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트워크병원 발목 잡은 '1인1개소 법'…위헌 여부 가려지나

입력 2016-02-24 07:00  

맨남성의원 위헌법률제청 신청…내달 10일 공개변론 '초미 관심'
2012년 법 시행 후 관련 재판 급증…시행령 없어 의료·법조계 모두 혼란



[ 이지현 기자 ]
지난해 8월 서울동부지법은 헌법재판소에 의료법 제33조8항에 대한 위헌법률제청을 신청했다. ‘의료인은 어떠한 명목으로도 둘 이상의 의료기관을 개설·운영할 수 없다(1인1개소법)’는 의료법 조항에 문제가 있다는 취지다. 남성 비뇨기과 브랜드병원인 맨남성의원은 의료법 위반 재판과정에서 이 법률의 위헌성을 주장했다. 서울동부지법 재판부는 이들의 주장을 받아들였다. 다음달 10일 헌법재판소는 위헌 여부를 가리기 위한 공개변론을 연다. 위헌법률제청을 신청한 맨남성의원과 참고인인 대한의사협회가 각각 자신들의 견해를 밝힐 계획이다. 2012년 의료법 제33조8항이 개정된 지 4년 만이다.

○유디치과-치협 갈등으로 생긴 1인1개소법

네트워크법, 반유디치과법 등으로 불리는 ‘1인1개소법’은 2012년 만들어졌다. 2011년 반값 임플란트 정책을 펼치던 유디치과는 치과의사협회의 공격을 받는다. 유디치과는 150만~250만원 정도인 임플란트 시술 비용을 80만~120만愎酉?낮추면서 호응을 얻었다. 치협은 이들이 박리다매식 영업 전략을 펼치는 등 경영상 문제가 많다고 주장했다. 같은 해 양승조 더불어민주당(당시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의료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의료법 제33조8항의 ‘의료인은 하나의 의료기관만 개설할 수 있다’는 조항을 ‘어떠한 명목으로도 둘 이상의 의료기관을 개설·운영할 수 없다’로 바꾼 것이다.

법 개정 이전까지는 의료인이 다른 병원 경영에 참여하는 것이 인정됐다. 일부 의사들은 하나의 이름으로 여러 곳에 병원을 운영하는 ‘네트워크병원’을 운영했다. 동일한 진료를 하는 네트워크병원은 의료기기, 치료재료 등을 한꺼번에 구입해 원가를 절감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이름이 같아 여러 네트워크 분점을 홍보하는 데도 효과적이다. 이 때문에 피부과, 성형외과, 비뇨기과는 물론 치과와 한의원 등 여러 진료과에 다양한 네트워크병원이 운영됐다. 양 의원이 대표 발의한 1인1개소법은 국회를 통과해 2012년부터 시행됐다. 네트워크병원은 모두 한순간에 불법이 됐다.

○지분정리 혼란…관련 재판 급증

1인1개소법 시행 후 네트워크병원들은 혼란에 빠졌다. 여러 네트워크병원의 지분을 가지고 있던 대표원장들은 분점을 매각하고 지분을 정리했다. 이 과정에서 병원 운영 참여로 볼 수 있는 지분 범위조차 정해지지 않아 혼란이 일었다. 일부 의료기관은 문을 닫았다. 의료법 위반 여부를 판단해달라는 재판이 잇따랐다.

튼튼병원은 법 시행 후 ?위반 사례로 검찰에 기소됐다. 안산 대전 안양 제주 등에 여러 병원 문을 연 것이 문제가 됐다. 법원은 이 병원이 1인1개소법을 위반한 사무장병원으로 간주했다. 의료인이 개설한 의료기관이지만 의료인 아닌 사람이 개설한 사무장병원과 같다는 판단을 내린 것이다.

재판 과정에서 의료법 위반이 아니라는 판단을 받은 의료기관도 있다. 의사 K씨와 의사 J씨는 2011년 경기 의정부시에서 L재활병원을 열었다. 의료법 개정안이 시행되면서 J씨가 또 다른 병원을 운영하는 것이 문제가 됐다. J씨를 기준으로 보면 1인1개소법 위반이기 때문이다. L재활병원은 2014년 의료법 위반으로 적발돼 국민건강보험공단으로부터 급여비 환수 통보를 받았다. K씨는 공단을 상대로 처분 취소 소송을 제기했고 서울행정법원은 L재활병원을 실질적으로 운영한 사람이 K씨라는 것을 인정, 환수 처분을 취소했다.

의료법인 개설자가 여러 의료기관을 운영하는 것도 문제가 됐다. 이 때문에 일부 의료법인은 의료 관련 업무는 해본 적도 없는 가족을 이사장으로 임명하기도 했다. 1인1개소법은 시행령이나 시행규칙 등이 없어 법이 정확하지 않다는 비판이 나왔다. 의료계뿐 아니라 법조계에서도 논란이 됐다.

○영리추구 제한vs과잉금지·평등권 위반

위헌법률 제청이 신청된 직후 대한의사협회, 대한한의사협회, 대한약사회, 대한간호협회, 대한치과의사협회 등 5개 보건의약단체는 1인1개소법 사수를 위한 공동서명 운동에 나섰다. 위헌으로 인정될 경우 일부 네트워크 형태 병원에 면죄부를 줄 수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보건의약 단체들은 1인1개소법을 위반한 네트워크병원들이 과도한 영리를 추구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이를 막기 위해 법안이 꼭 필요하다는 것이다.

네트워크병원들은 네트워크병원 시스템이 공동구매와 공동마케팅을 통해 진료비를 낮출 수 있는 구조라고 주장한다. 전체의 15~20% 정도인 공공의료기관을 제외하면 대부분 의료기관이 영리를 목적으로 하고 있기 때문에 ‘네트워크병원이 영리를 추구한다’는 정의는 틀렸다는 것이다. 또 1인1개소법이 의료인들의 직업선택의 자유를 침해하고 이중 개설을 금지해 평등권을 침해한다고 주장한다. 법 내용이 모호해 명확성의 원칙에도 위배된다는 것이 이들의 주장이다.

이지현 기자 bluesk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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