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iz칼럼] 핀테크 열풍은 '유행'이 아니라 '태풍'

입력 2016-02-17 17:39  

"금융국경 허무는 핀테크 열풍
국내 금융 뿌리째 흔들릴 수도
혁신 가속화해 금융영토 넓혀야"

김광현 < 디캠프(D.CAMP) 센터장 >



작년 가을 중국 상하이에 갔다가 하마터면 저녁을 쫄쫄 굶을 뻔했다. 여행 첫날 저녁 일행과 함께 괜찮은 중국음식점에서 식사를 하려고 알아봤는데 한국 신용카드를 받는 곳이 없었다. 알리페이, 텐페이 등 중국 모바일 결제수단이나 현금만 받는다고 했다. 서너 군데서 퇴짜를 맞자 맥이 풀렸다. 한참 동안 헤맨 끝에 지하도에서 현금인출기(ATM)를 발견했고 현금을 뽑아 간신히 저녁을 먹을 수 있었다.

나중에 알고 보니 수수료 때문이었다. 알리페이나 텐페이로 결제하면 수수료가 제로(0%)에 가까운데 한국 신용카드로 결제하면 훨씬 많이 떼이기 때문에 받지 않는다는 얘기였다. 그렇다면 중국을 자주 왕래하는 한국인이라면 알리페이 계정을 만들겠구나, 언젠가는 한국에서도 알리페이를 쓰는 날이 오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서울 명동역 에스컬레이터 벽을 도배했던 알리페이 광고가 떠올랐다.

흔히 핀테크가 더 발달하면 ‘금융 국경’이 사라진다고들 말한다. 현재 한국에서는 알리페이를 중국인 관광객들만 사용하지?어느 시점에는 한국인도 사용하게 될 수도 있다. 그 시점에 국내 금융기업들이 제대로 대처하지 못하면 시장을 크게 잠식당하게 된다. 애국심에 호소하는 시대는 지났다. 소비자들은 해외 서비스라도 수수료 부담이 작고 편리하다면 망설이지 않고 택할 가능성이 매우 크다.

지금의 핀테크 열풍은 지나가는 유행이 아니다. 금융산업의 근간을 흔드는 거대한 ‘태풍’이다. 더구나 한국은 핀테크에 관한 한 미국 중국 영국 등에 비해 3, 4년쯤 뒤졌다는 얘기까지 나오는 상황이다. 금융위원회가 지난해 다섯 차례에 걸쳐 핀테크 육성방안을 발표했던 것도, 올해 매월 금융개혁추진위원회를 여는 등 금융개혁을 지속하겠다고 밝힌 것도 서두르지 않으면 안 된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정부의 핀테크 육성 방향에 대해서는 금융계 안팎에서도 수긍하고 있다. 금융위원회가 지난달 발표한 핀테크 관련 자료가 흥미롭다. 한국리서치를 통해 국민 1000명과 이해관계자 106명, 전문가 18명을 상대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핀테크 기업 관계자 73.1%가 핀테크 정책에 만족한다고 답했다. 공인인증서 사용의무 폐지, 보안 프로그램 설치 의무 폐지 등 규제완화와 핀테크지원센터 설립 등을 우수 과제로 꼽았다.

요즘엔 핀테크 시대가 열렸다는 것을 피부로 느낀다. 삼성페이, 카카오페이 등이 연일 언론에 오르내리고, 지난달 시작된 지분형 크라우드펀딩에도 눈길이 쏠리고 있다. 결제할 때 단말기에 휴대폰을 들이대도 직원이 당황하지 않는 정도까지는 왔다. 새로 등장한 ‘계좌이동’이나 ‘보험다모아’ 등의 서비스에 대한 반응도 좋은 편이다. 올해 인터넷전문은행이 문을 열면 핀테크 열풍은 더욱 거세질 것 같다.

핀테크지원센터장을 맡고 있는 정유신 서강대 교수는 신간 《핀테크, 기회를 잡아라》에서 핀테크를 ‘소비자에 의한, 소비자를 위한, 소비자의 금융’이라고 표현했다. 전에는 금융사가 정한 틀 안에서 금융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었지만 앞으로는 소비자가 원하는 대로 일처리가 가능해진다는 뜻이다. 가령 은행 창구를 찾지 않고도 휴대폰에서 바로 이체할 수 있고, 계좌번호를 몰라도 공인인증서 없이 간편하게 송금할 수 있다.

핀테크 분야에서는 생활밀착형 서비스가 속속 등장할 것으로 보인다. 결제에서 시작된 핀테크 혁신이 대출, 투자, 자산관리 등 금융 전 분야로 빠르게 확산될 게 확실하다. 국내 금융사들은 핀테크 혁신을 더욱 가속화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에 몰렸다. 한국 소비자들이 국내에서 중국 핀테크 서비스를 이용하느냐, 중국에 가서도 한국 핀테크 서비스를 이용하느냐 여부는 지금 어떻게 대처하느냐에 달렸다.

김광현 < 디캠프(D.CAMP) 센터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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