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점은행제 18년…54만명 '학사모' 썼다

입력 2016-02-15 18:44  

일하며 학위·자격증 따고, 취업·승진에 정규직 전환까지…
'인생이모작 디딤돌' 자리매김

일·학습 병행, 경력개발 위해 학교 밖 학점 취득…수요 몰려
2015년 학습자 114만명으로 늘어

'테샛' 최고등급 받으면 20학점
입사시험 등에 큰 도움 '인기'



[ 정태웅 기자 ] 25년간의 군복무를 마치고 40대 중반에 건설기술인으로 전직한 김병대 씨(66)는 고졸 학력의 한계를 절감해 학점은행제에 등록, 건축학 학사학위를 취득했다. 학점은행을 활용해 건축기사 등 자격증도 여섯 개 따는 등 ‘인생이모작’을 착실히 해왔다. 그는 어려운 노인을 돕겠다는 꿈을 이루기 위해 또다시 학점은행에 등록, 지난해 사회복지학 학사학위를 받았다. 사회복지사로서 소외된 노인을 돕는 ‘인생 3막’에 나선 김씨는 “오전 3시에 일어나 공부하고 낮에는 일하는 것이 힘들었지만 지금도 무엇을 새로 배울까 고민 중”이라며 “배움에는 끝이 없는 만큼 앞으로도 계속 학점을 따겠다”고 말했다.

대학 부설 평생교육원 등 학점 인정기관에서 틈틈이 학점을 쌓았다가 자격을 충족하면 학위를 취득하는 학점은행제가 승진, 전직, 재취업, 창업 등 인생이弔?수단으로 인기다. 15일 교육부에 따르면 학점은행제를 통해 학위를 취득한 직장인 주부 등이 지난해까지 54만4051명으로 50만명을 넘어섰다. 다음주 열리는 전기 학위수여식에서도 3만여명이 학사모를 쓸 예정이다.

1998년 도입 당시 617명이던 학점은행 학습자는 지난해 114만7928명으로 증가했다. 출범 초기 41개 전공은 110개 전문학사 전공과 116개 학사 전공으로 늘었다. 국가평생교육진흥원 조사에 따르면 학점은행 학습자의 58.6%는 ‘일과 학습을 병행하기 위해’ 학점은행제를 선택했다. 또 64.2%가 정규직 전환, 구직과 이직, 자격증 취득, 상급학교 진학 등에 유용한 경력 개발 수단이라고 답했다. 30대는 2013년(32%) 이후 지속적으로 감소한 데 비해 40대는 2010년 16.4%에서 지난해 20.3%로, 50대 이상은 6.5%에서 9.4%로 증가하는 추세다.

학위 취득이 아니더라도 학점은행제는 어린이집 보육교사 등 자격증 취득의 유용한 수단이다. 경제이해력검증시험(TESAT·테샛)은 최고 등급을 받으면 20학점을 취득해 한 학기를 수강한 것과 같은 효과가 있는 데다 대학 졸업시험이나 기업 입사시험 자료로 활용되고 있어 응시자가 꾸준히 늘고 있다.

2014년 8만명대로 증가한 학점은행 학위 취득자는 지난해와 올해 다소 주춤한 상태다. 올 2학기부터 평생교육단과대학이 개설되면서 주부나 자영업자는 대학수학능력시험을 보지 않고도 정규대학에 진학이 가능해 학점은행 수요를 일부 흡수했기 때문이란 분석이 나온다.

교육부 산하 국가평생교육진흥원은 평생교육단과대 개설 과목도 학점은행에서 인정하는 등 학점은행제 개편을 추진하고 있다. 진흥원 관계자는 “노년학 불교학 신재생에너지학 지식재산학 등 신규 전공을 지속적으로 개발하고 지난해 출범한 K무크(한국형 온라인 공개강좌)도 학점으로 인정하는 방안을 추진하는 등 학습 의지가 있는 누구라도 학점을 따도록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 학점은행제

대학 부설 평생교육원이나 전문학원 등 학점인정기관에서 다양한 형태로 이뤄지는 학습을 학점으로 인정하고, 학점을 쌓아 일정 기준을 충족하면 대학 학위를 주는 평생교육제도. 지난해 기준 533개 학점인정기관에서 114만여명이 학점은행제 학습에 참여하고 있다.

정태웅 기자 redae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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