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영섭 교수 "SKT, CJ헬로비전 인수로 '방통 백화점' 탄생…뒷짐진 정부도 문제"

입력 2016-02-25 14:06   수정 2016-02-25 14:07

SKT-CJ헬로비전, 다양한 결합상품으로 시장 지배력 키울 것
정부, 통합방송법 입장 밝히는 게 우선…생산적 논쟁 이끌어야



[ 최유리 기자 ] "SK텔레콤의 CJ헬로비전 인수합병(M&A)은 방송·통신 시장에 거대한 백화점이 등장하는 것이다. 동네슈퍼나 재래시장은 문을 닫고 소수의 대형 사업자만 남게 된다는 얘기다. 결국 시장이 소비자 중심에서 사업자 중심으로 돌아가게 될 것이다."

지난 23일 서울 서초구 언론인권센터에서 만난 심영섭 한국외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사진)는 SK텔레콤의 M&A 추진을 백화점에 빗댔다. 다양한 방송·통신 결합상품으로 시장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게 될 것이라는 얘기다.

SK텔레콤과 CJ헬로비전의 빅딜은 이동통신 1위 회사와 케이블TV·알뜰폰 1위 업체의 합병으로 주목받았다. SK텔레콤은 인터넷TV(IPTV)에 이어 케이블TV까지 보유하게 되면서 다양한 결합상품 판매가 가능해진다.

이 경우 사업자가 모든 서비스에 대해 가격 결정력을 갖게 될 것이라고 심 교수는 내다봤다.

그는 "결합상품은 표면적으로 요금이 내려가는 것처럼 보이嗤?사실 사업자가 얼마든지 가격을 조정할 수 있게 된다"라며 "결합상품 자체의 가격보다 가입자에게 개별 서비스 과금을 어떻게 유도하는지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예컨대 결합상품 가격을 낮추면서 통화료를 올리거나, IPTV 서비스를 무료로 제공하면서 주문형비디오(VOD) 결제를 유도하는 방식으로 비용을 보전할 수 있다는 얘기다.

경쟁사의 경우 생존을 위해 백화점이 되는 길을 선택할 수 밖에 없다고 심 교수는 주장했다. 소비자들이 여러 상품을 망라한 백화점으로 발길을 돌리기 때문이다.

심 교수는 "지역 케이블 사업자 같은 재래시장은 결국 문을 닫게 될 것"이라며 "시장이 소수의 대형사업자로 재편되면서 사업자가 무엇을 판매하든 가격을 어떤 방식으로 정하든 소비자들은 이의를 제기할 수 없게 된다"고 우려했다.

SK텔레콤의 M&A가 시장의 판을 흔들 수 있는 만큼 정부의 적극적인 역할도 촉구했다. 특히 M&A 허가 여부를 가를 수 있는 통합방송법에 대한 입장을 명확히 해야 한다는 주문이다.

국회에 계류 중인 통합방송법은 IPTV 사업자의 종합유선방송사업자(SO) 지분 소유 제한에 대한 내용을 담고 있다. 해당 법이 시행될 경우 SK브로드밴드 주식을 100% 소유한 SK텔레콤은 CJ헬로비전 지분의 33% 이상을 소유하지 못하게 된다.

심 교수는 "통합방송법이 통과된 이후 인수합병을 심사할 것인지, 현재 규정은 없지만 유권해석해 심사할 것인지 기준을 명확히 밝혀야 한다"며 "논란이 많은 상황에서 합병을 허용하거나 불허하면 추후에도 문제가 많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정작 M&A 심사에 중요한 법?기준이 모호해 소모적인 논쟁이 이어지고 있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심 교수는 "SK텔레콤 대 반(反)SK텔레콤 구도로 단순히 찬반 입장만 밝히는 것은 불필요하다"며 "방송·통신 융합 환경에서 M&A가 산업적, 정책적으로 어떤 영향을 미치고 어떻게 우려를 해소할 것인지 논의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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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유리 한경닷컴 기자 nowher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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