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w&Biz] 딱딱한 로펌 사무실을 구글처럼 디자인한다면?

입력 2016-02-16 18:44   수정 2016-02-17 15:13

조근호 법률사무소 행복마루 대표의 '디자인 경영' 실험

법률사무소 겸 컨설팅사
서로 일하는 방식 달라 고민

열린 공간 만들자 소통 활발해져
2016 iF 디자인 어워드서 소통상
"디자인 차별화로 로펌 경영 혁신"



[ 김병일 기자 ] 전직 검찰 고검장 출신이 최고경영자(CEO)로 있는 로펌이 최근 세계 3대 디자인 상인 ‘iF 디자인 어워드 2016’의 커뮤니케이션(소통) 부문 상을 받았다. 국내 로펌업계에선 처음 있는 일이다. 부산고검장과 법무연수원장을 지낸 뒤 개업 5년째를 맞은 조근호 변호사(사법연수원 13기, 법률사무소 행복마루 대표 겸 행복마루 컨설팅 대표·사진) 이야기다. 그는 “로펌 사무실도 고객을 만족시킬 수 있는 디자인 혁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포렌식 등 수사기법을 활용한 감사 컨설팅으로 기업의 호응을 얻고 있는 그가 이번에는 ‘디자인 경영’으로 로펌 업계에 신선한 자극을 주고 있다.


◆“로펌 사무실을 비트라 쇼룸으로”

2014년 3월의 일이다. 사무실을 좀 더 쾌적하면서도 조직의 정체성을 담을 수 있는 곳으로 옮기고 싶었던 조 대표는 디자인회사(엔스파이어)에 이 같은 제안을 했다. “세계적인 스위스 가구 회사 비트라의 쇼룸에서 일하면 기분이 어떨까요?” 짝퉁 의자에 앉아 일하는 직원과 세계 최고의 가구와 함께 일하는 직원은 결과물이 다르지 않겠느냐는 것이 조 대표의 생각이었다. “공간이 조직을 변화시킨다”는 것이다. 비트라는 그에게 법률자문을 맡겼던 기업이기도 했다. 마침 한국지사의 공간이 좁아 쇼룸이 없던 비트라에도 좋은 기회였다. 조 대표는 사무실 공간 배치에 대한 직원들의 의견도 수렴했다.

일을 맡은 디자인회사엔 중요한 과제가 있었다. 법률사무소와 컨설팅 회사가 공존하는 공간을 조성하는 것이었다. 컨설턴트들은 팀플레이를 강조하지만 변호사들은 개인플레이를 좋아한다. 둘을 한데 묶어야 하는 난제는 5주 만에 풀렸다. 전용면적 390여㎡ 공간에 세 개의 보금자리를 마련했다.

항해를 끝내고 항구로 돌아오는 배처럼 외부 업무를 마치고 사무실에 돌아오는 컨설턴트의 공간인 ‘Consulting Bay(컬설팅 만)’, 혼자 날아다니며 꿀을 모으는 벌처럼 프라이버시를 중요시하는 법률팀의 업무공간인 ‘Lawyer’s Hive(변호사의 벌집)’ 그리고 둘을 아우르는 ‘Forum(광장)’으로 구성했다. 조 대표는 “이전 사무실에선 직원 간에 이런저런 갈등이 많았는데 지금은 관계가 많이 좋아졌다”며 “쾌적하고 안락한 공간이 가져다준 결과”라고 말했다.

◆“디자인 혁신은 로펌업계 돌파구”

조 대표는 검사 시절에도 ‘혁신 전도사’란 별명을 들었다. 대검찰청에서 검찰혁신추진단장을 지냈기 때문만은 아니다. 부산고검장 시절 검사장을 맨 밑, 그 위에 차장검사를 둔 뒤 국민을 최상단에 올려놓은 ‘역피라미드 검찰 조직도표’를 만들어 화제를 모았다.

법무연수원장 시절에는 구글 본사를 둘러본 뒤 낡은 건물에 색을 입히고, 합창단을 구성하고, 생일파티를 열어주는 등 ‘따분한’ 연수원을 ‘재밌는’ 곳으로 새롭게 디자인했다. 하나같이 칙칙하고 위압적인 색깔과 구조로 된 로펌 사무실에도 혁신이 필요하다는 것이 조 대표의 생각이다. 그는 “묵직한 마음으로 변호사를 찾아오는 의뢰인이 밝은 톤의 비트라 가구를 보면 마음이 열리지 않겠느냐”며 “특히 경기가 좋지 않을 때 자신들 만의 철학과 정체성을 담은 사무실 공간이 그 위력을 발휘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병일 기자 kbi@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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