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을 모르고 내려가던 국제유가가 회복 조짐을 보이고 있다.
주요 산유국들이 원유 산유량 동결 합의에 성공하고 이란도 지지선언을 하면서 유가는 일제히 급등했다. 이로써 2014년 7월부터 시작된 유가 하락 추세가 마무리될 것이라는 낙관적 전망이 나오고 있다.
17일(현지시간)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3월물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전날보다 1.62달러(5.58%) 오른 배럴당 30.66달러를 기록했다.
런던 ICE 선물시장의 4월물 브렌트유도 전날보다 7.2% 상승한 배럴당 34.50달러로 거래를 마쳤다.
이날 비잔 남다르 잔가네 이란 석유장관은 이라크·카타르·베네수엘라 석유장관과 4자회동을 갖고 “유가 인상을 위한 석유수출국기구(OPEC) 회원국과 비회원국의 결정과 협력을 지지한다”고 밝혔다.
백경윤 SK증권 연구원은 “4개국의 원유 생산량 동결 합의 소식에도 하락했던 유가가 이란의 지지 선언에 크게 반등했다”며 “이란의 강경한 증산 태도가 누그러졌다는 것만으로도 시장에 긍정적인 작용을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결국 유가 반등의 열쇠는 이란이 쥐고 있다는 분석이다. 앞으로 이란이 산유량 제한에 동참한다면 유가 ?본격적으로 반등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다만 아직까지 이란은 산유량을 줄일 계획은 없다는 태도다. 산유량 동결 합의를 지지하면서도 이란이 경제제재 이전 수준의 산유량을 회복한 후에야 동결을 고려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메흐디 아살리 OPEC 파견 이란 대표는 “이란이 경제제재를 당할 때 산유량을 늘려 유가가 떨어진 것”이라며 “지금 와서 이란에게 산유량을 동결하라고 요구하는 것은 비논리적”이라고 말했다.
그럼에도 유가가 더 이상 떨어질 확률은 낮다는 의견이 우세하다. 황병진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이란과 OPEC, 러시아간 협상이 난항을 거듭하겠지만 이란에게 특별 조건을 제시하는 식으로 타결될 가능성이 높다”며 “최대 배럴당 60달러 부근까지 반등이 이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란의 일일 100만 배럴 증산 의지는 경제제재 이전 수준의 점유율 회복을 바라는 것일 뿐이므로 시장 점유율이 회복되는 과정에서 OPEC·러시아와의 공조에 동참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이후 1분기를 지나면 유지보수를 끝낸 정유시설들이 가동률을 높임에 따라 본격적인 유가 반등이 시작될 것으로 예상된다. 1분기 최대 악재 중 하나였던 재고 증가 부담이 완화되기 때문이다.
유가가 반등하면 2월 들어 퍼진 글로벌 증시 위기도 어느 정도 해소될 수 있을 전망이다. 최근 증시가 유가 변동에 따라가고 있는 만큼 유가 상승이 투자심리 회복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실제 WTI가 5% 이상 오른 17일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는 1.59%,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는 1.65% 올랐 ? 나스닥은 2.21% 급등했다. 유럽 증시 역시 독일과 영국, 프랑스가 모두 2% 이상 급등했다.
국내 증시 역시 유가 상승이 동반되면서 지난 15일과 16일 1% 이상 급등했다. 18일도 1% 이상 오르며 1900선을 회복했다.
윤지호 이베스트투자증권 센터장은 “디플레이션의 바로미터인 유가가 반등하면서 글로벌 증시도 상승세로 돌아섰다”며 “선진국과 관련된 고성장주보다는 자원이나 유가와 관련된 종목들을 눈여겨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아름 한경닷컴 기자 armijj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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