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 미래혁신TF가 '모바일 올림픽'에서 본 미래 "MWC는 생존 각축장…판이 바뀐다"

입력 2016-02-24 18:50   수정 2016-02-25 06:24

융·복합시대 新영토전쟁 (4)·끝 기득권 버리고 새 기회를 잡아라

가상현실·5G 단연 주인공…격변의 파도에 올라타야
통로에 서서 끼니 때우는 벤처 기업가들 눈을 보라

IT기업 뜨거운 '혁신 현장'…무기력증 깨고 미래로 가자



참가 기업 2100개, 참관자 10만여명.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 2016’이 열리고 있는 스페인 바르셀로나의 복합전시장 피라그란비아는 개막 첫날(22일)부터 세계에서 몰려온 통신·모바일 관련 기업 관계자로 넘쳐났다. 11만㎡에 달하는 드넓은 행사장은 오가는 사람들의 어깨가 부딪칠 정도로 좁아보였다. 기업들이 별도로 마련한 미팅룸뿐 아니라 각 전시관에서, 휴게공간과 이동 통로에서 열띤 상담과 질문들이 오갔다. 세계에서 몰려온 수많은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은 단 하나의 기회도 놓치지 않기 위해 눈과 귀를 활짝 열었다. 말 그대로 급변하는 모바일시대에 생존을 위해 절치부심하는 기업들의 ‘거대한 각축장’이었다.

올해 MWC의 주제는 ‘모바일이 모든 것(Mobile is everything)’. 에릭 슈밋 구글 회장은 6년 전 이 행사에서 스마트폰을 통한 인터넷 접속이 PC를 앞서는 ‘모바일 우선(mobile first)’ 시대를 외쳤다. 이제 많은 사람이 스마트폰으로 송금하고, 음식을 주문하고, 결제하고, 이메일도 주고받는다. PC가 있는 사무실에서도 그렇다.

‘MWC 2016’은 모바일이 제조 금융 물류 미디어 관광 스포츠 등 모든 산업 영역으로 침투해가고 새로운 성장동력을 견인해내는 시대가 도래했음을 실감하게 했다. MWC 행사를 주최한 세계이동통신사업자협회(GSMA) 양현미 최고전략책임자(CSO)는 “금융업을 예로 들면 정보통신기술(ICT)이 중심이 되는 시대엔 100만달러를 벌기 위해 10억달러의 자산을 버려야 한다는 얘기가 있다”며 “은행들 스스로 기존 틀을 깨지 못하는 사이에 새로운 주자들이 핀테크(금융+기술) 영역에서 등장할 것”이라고 말했다.

미래 산업지도 먼저 그리는 게 승자

올해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에서 가장 주목받은 두 주인공은 가상현실(VR)과 5세대(5G) 이동통신이었다. 현장에서는 360도 카메라로 찍은 동영상을 입체적으로 보거나 놀이공원 롤러코스터의 ‘짜릿함’을 경험해볼 수 있는 VR 무대를 시연했다. 앞으로 몇 년 뒤면 지금보다 훨씬 실감 나는 체험을 선보일 것으로 기대를 모았다.

VR은 5G와 동행할 수밖에 없다. 생동감있는 VR을 전송하기 위해선 지금의 LTE(4세대 이동통신)보다 전송 속도가 훨씬 빨라야 하기 때문이다. 게임 같은 오락용은 물론 교육과 의료용 등으로 다양하게 VR을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MWC에 기조연설자로 참가한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CEO도 “VR이 5G 시대의 킬러 앱(응용프로그램)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자동차와 정보기술(IT)업계의 최대 화두 중 하나인 자율주행차 역시 5G가 필요하다. 필요한 정보의 전달이 실시간으로 처리돼야 사고 없이 안전하게 달릴 수 있기 때문이다.

스마트폰 단말기 쪽에선 삼성전자의 갤럭시S7과 LG전자의 G5 발표가 단연 최고의 관심이었다.

LG전자는 이번 MWC에서 새 스마트폰 G5를 발표하면서 세계 최초로 ‘모듈 방식’을 적용해 주목받았다. 서랍식으로 잡아 빼 배터리를 교체할 때 일반 카메라를 잡는 것과 비슷한 느낌의 ‘LG캠 플러스’ 등 다양한 확장 모듈을 갈아 끼울 수 있도록 했다. ‘G5와 친구들’이란 콘셉트다. 이승근 소프트뱅크코리아 사장은 “스마트폰 단말기는 그동안 시계, 카메라 등 모든 기능을 하나의 단말기에 통합하는 흐름을 보여왔는데 이번 G5는 하드웨어 혁신의 한계를 돌파하기 위해 개별 기능을 분리하는 전략을 선택한 것 같다”고 평가했다. 갤럭시S7은 360도 카메라인 기어360과 이 카메라로 찍은 입체 영상을 스마트폰으로 직접 볼 수 있게 하는 ‘가상 현실’에 방점을 뒀다.

모바일이 중심이 되는 세상이 올 것이란 점엔 거의 모든 사람이 동의한다. 하지만 구체적으로 어떤 방향으로 움직일지는 누구도 선뜻 자신하지 못한다. 기업들은 흐름을 놓치지 않기 위해, 나아가 시장 선도력을 확보하기 위해 전방위 ‘동맹 결성’을 서두르고 있다. 어제의 적이 오늘의 동지가 되기도 한다. 이번 MWC에서도 수많은 제휴와 협력관계가 맺어졌다. 페이스북이 삼성전자, SK텔레콤과 손잡은 것이 대표적이다. SK텔레콤은 도이치텔레콤과도 ‘사물인터넷(IoT) 플랫폼’ 파트너십을 체결했다.

5G가 바탕이 되는 VR, 자율주행차, IoT, 드론(무인항공기) 등 뭔가 모바일 시대의 큰 판이 달라지고 있음은 분명해 보인다. 중국은 갈수록 두려운 존재로 부상하고 있다. 전시장에 모습을 보인 동양인의 절반 이상이 중국 기업인이었다. 이 같은 변화의 물결 속에서 누가 살아남을 것이며, 기회를 선점해 돈을 벌 것이냐가 관건이다. 통신, 장비, 단말기, 칩셋, 자동차 업체까지 모두 미래의 주도권을 잡기 위해 한편으로 협력하고 다른 한편으론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다.

MWC 는 그런 움직임이 집약된 생생한 현장이었다. 나흘간 입장료는 850유로. 한국 돈으로 100만원이 넘는다. 이 비싼 입장료를 낸 사람들이 제품 하나, 단 한 명의 비즈니스 파트너라도 더 만나기 위해 시멘트 바닥에 앉아 샌드위치로 점심을 때우는 장면은 무서울 정도였다. 360도 카메라로 행사장 구석구석을 보여주면 미래 성장동력을 찾아야 한다고 외치면서 규제의 끈을 놓지 않고 있는, 어떤 면에선 오히려 더 단단하게 조이는 정치권과 공무원들을 각성시킬 수 있을까.

바르셀로나=박성완 국제부장 psw@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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