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VR은 삼성의 새 먹거리…기기·콘텐츠 개발로 시장 선점"

입력 2016-02-16 17:37  

작년 '기어 VR' 헤드셋 발표
신형 갤럭시S7에도 기능 탑재…관련 벤처에도 잇따라 투자

17일 사장단회의 VR 다뤄…'스마트폰 이후 신동력' 육성



[ 김현석 / 전설리 기자 ]
삼성전자가 스마트폰을 보완할 미래 성장동력으로 ‘가상현실(VR)’을 본격 육성한다. VR은 당분간 게임 엔터테인먼트 등에서 스마트폰을 보완하는 기기의 역할을 하겠지만, 앞으로 교육 직업훈련 의료 건축 스포츠 커뮤니케이션 등으로 용도가 확대되며 독립된 기기로 급성장할 것으로 삼성은 보고 있다. 삼성은 17일 사장단 회의에서 VR에 대한 강연을 듣고 그룹 차원의 역량을 모으는 방안을 마련할 예정이다.

VR에 꽂힌 이재용 부회장

삼성그룹은 이날 회의에서 VR에 대해 강연한다. 삼성 최고의 VR 전문가인 구윤모 무선사업부 전무가 강의한다. 삼성은 사장들이 직접 삼성 ‘기어 VR’을 쓰고 체험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여기엔 VR을 새 먹거리로 삼겠다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사진)의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부회장은 최근 삼성 주요 경영진에 “VR은 스마트폰을 대체할 수 있을 정도의 성장성을 지녔다”며 “기기뿐 아니라 콘텐츠 개발에도 집중해 시장을 선점하라”고 당부한 것으로 전해졌다.

삼성은 VR 시장의 선도 업체 중 하나다. 2014년 VR 업체인 미국 오큘러스와 제휴한 뒤 지난해 11월 VR 헤드셋 ‘삼성 기어 VR’을 국내에 출시했다. 해외에서는 99달러, 국내에서는 12만9800원으로 가격을 대폭 낮춰 세계적으로 수십만대가 팔렸다. 지난 1월 세계 최대 전자쇼인 ‘CES 2016’에서 가장 각광받은 것도 삼성전자의 VR 체험관이었다. 삼성전자는 지난 12일 개막한 노르웨이 릴레함메르 겨울청소년올림픽에서도 체험관을 운영하고 있다.

삼성은 콘텐츠 확보에 집중하고 있다. 콘텐츠가 다양해지면 VR 시장이 폭발적으로 성장할 수 있을 것이란 분석에서다. 이달 말 열리는 스페인 모바일월드콩그레스에서는 VR 기능을 탑재한 갤럭시S7뿐 아니라 VR 콘텐츠를 스스로 만들 수 있는 360도 카메라를 공개한다. 미국 실리콘밸리에 있는 삼성리서치아메리카에서 개발한 제품이다.

관련 투자도 활발하다. 작년 말 VR 콘텐츠로 유명한 바오밥스튜디오에 600만달러(약 72억원)를 투자했다. 최근엔 삼성벤처투자를 통해 미국 벤처 WEVR에 2500만달러(약 300억원)를 투자했다. WEVR은 VR 영상을 제작해 공유할 수 있도록 한 VR 콘텐츠 유통 플랫폼 ‘트랜스포트’를 운영하는 곳이다. 삼성은 지난해 10월엔 사람이 VR 속에 들어가 행동하는 걸 느낄 수 있게 해주는 기술을 개발 중인 뉴질랜드 8i에 투자했고, 6월엔 눈동자의 움직임을 추적해 현실화하는 소프트웨어를 만드는 FOVE에도 돈을 넣었다.

세계 IT 기업의 새 전쟁터로

기어 VR은 갤럭시노트5, 갤럭시S6, 갤럭시S6엣지, 갤럭시S6엣지플러스 등 최신 스마트폰이 있어야 즐길 수 있다. 이들 스마트폰을 통해 VR 콘텐츠를 다운받은 뒤 기어 VR에 끼워야 한다. VR이 스마트폰 판매를 돕는다는 얘기다. 그러나 앞으로는 기어만으로 VR을 즐길 수 있다. 구글은 스마트폰과 연동하지 않고 사용할 수 있는 VR 기기를 준비 중이다.

VR 시장의 가능성은 무한하다. 데이비드 은 삼성전자 사장은 “VR이라고 하면 게임과 엔터테인먼트만 생각하기 쉽지만 커뮤니케이션, 교육, 훈련 등 여러 분야로 응용 범위를 넓힐 수 있다”고 말했다. 강원도 삼성전자 부장은 “머지않아 VR 속 물체를 만지고 움직여볼 수 있는 등 그 안에서 소통할 수 있을 것”이라며 “이렇게 되면 교육(여행, 시뮬레이션 직업 교육), 의료(의사 수련용, 환자 설명용), 건축 등 다양한 분야에서 VR 기기를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최근 슈퍼볼이 VR로 중계되는 등 스포츠 중계, 영화 등도 VR의 핵심 콘텐츠다.

영국 투자은행 디지캐피털은 세계 VR 시장이 올해 50억달러(약 6조원)에서 2020년 1500억달러(약 180조7000억원)로 30배 이상 커질 것으로 전망했다. 대만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는 세계 VR 기기 시장 규모가 올해 1400만대에서 2020년 3800만대로 커질 것으로 내다봤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뿐 아니라 애플 페이스북 구글 마이크로소프트(MS) 소니 등 정보기술(IT) 업체들은 앞다퉈 VR에 투자하고 있다.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는 최근 “VR은 매우 흥미로운 시장”이라며 “틈새시장에 머물지 않고 주류로 성장할 것”이라고 말했다. 애플은 이달 초 아이폰과 호환 가능한 VR 헤드셋 ‘뷰마스터’를 출시했다.

페이스북은 오는 3월 PC용 VR 기기 ‘리프트’를 20개국에서 시판할 예정이다. 2014년 골판지 소재의 카드보드를 선보여 500만대 이상을 판매한 구글은 플라스틱 소재로 제작한 카드보드를 출시한다. 소니는 올 상반기 VR 게임기기인 ‘플레이스테이션(PS) VR’을 선보일 예정이다.

김현석/전설리 기자 realis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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