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지방·일반회원 네트워킹 강화
[ 김봉구 기자 ] “일본이 ‘잃어버린 20년’을 극복한 저력의 원천은 중소기업의 기술력과 경쟁력 입니다. 일본의 뒤를 따라 저성장 고령화 시대로 진입하는 우리나라에서 꼭 새겨봐야 할 대목입니다.” 18일 서울대 사회과학대학에서 만난 한광희 신임 한일경상학회장(한신대 교수·사진)은 “그동안 역사문제와 중국의 부상으로 일본의 중요성이 저평가된 면이 있다. 하지만 일본 경제와 기업은 한국의 반면교사로 삼을 수 있다는 점에서 여전히 중요하다”며 이같이 말했다.
한 회장은 특히 일본 중소기업의 역할에 주목했다. 부품·소재 등의 분야에서 탄탄하게 받쳐주는 중소기업을 일본 경제의 최대 강점으로 꼽았다. 그 저변엔 일본 특유의 장인정신을 의미하는 ‘모노즈쿠리(ものづくり)’가 깔려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최근 들어 우리가 일본 기업을 저평가한 이유 중 하나는 눈에 잘 보이지 않는 부품·소재 분야가 많아 체감을 못했기 때문” 이라며 “그러나 이런 일본 제조업의 저력이 뒷받침됐기 때문에 경제 여건이 어려운 가운데서도 성장을 지속할 수 있었다”고 평가했다.
지난해 안식년을 맞아 일본에 체류하며 현장을 둘러본 한 회장은 벤치마킹할 만한 일본 기업생태계의 장점으로 △무리한 후려치기 등 불공정 관행 없이 체계적으로 구축된 대·중소기업간 상생협력 모델 △제조업 분야에 뿌리내린 장인정신과 자부심 등 무형(無形)의 인프라 △장기간 근속 및 종신고용 문화 등 중소기업에서도 안정적으로 일할 수 있는 여건 등을 꼽았다.
한 신임 회장은 ‘선택과 집중’ 전략을 통해 부활했다고 평가받는 소니의 사례를 들어 삼성전자를 필두로 한 국내 기업들의 사업 분야 구조조정도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일본의 양적완화 정책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봤다. 그는 “내수 증진과 수출 확대를 지향하는 아베노믹스에서 양적완화는 단기간 극약 처방이 아닌 중장기적 방안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앞으로 2년간 한일경상학회를 이끌어나가는 한 회장은 일본·지방·일반회원 네트워킹 강화의 세 가지를 강조했다. 이를 위해 일본 현지 연구자를 적극적으로 끌어들이고 1년에 한 차례 이상 지역 권역별 행사를 개최할 방침. 논문집이나 학회지도 일반회원에게까지 발송해 외연을 넓혀나갈 생각이다.
그는 “학회를 활성화하고 응집력을 키워 한일관계에 실질적으로 기여할 수 있도록 힘쓰겠습니다. 그 일환으로 일본 기업의 후원을 유치해 학술상을 제정하는 방안도 추진할 계획”이라고 말을 맺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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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봉구 한경닷컴 기자 kbk9@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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