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분양 두 배 이상 늘어난 곳
'분양보증' 두차례 심사 의무화
보증서 발급 1주일 더 걸리기도
[ 문혜정 기자 ]
주택도시보증공사(HUG)가 전국 23개 ‘미분양 급증 우려 지역’에 대한 분양보증 심사 강화에 나선 건 최근 급증한 미분양 물량을 줄여 주택 공급과잉 논란을 잠재우기 위한 의도로 분석된다. 건설업계에선 HUG가 국토교통부 산하 공기관인 점을 감안할 때 정부가 주택 분양물량 통제에 나선 것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HUG가 작년 말 분양 중도금 및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대출보증 심사를 강화한 데 이어 분양시장에 보다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분양보증 옥죄기에 나서면서 올해 분양 물량이 당초 예상보다 줄어들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미분양 급증에 ‘강력 대응’
HUG가 분양보증 심사 강화라는 카드를 꺼내든 것은 무엇보다 미분양 물량 급증 때문이다. 작년 10월 3만2221가구이던 미분양 주택이 2개월 愍?작년 말 6만1512가구로 두 배 가까이 늘어난 게 직접적인 원인이 됐다. 이어 올 상반기 말 미분양 주택이 8만가구에 달할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오면서 2008년 금융위기 직후와 같은 미분양 사태가 재연될지 모른다는 관측도 나왔다. HUG가 그동안 좀처럼 손대지 않던 분양보증 심사 고삐를 죄기로 한 건 이런 우려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HUG는 건설업체가 미분양 급증 지역에서 분양 사업을 벌일 때 분양가 적정성 여부를 포함해 사업성을 보다 깐깐하게 검토할 계획이다. 지금까지는 전국 지사가 심사한 뒤 보증서를 발급했지만 앞으로 본점에서 2차 심사를 거치도록 했다. 분양보증서 발급 기간도 1주일 이상 늘어날 전망이다.
분양보증 심사 강화는 다른 규제에 비해 영향력이 훨씬 크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PF 대출이나 중도금 대출은 HUG의 보증서 없이도 사업자가 제2금융권 등에서 자금조달을 할 수 있다. 그러나 분양보증서 발급은 HUG가 독점하고 있다. 30가구 이상 공동주택을 분양하려는 사업자는 파산에 대비해 아파트를 분양받은 개인들의 계약금과 중도금, 잔금을 보호하기 위해 보증상품에 반드시 가입해야 한다. HUG의 작년 주택분양보증 규모는 43만1000가구(89조5174억원)에 달해 지난해 전국의 전체 분양 물량 52만가구의 82%를 차지했다.
HUG 관계자는 “건설회사가 파산하면 (HUG가) 부실 사업장을 인수해 분양자들에게 계약금과 중도금을 돌려줘야 한다”며 “2008년 금융위기 이후 부실채권이 크게 증가한 경험이 있어 자체 리스크 관리에 나선 것”이라고 설명했다.
◆수도권 주요 지역 분양 감소할 듯
분양보증 심사가 강화되는 지역은 이달 인천 서구, 대구 달성군, 대전 유성구, 경기 평택·고양·남양주·용인·파주·김포·화성·광주, 충북 진천·충주, 충남 천안·아산·서산·부여·예산, 전남 나주, 경북 포항·경주·구미, 경남 거창 등 23곳이다.
HUG는 미분양 주택이 500가구 이상 누적된 곳 중 최근 3개월간 미분양이 50% 이상 증가했거나 전년도 평균 대비 두 배 이상 급증한 지역을 지목했다. 앞으로 대상 지역은 시장 상황에 따라 매달 업데이트될 예정이다.
운정신도시가 포함된 파주시는 작년 말 미분양 아파트가 4285가구로 집계됐다. 지난해 9월 말 237가구와 비교하면 3개월 만에 무려 17배 늘어났다. 삼성전자 등 대규모 생산시설의 배후 단지로 큰 인기를 끈 평택과 화성도 새로운 미분양 지역으로 분류되고 있다. 평택은 지난해 9월 말 95가구에 그쳤던 미분양이 12월 말 2360가구로 23배가량 늘었다. 동탄2신도시가 있는 화성은 같은 기간 1684가구에서 3617가구로 증가했다.
함영진 부동산114 리서치센터장은 “2017~2018년 대규모 입주 대란 등이 오기 전에 미리 대응하려는 의도”라고 평가했다.
문혜정 기자 selenmoo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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