했다. 이 드론은 샤이니 뒤에서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며 ‘군무(群舞)’를 선보였다. 샤이니의 화려한 춤동작과 드론의 군무가 어우러지자 현지 관객 1만여명은 환호했다.
◆반도체 장비 제어기술 응용
행사를 주최한 CJ E&M은 국내 중소기업 네온테크 덕분에 이 무대를 꾸밀 수 있었다. 여러 대의 드론이 동시에 날아올랐을 때 서로 충돌하지 않도록 하는 알고리즘이 핵심 기술이다. 이 회사를 방문해 드론 군무를 직접 본 한정화 전 중소기업청장은 “드론을 엔터테인먼트 분야에 접목해 새로운 사업 모델을 제시했다”고 평가했다. 세계 드론시장을 선점한 중국 업체와 가격 경쟁을 할 게 아니라 네온테크처럼 응용분야에서 승부수를 띄워야 한다는 설명이었다.
네온테크는 반도체·발광다이오드(LED) 칩을 자르는 活湄?절단장비 제조사다. 일본에 의존하던 것을 국내 최초로 국산화한 뒤 삼성전기 등에 납품하고 있다.
기술력은 뛰어나지만 매년 반도체 및 LED 업황에 따라 매출이 들쑥날쑥하다는 점이 황성일 네온테크 대표의 고민이었다. 네온테크 매출은 2013년 225억원에서 2014년 153억원으로 감소하는 등 실적 변동이 컸다.
황 대표는 새로운 사업 진출을 꾀했다. 기존 장비 기술을 활용할 수 있으면서 성장성이 큰 분야를 검토했다. 결론은 드론이었다. 절단장비 제어 기술을 드론에 응용할 수 있다는 판단이었다.
처음에는 직접 제작하는 것을 검토했다. 하지만 이내 접었다. 중국 내 드론 제조업체를 탐방한 뒤 ‘한국에서 제조해선 싸움이 안 된다’는 결론을 얻었다. 황 대표는 “연구개발(R&D) 인력만 수백명인 중국 업체를 따라잡는 게 불가능해 보였다”고 말했다. 소프트웨어로 방향을 틀었다. 드론이 많아지면 제어하는 기술이 더 중요해질 것으로 예상했다. 황 대표는 “기존 드론업체가 한 대만 잘 날리는 것에 집중할 때 우리는 여러 대를 동시에 날리는 시스템을 개발하는 데 집중했다”고 설명했다.
시행착오를 거듭하던 중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이 관련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았다. 적외선 카메라, 충격회피 시스템 등으로 드론 50대를 서로 부딪히지 않도록 동시에 조종하는 기술이었다. 지난해 이 기술을 상업적으로 쓰기 위해 이전받았다.
◆“드론 단독공연 선보일 것”
국내업체들의 드론 개발 경쟁이 본격화하고 있다. 특허청에 따르면 지난해 드론 관련 특허는 389건으로 전년보다 160% 증가했다.
네온테크는 강점 분야인 공연 같은 엔터테인먼트 부문을 우선 공략하고 있다. 수요가 급증하고 있어서다. 중국과 동남아에서 인기가 식을 줄 모르는 K팝에 최첨단 기술인 드론의 군무를 넣자 시너지효과가 발생하고 있다. 황 대표는 “정보기술(IT) 강국인 한국 이미지와 K팝의 화려한 무대가 절묘한 하모니를 연출하고 있다”며 “K팝 인기곡에 맞는 다양한 형태의 드론 군무를 개발 중”이라고 말했다.
그는 앞으로 ‘난타’의 콘셉트와 비슷한 드론 단독공연을 계획하고 있다. “스토리 라인을 구성해 음악과 조명, 여기에 드론을 넣으면 훌륭한 공연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현동 기자 gra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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