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태훈 기자 ] 국민의당 20대 총선 후보자 접수가 지난 19일 끝났다. 당은 21일 공천 신청 결과를 발표했다. 전체 경쟁률은 1.34 대 1이었는데 광주 3.5 대 1, 전남 3.27 대 1, 전북 3.45 대 1 등 호남은 모두 3 대 1을 넘었다.
반면 야당세가 약한 영남권은 신청자가 없거나 적어 미달됐다. 경북은 신청자가 한 명도 없었고 대구와 울산은 각각 0.17 대 1, 부산 0.61 대 1, 경남 0.44 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충남(0.7 대 1), 강원(0.56 대 1)도 미달됐다.
안철수 국민의당 상임 공동대표는 “정치 발전을 위해 거대 양당 구도를 깨야 한다”는 말을 자주 한다. 영·호남 지역주의에 기댄 새누리당과 더불어민주당을 겨냥한 발언이다.
하지만 공천 신청자 현황은 당이 안 대표의 발언과 반대로 가고 있다는 인상을 준다. ‘대안 세력’을 자처하는 국민의당에 합류한 사람들이 호남에는 많이 몰리고 영남 출마는 꺼리기 때문이다.
이 같은 현상은 당 지도부가 자초한 것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안 대표가 최근 공들여 영입한 인사들은 천정배 의원, 정동영 전 통일부 장관 등 대부분 호남에 지역 기반을 둔 정치인이다. 당 소속 현역 의원 17명 중 11명의 지역구가 호남이다. 야권 관계자는 “안 대표가 말로는 새정치를 외치지만 실제로는 ‘가장 먹기 쉬운 떡’인 호남에 치중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국민의당이 이달 초 공식 창당했을 때 정치권에서는 기존 양당 구조를 허물 수 있을 것인지에 관심이 컸다. 하지만 호남에만 올인하는 듯한 최근의 행보를 두고 ‘호남의 자민련’이 되는 것 아니냐는 실망감이 고개를 들고 있다. 총선 때 호남을 제외한 타지역에서 당선자를 거의 배출하지 못할 것이란 우려가 벌써 나온다.
충청권 지역 정당이었던 자민련은 제3당으로서는 가장 오랜 기간인 10여년간 명맥을 유지했다. 하지만 결국 2006년 한나라당(현 새누리당)에 흡수 통합됐다. 안 대표와 국민의당이 지역주의 틀을 깨기 위한 노력 없이 호남에 안주한다면 자민련의 전철을 밟지 말란 법이 없다.
이태훈 기자 bej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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