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현우 기자 ]
제네시스 EQ900을 몰고 서울 광장동 W호텔에서 강원 춘천 로드힐스클럽하우스까지 총 138㎞를 달렸다. 국산차 최초로 장착된 고속도로 주행 지원 기능(HDA)은 그동안 다른 고급 수입차에서 경험했던 것보다 가속·감속의 부드러움이나 앞차와의 간격 조절, 운전대 조향 등 다양한 부분에서 한 단계 진보한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시승 모델은 3.3 터보였다. 가솔린 트윈터보 시스템을 장착한 이 모델은 최고 출력이 370마력으로 3.8 모델(315마력)보다 크게 높지만 연비는 최고 8.5㎞/L로 3.8 모델(8.7㎞/L)과 비슷하다. 현대자동차는 오너드라이버를 적극 공략하기 위해 주행성능은 5.0 모델에 버금가면서도 연비는 높인 3.3 터보 모델을 개발했다.
호텔 주차장을 나서며 저속 커브 구간에 있는 과속방지턱을 넘었다. 언제 넘었나 싶을 정도로 부드럽게 지나갔다. 현대차는 “과속방지턱이 상대적으로 많은 한국 도로 사정에 적합한 승차감을 내기 위해 개발 과정에서 국내에 있는 모든 유형의 방지턱을 수천번씩 넘어봤다”고 설명했다.
고속도로에 진입하기 위해 속도를 올려봤다. 엔진회전수(rpm)를 많이 높이지 않았는데도 순식간에 100㎞/h를 넘겼다. 기존 대형 세단들이 승차감을 높이는 데 집중했는데, EQ900 3.3 터보는 주행성능을 강조한 느낌이다.
서울춘천고속도로에 들어서자 내비게이션과 연동해 HDA를 활용할 수 있다는 표시가 계기판에 켜졌다. 크루즈컨트롤 버튼을 누르고 속도를 110㎞/h로 설정한 다음 운전대에서 손을 놨다. 110㎞/h로 주행하다가 과속 단속 구간에 들어서자 자동으로 속도가 줄었다. 옆 차로를 달리던 차가 갑자기 앞에 끼어들 때도 마찬가지로 차량 간격을 유지하면서 저절로 속도가 내려갔다. 커브길이 나오면 운전대가 스스로 움직이며 방향을 조절했다.
주행 상황에 따라 감속과 가속을 반복할 때 사람이 운전하는 것처럼 부드러웠다. 앞차와의 간격은 30m에서 55m까지 네 단계로 조절할 수 있는데, 비슷한 기능을 장착하고 있는 메르세데스벤츠나 BMW 고급차들에 비해 앞차와의 간격을 넓게 유지할 수 있어 마음이 한결 편했다. 다만 운전대에서 손을 놓을 수 있는 시간은 최대 15초로 제한돼 있다. 도로교통법상 완전한 자율주행이 아직 불법이기도 하고, 안전도 고려한 조치다. 일정 시간 이상 스티어링휠을 조작하지 않으면 경고음이 울리면서 HDA 시스템을 끄도록 설계해 놨다.
HDA를 끄고 속도를 올려 봤다. 100㎞/h에서 180㎞/h까지 불과 2~3초 만에 올라갔다. 속도가 빠르게 올라가는 것을 체감하기 어려울 정도로 소음이나 진동이 적었다. 직접 운전하는 재미가 상당했다. 고속으로 달리는데도 귀에 거슬리는 풍절음(바람이 차량을 긁고 지나갈 ?나는 소음)이나 교량 이음새를 통과할 때 나는 불편한 소음이 거의 들리지 않았다. 동승한 탑승자와 대화를 나누는 데 전혀 지장이 없었다.
안전성을 높이는 기능으로는 ‘후측방 충돌회피 지원 시스템(SBBD)’이 인상적이었다. SBBD는 사각(死角) 지역에 있는 차량을 인식하지 못하고 운전자가 차선을 바꿀 때 주의를 주는 장치인 후측방 경고시스템에서 한발 더 나아간 기능이다. 사각지대에 차량이 있을 때 반대쪽 뒷바퀴에 브레이크를 걸어 차선 변경을 억제해준다.
동승자에게 운전을 맡기고 뒷자리에 타봤다. 운전하는 동안에는 제대로 느끼지 못했던 고급스러운 내장재들이 눈에 띄었다. 현대차는 “가죽시트는 이탈리아 명품 가죽 브랜드인 파수비오와, 시트 박음질(스티치)은 오스트리아 시트 브랜드인 복스마크와의 협업으로 개발했다”고 소개했다. 전체 길이가 이전 차종인 에쿠스에 비해 45㎜ 늘어난 덕에 뒷자리도 한결 더 여유로워졌다. 모처럼 자동차 안에서 편하게 쉬었다. 한국자동차기자협회가 ‘2016 올해의 차’로 선정한 충분한 이유가 있었다.
강현우 기자 hk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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