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웬 교수 "Fed, 미국의 이익만 따져 행동할 것"
"한국, 지정학적 위험 관리하며 경이로운 성장"
[ 박종서 기자 ] “미국 중앙은행(Fed)은 세계 경제위기를 타개하기 위해 각국 중앙은행이 힘을 모아야 한다는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지 않을 것입니다. 한국 등 여러 나라가 실망하겠지만 미국이 자국 이익만 추구하는 통화정책을 펼 것이라는 현실에 적응해야 합니다.”
타일러 코웬 미국 조지메이슨대 교수는 23일 한국경제TV와 한경미디어그룹이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혼돈의 세계 경제, 번영을 위한 도전’을 주제로 개최한 ‘2016 세계 경제·금융 컨퍼런스’에서 미국을 포함하는 국제적 통화정책 공조는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코웬 교수는 유럽연합(EU)과 스웨덴 일본 등이 시도한 마이너스 금리 정책은 실패했다고 분석하는 등 ‘혼돈의 세계 경제, 방향타를 찾다’ 세션의 주제발표를 맡아 글로벌 경제를 심층 진단했다. 그는 세계 경제가 지금보다 더 나빠지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과 함께 한국 경제가 어려운 대외 여건을 잘 관리하고 있다는 평가도 내놨다. 코웬 교수는 미국 외교전문지인 포린폴리시가 선정한 ‘세계 100대 사상가’에 見㎱?올렸고, 영국 이코노미스트지(誌) 여론조사에서는 가장 영향력 있는 경제학자 가운데 한 명으로 뽑히기도 했다.
◆“미국은 이기적인 통화정책 펼 것”
코웬 교수는 “지금 Fed는 세계 중앙은행들과 구조적으로 같은 길을 갈 수 없는 상황”이라며 “다른 나라에서 어떤 주장이 나오든지 미국의 이익만 따져서 행동할 것”이라고 말했다. 주제발표 이후 이뤄진 토론에서 이필상 전 고려대 총장이 “미국과 중국 등 이른바 ‘G2’가 자국 경제를 위해 위험을 다른 나라로 떠넘기면서 국가 부도 위기까지 초래하고 있다”고 비판한 데 따른 반응이다.
코웬 교수는 “(2008년 말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의) 글로벌 공조는 이미 사라지고 있으며 세계 각국은 자국 이익을 위해서만 움직이고 있다”며 “역방향으로 가고 있는 글로벌화가 한국에는 리스크이며 한국도 이런 상황에 잘 적응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EU와 스웨덴 덴마크 스위스 일본 등 세계 경제 규모의 4분의 1에 해당하는 국가가 마이너스 금리 정책을 시행한 것에 대해서는 실패라고 평가했다. 코웬 교수는 “마이너스 금리 정책은 잘못됐고 실패한 정책”이라며 “기업 활동으로 연결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토론에 함께 참여한 로버트 실러 예일대 교수도 “금리가 0% 이하로 마냥 떨어질 수 없을뿐더러 근본적으로 ‘헬리콥터에서 돈을 뿌린다’는 식의 통화정책이 성공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며 “수요를 키울 수 있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평가했다. 김중수 전 한국은행 총재는 “실러 교수가 통화정책은 정밀과학이 아니라고 했는데 만능열쇠도 아니다”며 “통화정책에 대한 기대 수준을 낮출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지나치게 비관적일 필요가 없다”
코웬 교수는 자신이 비관론자이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너무 비관적으로 볼 필요는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중국 성장세 둔화가 심각한 결과로 이어질 수 있지만 악재는 모두 지나갔다”며 “지금보다 악화되지 않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다만 중국이 소비 주도 성장으로 급격히 전환하려 한다든지, 자본유출 제한 같은 시장 통제를 강화하는 것은 피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한국 경제에 대해서는 비교적 호평했다. 그는 “실업률이 높고 출산율이 떨어진 것이 우려스럽다”면서도 “중국과 일본 미국 그리고 북한을 상대해야 하는 지정학적 위험 속에서 존경스러울 만큼 관리를 잘하며 안정적으로 경제를 운영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한국은 15년 전쯤에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더 경제발전을 이뤄냈다”며 “유연성이 있기 때문에 낙관적으로 본다”고 덧붙였다.
이날 토론의 사회를 맡은 현오석 전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금의 경제 위기는 경제 자체보다는 정치의 문제가 크다”며 “정치권의 대중영합주의(포퓰리즘)를 극복해야 한다”고 강조했 ?
박종서 기자 cosmo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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