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도 어김없이 논란거리로 등장한 것은 행정지도다. 은행들은 “CD 금리를 일정 수준으로 유지하라”는 금융당국의 행정지도를 따랐을 뿐이라고 해명한다. 하지만 공정위는 포괄적인 행정지도에도 불구하고 담합 혐의가 인정된다고 주장한다. 행정지도는 담합으로 처벌할 수 없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와 있지만 아랑곳하지 않는 공정위다. 어떤 형태로든 행정지도가 있었다면 이를 거부할 수 있는 은행은 없다. 그러나 정작 금융당국은 “금리에 대해 직접 행정지도를 한 적이 없다”고 발뺌하기 바쁘다. 정말 구역질 나는 변명이다. 금융당국이 다 알면서 왜 그러느냐는 식이라면 더욱 그렇다. CD 금리 담합 의혹은 그동안 수도 없이 제기돼온 사안이다. 만약 금융당국이 이를 알면서도 방치했다면 직무유기라고 볼 수밖에 없다.
법보다 더 무서운, 보이지 않는 규제라는 행정지도를 둘러싼 논란은 이번만이 아니다. 행정지도는 공정위가 문제 삼은 담합 건마다 단골 메뉴다. 그것도 보험, 신용카드, 통신, 소주, 서점, 빵집, 라면, 시멘트, 건설, 정유 등 거의 전 업종을 망라한다. 인허가 등의 규제가 널린 데다 툭하면 가격 통제까지하는 한국에서 사업자가 행정지도를 거부한다는 것은 상상하기조차 어렵다. 하지만 공정위는 마치 이를 기다렸다는 듯 ‘과징금 폭탄’을 때리니 사업자는 동네북이다. 공정위가 CD 금리 담합 혐의로 수천억원의 과징금을 물려야 할 처벌 대상은 은행이 아니라 금융당국이다. 피해를 본 금융 소비자에 대한 보상 또한 금융당국이 책임져야 마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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